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불가능과 가능 사이

[광고와 춤을] 불가능과 가능 사이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3.22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여줄 수 없는 우유의 성분, 우유의 효능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임부 그리고 예비 임부에게 우유소비란 해법을 제시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우유 콧수염으로 잘 알려진 우유촉진을 위한 광고를 해부해 보자.

레오타드(leotard)를 착용한 엘 맥퍼슨은 과시적인 모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녀의 몸은 임신 중임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녀의 배는 중력을 거스르는 듯 완벽한 균형미를 보여준다. 임신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자세와 몸매는 탁월한 유전자의 결과인 ‘great body’를 보여준다. 그녀에게서 임부들이 호소하거나 겪게 되는 몸의 문제, 고관절 통증, 체중증가, 나쁜 자세, 피로 등의 문제는 찾아볼 수 없다.

윗입술에 남아있는 우유(my mustache)의 흔적, 우유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과 ‘내 아이는 내가 마신 우유 때문에 훌륭한 몸을 가지게 될 것이다’란 그녀의 믿음은 ‘우유의 효능’을 함축한다.

모델의 쇄골부위에서 복부까지 이어지는 전면 바디라인 주위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해체되고 절단되어 배치된 문자들은 가슴, 자궁이란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한다.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아이’의 존재를 함축한다. 자궁속의 아이에게 그녀의 목소리는 부분적으로 이어지거나 군데군데 끊어진 무의미하고 불연속적인 소리들의 파편으로 경험될 것이다.

또한 ‘아이의 뼈와 나의 뼈는 필요로 하는 칼슘을 얻게 될 것이다’란 문장과 B형태의 바디라인을 에워싸고 있는 단어들은 ‘운동하는 우유 플로이드 입자’, ‘칼슘 입자’를 은유한다. 여성을 향해 그리고 아이를 향해 재배열된 문자의 입자들은 우유 칼슘이 아이와 여성의 뼈에 미치는 효능을 시각화한다.

산모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스쿼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엘 맥퍼슨은 ‘훌륭한 몸’을 시연한다. 산모의 건강한 뼈는 건강한 유전자, 충분한 우유 섭취, 골량을 증가시키는 충격부하운동이란 까다로운 조건들의 복합적인 산물이다. 그녀에게나 실천 가능한 가혹한? 몸 프로젝트이다.

그녀는 완벽해 보인다. 과연 그러한가? 그녀의 몸의 자세는 모델자세와 운동자세 사이에 있다. 또한 그녀의 몸은 임부와 모델 사이에 있다. 그녀의 의상은 몸의 감춤과 드러냄의 사이에 있다. A이기도 하고 동시에 B이기도 한 그녀는 실상은 A도 아니고 B도 아니다. 사이, 즉 경계에 있는 존재는 역설적으로 여기에도 속하지 않고 저기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녀의 몸은 가능과 불가능이 교차하고 공존하는 절충적인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맥퍼슨과 동일시할 수 없지만 대신 그녀가 개방하고 있는 가능성을 모방할 수 있다.

우측을 향한 맥퍼슨이 미소를 머금은 채 전면으로 얼굴을 돌려 우리를 응시한다. ‘당신 우유 콧수염은 어디에 있죠?’ 우리는 그녀처럼 훌륭한 몸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그녀의 우유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그녀의 아이만큼 훌륭한 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니 그녀처럼 콧수염이 생길 때까지 우유를 더 마셔야 하지 않겠는가?


황지영 경성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