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방사수’, 요즘 애들도 그런 걸 한다고?

‘본방사수’, 요즘 애들도 그런 걸 한다고?

  • 하유진
  • 승인 2022.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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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Z세대의 새로운 시청 문화로 ‘유튜브 본방사수 콘텐츠 편성표’가 등장했다. 함께 댓글로 공감을 나누고 콘텐츠에 참여하기 위해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시점을 ‘기다렸다가 함께 시청하는’ 이러한 시청 문화는 과거의 전통적인 TV 시청 방식과 꽤나 닮아 있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디지털에서 ‘기다렸다 보는 콘텐츠’가 많아진 건 길었던 팬데믹 끝에 생긴 또 다른 변화다. 

디지털미디어 성장에 따라 다양한 창작자의 콘텐츠가 디지털 상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는데, 둥지를 찾은 사람들은 디지털의 ‘실시간 소통/댓글 문화’ 등 전통미디어와는 다른 콘텐츠 소비방식에 금세 재미를 느꼈다. 심지어 TV를 볼 때 일부러 OTT를 함께 틀어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유는 이렇다. “실시간 댓글창으로 다른 사람 반응을 같이 보면 더 재밌으니까!” 

이러한 2년간의 또 다른 디지털화는 이제 단순히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라는 편리함을 넘어서 하나의 ‘선호 미디어'로서 자리 잡고 있기에 엔데믹 시대에도 쉽게 돌아가기 힘든 일상이 된 듯하다. 

출처 슬기로운 의사생활 공식 홈페이지
출처 슬기로운 의사생활 공식 홈페이지

디지털, 선택의 역설 세 가지 

그런데 세부적으로 좀 더 파고들면 요즘 몇 가지 재정비의 시그널은 있다. 첫째, OTT 이용자수의 변화다. 올 1월 대비 불과 네 달 만에 250만 명이 넷플릭스·티빙·웨이브를 모두 이탈했다. 이를 촉진한 것은 이용자들이 ‘지불가치’를 다시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콘텐츠 탓이 
크다. 실제로 주변에서 ‘넷플릭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이는 콘텐츠를 보는 시간보다 목록을 구경하는 시간이 더 많은 현상을 의미한다. 

‘풍요 속의 빈곤’을 경험한 이용자들에게 OTT 해지는 대수롭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다. 요즘 같은 엔데믹 시대에선 꼭 디지털이 아니더라도 TV에서부터 야외활동까지 늘어난 즐길거리를 통해 과거의 익숙한 선택으로 회귀하는 ‘백투노멀’ 경향성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많은 브랜드가 엔데믹에 맞춘 오프라인 마케팅을 준비 중인데, 그래서인지 올 상반기 디지털 광고비는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여기에 유튜브를 중심으로 늘어난 광고량은 오히려 디지털 광고에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유튜브를 시청하다 보면 2개의 광고가 연이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15초 광고가 연이어 나오는 경험을 하고 나면 부정적 기억으로 연결된다. 아무리 광고가 많아도 자연스럽게 광고를 수용하는 TV와는 달리 자발적으로 광고 시청을 결정하는 디지털의 광고 시청 방식은 광고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선택의 역설로 광고를 회피하게 되고, 이는 광고의 노출 효과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디지털 시대, 거부할 수 없는 장기 기억

기본적으로 전통미디어는 콘텐츠의 선택이나 시청 면에서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띤다. 코로나 기간 동안 TV광고가 4조 원 시장으로 컴백하며 역주행한 것도 이러한 광고의 시청 효과에 기인했을 것이다. 

디지털을 포함해 늘어난 광고량에 비해 뇌가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의 개수는 하루에 3~4개인데, 한 조사에 따르면 TV광고는 뇌의 기억장치 중에서도 ‘장기기억’에 저장될 확률이 가장 높았다(뉴로마케팅 조사 자료 참고). 이제, 여기서 질문 하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근데, 요즘 TV 누가 보나요?” TV 시청률 하락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콘텐츠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작년과 같이 <펜트하우스>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도쿄올림픽 같은 콘텐츠는 여전히 시청률 10%대의 높은 파급 효과를 가졌다. 

물론 올 상반기는 늘어난 TV 광고량에 비해 시청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다행히 올 하반기에는 이미 시청률 신호탄을 쏘아 올린 축구 A매치 경기(6/2 브라질전 가구 시청률 17%) 등 콘텐츠 호재가 남아 있다. 

‘네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

엔데믹 시대에도 디지털화는 계속된다. 특히 온/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디지털에서의 브랜드 경험을 통한 고객 데이터 확보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림 3]과 같이 온/오프라인 소비를 연결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로레알은 (해외 사례를 통해) 자사 캠페인에서 TV의 역할을 수정했다. 로레알의 D2C 판매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TV광고의 즉각적인 ‘콜투액션’ 효과를 발견한 이후였다. 이러한 로레알의 
발견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시대의 TV광고 역할로서의 시사점이 크다.

‘네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 요즘 많은 업계에서 일어나는 빅블러 현상은 미디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미디어가 TV의 본방사수를 표방하며 실시간 소비를 강화해가고 있듯 TV광고 또한 디지털의 강점을 흡수하며 활성화 방향성을 찾아 나가고 있다. 

그러면 엔데믹 시대에는 선택할 수 있는 미디어 옵션이 좀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하유진 HS애드 Target eXperience Team 1 책임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The Ad>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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