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비교하기 : 알바는 ㅇㅇ이다!

광고 비교하기 : 알바는 ㅇㅇ이다!

  • 고아연
  • 승인 2019.02.25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불경기 속에서 취업대신 알바를 ‘직업’으로 삼는, 아니 삼을 수 밖에 없는 다소 씁쓸한 현실이다. 게다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알바 고용을 급격히 줄이기에 알바 구직마저도 힘든 상황.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알바 대표 사이트인 알바몬과 알바 천국은 어떤 식으로 광고를 만들어냈을까?

 

우선 '알바가 갑이다!'를 외치던 국민여동생 혜리의 목소리를 기억하는가? 각종 갑질논란 속에서 알바생들의 권리를 보호하려 했던 알바몬의 대표 카피이다. 하지만 요즘 TV에 등장하는 알바몬 광고는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보인다. 쿨하고 멋진 쌈디가 광고 모델로 등장하고, 딸기 우유색 립스틱을 찾아달라는 손님, 주문 요구사항이 굉장히 많은 손님 등 다소 곤란해보이는 상황을 알바생이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며 ‘알바가 못하는게 어딨어? 알바도 능력이다. 알바를 respect’라는 메시지를 외친다. 뿐만 아니라 오프닝편에서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무직이라고 선택하는 알바생을 보고‘왜 알바가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 알바도 능력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감히 추측하건데 극강한 취업난에 시달리며 정규직 취업 대신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청춘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알바몬은 알바를 하나의 ‘직업’으로 존중하며 이들의 경제적 활동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 아닐까? 동시에 경제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힘든 자영업자들에게도 ‘일 잘하고 다재다능한(고용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알바와 함께 일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동시대 등장한 알바몬의 라이벌. 알바천국 광고는 어떠한가? 이들은 알바와 고용주를 철저하게 구분지으며 알바를 그저 ‘알바’로 한정짓고 있다.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일만 하는 것'을 가장 알바답다고 하며, 알바와 고용주를 단순 계약관계(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로 보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사실 이것은 알바몬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현실적인 알바와 고용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번 광고는 호감도 높은 모델과 유쾌한 톤앤매너를 통해 양자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동시에 고용주와 알바를 서로 대립적인 관계로만 본다는 아쉬움 역시 남는다. 최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금전적 위기와 그로 인한 알바구직의 어려움, 취업난 속에서 알바가 직업이 되어가고 있는 경제적 분위기를 알바천국은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와 그 속에서 ‘알바’의 상징을 고려했을 때 알바천국의 이번 광고는 사회현상에 대한 통합적 해석과 부정적 어프로치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광고는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똑같은 경제 구조와 사회적 여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차별화를 위해 경쟁사와 다른 메시지의 광고를 만들어내고 있다. 당신이 지금 2019 알바 사이트의 광고주라면 두 광고 중 어떤 광고를 선택하겠는가?

 


고아연 대학생기자 (국민대학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