[Trend from Tokyo] 흥정하지 말고 협상하라

[Trend from Tokyo] 흥정하지 말고 협상하라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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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흔히들 마땅히 얻을 자격이 있으면 당연히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상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자기 자신이 마땅히 얻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해서 당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협상을 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In business as in life, you don’t get what you deserve. You get what you negotiate.) 친구관계, 자녀교육, 쇼핑, 진학, 연애, 취업, 이사 등등 우리 일상의 삶은 협상의 연속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협상이라고 하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도 결코 분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협상이란 두려운 상황에서 진행해서도 안되고 협상하는 것을 두렵게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Let us never negotiate out for fear. But let never fear to negotiate.) 오히려, 협상은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 꼭 거쳐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협상을 하는 과정에 있어 자신의 ‘협상 능력’을 아쉬워하면서도 대개는 그것을 천부적인 소양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재능과 마찬가지로 협상 능력도 학습을 통해서 향상될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패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상대편과 나의 강점, 약점을 충분히 알고 승산이 있을 때 싸워야 이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협상을 하려면 먼저 협상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광고 마케팅 서비스 업계의 협상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마케팅 서비스, 광고 대행업의 경우에는 광고주의 마케팅 부서와 실무를 진행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가격의 경우는 구매부(Procurement Department) 담당과 협상을 해야 합니다. 구매에는 크게 직접 구매와 간접 구매가 있습니다. 직접 구매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재료나 부품을 구입하는 것을 말하고, 간접 구매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매를 말합니다. 광고 회사의 서비스의 경우는 후자인 간접 구매에 해당이 됩니다.

우선 구매부의 특징과 업무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매부는 돈을 버는 이익 부서(Profit Center)가 아니라 전형적인 비용 부서(Cost Center)입니다. 구매부의 특징은 다음 몇 가지의 문장으로 요약이 됩니다. “타 부서의 예산을 자기 예산처럼 사용한다.” “최종 의사 결정의 권한이 없다.” “자기 부서의 예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구매부의 담당자는 타 부서의 예산을 가지고 프로젝트의 성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협력업체에 대해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어찌 보면 대단히 훌륭한 “갑”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들 역시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공헌을 해야 하고 그들만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와 규칙에 따라서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협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

협상에 관한 잘못된 관행 중 하나는 ‘협상 (Negotiation)’을 단순히 '흥정 (Haggling)'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누가 더 비싸게 팔고 더 싸게 사느냐의 대결로 치부하는 것이지요. 협상과 흥정의 차이를 설명해 주는 좋은 사례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복사기 영업 사원의 판매 방식을 예로 들었습니다. 먼저 흥정입니다.

구매자: 이 복사기가 마음에 드네요. 얼마예요?

판매자: 백만 원입니다. A/S 기간 1년 포함 조건입니다.

구매자: 백만 원이면 예산을 훨씬 웃도는데, 혹시 80만 원에 해 주실 수 없나요?

판매자: 그렇게 싸게는 못 드리고, 95만원은 어떠세요?

구매자: 그럼 서로 양보해서 90만 원에 합시다.

판매자: 좋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각자가 원하는 가격의 중간에서 타협하는 방식인데 이것을 소위 말해 '흥정'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협상의 경우는 어떨까요?

구매자: 이 복사기가 마음에 드네요. 얼마예요?

판매자: 백만 원입니다. 구매 후 1년 동안 A/S 포함 조건입니다.

구매자: 백만 원이면 예산을 훨씬 웃도는데, 혹시 80만 원에 해 주실 수 없나요?

판매자: 예산이 얼마나 되는데요? 예산을 정할 때 유지비도 고려해 보셨나요? 복사기를 쓰다 보면 토너에, 종이에, 다른 부속품 비용까지 유지비가 꽤 들어요. 매년 구매 가격의 10% 정도가 유지비로 든다고 보면 될 겁니다.

구매자: 아! 그 생각을 못했네요. 종이, 토너, 부속품 등에 돈이 따로 드는 군요. 어디까지 A/S가 보장되나요?

판매자: A/S 2년 연장, 1년 동안 토너 무상 제공 조건이라면 어떤가요?

구매자: 꽤 솔깃한 조건이긴 한데... 그래도 백만 원은 너무 비싸네요.

판매자: 아니면 예산 내에서 대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2년 동안 임대료를 내시고 대여 기간이 끝나면 돈을 내고 제품을 살 수 있어요. 이 방법은 어떠세요?

구매자: 그거 좋은 방법인데요. 그럼 가격을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죠.

가격만을 두고 대결하는 “흥정(Haggling)”과 달리 “협상(Negotiation)”은 가격 이외의 다양한 쟁점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를 '파이를 키운다'라고 합니다. 즉, 한 조각의 파이로 서로 쪼개 먹을 것이 아니라, 나눠 먹을 파이 자체를 키워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 가지 쟁점으로 충돌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쟁점을 만들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협상이란 얘기입니다. 따라서 내가 가진 조건 중 상대에게 이익이 될 만한 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훌륭한 협상가는 쟁점을 잘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가격 하나만을 두고 다투면 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흥정이 아니라 협상을 해야 합니다. 구매부는 가격 흥정을 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이때는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를 가지고 새로운 옵션을 제시하면서 협상 테이블로 다시 되돌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국어사전은, 흥정을, ‘물건을 사거나 팔기 위해 서로 값을 불러 정함, 어떤 문제의 형세를 자기에게 보다 유리하게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수작 거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협상을 '입장이 서로 다른 양자 또는 다자가 무엇을 타결하기 위해 협의함, 타결하기 위하여 협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흥정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가치 창조를 위한 협상

협상에서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쟁점을 가지고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다이내믹하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면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가치 주장(value claiming)을 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간에 도움이 되는 가치 창조(value creation)가 될 수 있습니다. 서로 가격만을 가지고 겨루는(compete)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협력할 수 있는(collaborate) 관계로 발전할 수가 있습니다. 유연성을 가지고 목표를 설정해서 협상에 임해야 합니다.

이상 협상에 있어서 더 많은 고려 요인이 있겠지만 몇 가지 핵심적인 키워드만 가지고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흥정(Haggling)이 아닌 협상(Negotiation)”, “가치 주장 (Value Claiming)이 아닌 가치 창조(Value Creation)”, “경쟁(Compete)이 아닌 협력(Collaborate)” 과 같은 키워드를 잘 기억하면서 자기만의 협상술을 연마해 보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나 상품은 납품된 후가 아니라 그것이 필요한 시점에 가장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협상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협상을 유리하게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언제인가도 고려하면서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있어서 훌륭한 협상가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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