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다양한 술의 향연을 펼친 2023 슈퍼볼 광고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다양한 술의 향연을 펼친 2023 슈퍼볼 광고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02.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술이 뜨고 차는 졌다. 미국 시각 지난 2월 12일 열린 슈퍼볼 광고를 결산하면서, 광고를 집행한 브랜드와 업종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띈 현상이다. 20년 넘게 슈퍼볼 광고를 시청하고, 분석했는데, 자동차 브랜드가 3개에 광고물은 4편으로 움츠린 반면, 맥주에서 증류주까지 다양한 술들이 화면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다. 술 광고가 많아지고, 종류도 다채로워진 이유는 간단하다. 

버드와이저(Budweiser)와 버드라이트(Bud Light) 맥주로 주로 알려진 안호이저부시(Anheuser Busch)에서 주류(酒類) 부문의 광고 독점 권한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마치 올림픽이나 축구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가 스폰서에게 제공하는 독점권을 주류 부문에서 안호이저부시는 1989년부터 가지고 있었다. 사실 안호이저부시의 주류 이외에 다른 업종에서도 이런 배타적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작년 6월 안호이저부시가 이 권한을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같은 맥주 부문에 하이네켄(Heineken), 몰슨 쿠어스(Molson Coors), 그리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로 코냑인 레미 마틴(Remy Martin), 위스키 크라운 로열(Crown Royal) 등이 이번 슈퍼볼 광고에 선을 보였다.

시청률 40%가 넘는 슈퍼볼 광고에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장치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데 안호이저부시라면 고개를 끄덕일 구석도 있다. 다른 기업 대비하여 슈퍼볼의 광고 시간을 대량으로 꾸준히 구입해왔기 때문이다. 안호이저부시는 경쟁자를 배제하며 단독 공연 무대를 가졌고, 슈퍼볼을 주관하는 NFL은 안정된 수입선을 확보했다. 지난 30년간 슈퍼볼 광고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안호이저부시의 광고 중 명작으로 꼽히는 것들이 많았다. 이번 슈퍼볼 광고에 나타난 트렌드로 강연하며, 과거의 인상적인 슈퍼볼 광고로 2000년에 방영된 버드와이저의 ‘Whassup’편과 안호이저부시를 상징하는 클라이스데일 말들이 등장한 광고물들을 언급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독점의 권리만을 안온하게 누리는 것보다 책임감 있는 리더로서의 모습을 안호이저부시에서는 나름 광고의 품질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왜 안호이저부시는 이번에 그런 권리를 포기하는 반전을 실행했을까. 세 가지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 맥주 시장의 비중이 줄고 있다. 미국에서 술 시장에서 맥주의 비중은 2000년 58%에서 2022년 46%로 줄었다. 맥주 시장 전체의 규모는 줄지 않았지만, 세력을 확대하는 증류주 시장을 안호이저부시 혼자서 막을 수는 없었다. 맥주 시장 내에서는 경쟁자이지만, 주류 업종 전체로 따지면 동맹군이 될 수 있는 다른 맥주 브랜드와의 연합이 필요했다. 아직 그렇게 절실해 보이지는 않지만,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던 <오징어게임>에서 할아버지 오일남이 ‘이러다가는 다 죽어’라고 하는 듯한 불안함을 느꼈을 수 있다.

둘째, 마케팅 무대를 다양하게 가지고 갈 필요가 있었다. 올해 슈퍼볼 광고를 보면서 가장 뚜렷한 트렌드로 ‘복고-레트로(retro)’를 들었다. 멀게는 1970년대의 뮤지컬 영화 그리스(Grease)의 장면과 노래부터 2010년 전후의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드라마까지, 과거의 문화 콘텐츠들이 올해처럼 범람한 적은 없었다. 복고풍 유행이야 항상 있는 것이고, 특히 최근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번 슈퍼볼 광고는 심하다 싶었는데, 시청자층의 연령이 높아졌다는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한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TV 이외의 다른 매체로 경기를 시청하는 경향이 크다. 전국 TV로 방영하는 슈퍼볼 광고 예산을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안호이저부시의 크리에이티브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슈퍼볼 광고 역사에 남는 숱한 화제작과 상징물들을 남겼지만, 그런 유산들이 마치 굴레처럼 작용하며 창작을 위한 상상력을 제한하는 느낌도 있었다. 크리에이티브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스스로 권리를 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안호이저부시의 이번 조치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나는 평가한다. 맥주 일변도에서 증류주까지 술 종류도 다양해졌고, 술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지평도 넓어졌다. 특히 반전의 묘미를 담으며 안호이저부시의 광고물들 느낌이 달라졌다. 이번 슈퍼볼 술 광고들에 나타난 반전 요소는 다음 회에 펼치겠다.

 


※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이화여대·한림대 겸임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