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올림픽, 남다른 문화, 도쿄올림픽

남다른 올림픽, 남다른 문화, 도쿄올림픽

  • 이승화
  • 승인 2021.11.1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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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지 않고 도쿄올림픽은 열렸습니다. 당시 아시아 대륙 최초의 올림픽이었던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로 도쿄에서의 두 번째 올림픽이었습니다. 원래는 2020년에 열렸어야 했는데 1년이 연기되어 5년 만에 개최됐습니다. 그것도 세계 최초의 무관중 올림픽으로 말이죠. 북적북적해야할 올림픽이 차분한 느낌이 났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올림픽 개최를 강행했지만 일본 국민을 포함한 전 세계 국민들은 올림픽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기업들의 스폰서 광고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올림픽 광고 가뭄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광고 몇 가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우리에겐 라이벌인 동시에 적대국가의 이미지이지만, 역시 ‘일본’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 강국이었습니다. 일본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엄선하여 보여주기만 해도, 훌륭한 이야기가 되고 재미있는 광고가 되었습니다. 광고회사에서 광고를 만들 때 항상 찾는 ‘팩트’가 무궁하다는 느낌. 오랜 기간 동안 팩트를 잘 쌓아온 느낌. 그래서 그것만 잘 보여줘도 광고가 된다는 사실. 그것이 일본이란 나라였고 도쿄올림픽 광고였습니다. 올림픽 광고를 만든 나라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일본을 보여줍니다. 그 관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이 바라본 일본 

첫 번째 광고입니다. 기억하시나요? 5년 전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공개됐던 일본이 만든 도쿄올림픽 홍보영상입니다. 놀랍게도 이때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이렇게 코로나 시국일 줄은 아무도 몰랐었죠. 아무 문제없이 성황리에 올림픽이 개최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이때 공개된 영상에서는 차기 도쿄올림픽 준비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 캐릭터인 슈퍼마리오와 도라에몽이 나오는데, 슈퍼마리오는 도라에몽의 도움을 받아 도쿄에서 반대편 리우데자네이루로 순간이동을 해 폐막식장 단상에 실제 나타납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무대에 등장한 슈퍼마리오가 탈을 벗습니다. 그랬더니 아베 총리입니다. 그리고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일본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도쿄올림픽의 시작을 강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아마 이런 놀라움이었을 겁니다. ‘어떻게 올림픽 홍보 영상에 게임 캐릭터인 슈퍼마리오와 도라에몽을 등장시킬 일본의 2020도쿄올림픽 개최 홍보영상 생각을 다했지?’, ‘어… 근데 참신한데?’, ‘역시! 일본다워.” 이런 반응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일본 내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인사 캐릭터인 슈퍼마리오와 도라에몽을 대체할 만한 모델은 없었을 겁니다.

이 홍보영상은 크게 이슈가 됐고 슈퍼마리오 탈을 벗고 등장한 아베총리는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시키는데 꼭 필요한 주역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한마디로 광고로는 성공한 올림픽 캠페인입니다. 5년 뒤의 상황을 모른 채 말이죠.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올림픽 개최를 취소하라는 전 세계 여론에 부딪쳐 2016년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마리오 복장으로 올림픽을 홍보하던 아베총리는 결국 개회식 불참을 선언했고 이를 두고 사람들은 ‘아베 마리오의 배신’이라고 했습니다. 유명 선수들과 해외 각국 유명 인사들도 연이어 불참 선언을 하면서 기업들도 당연히 스폰서를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기업들도 올림픽과 거리두기를 시행했고 역대 올림픽 중에서 가장 초라하고 조용한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광고는 성공했는데… 운이 참 없었어.”라고 할 만합니다.

 

프랑스가 바라본 일본

두 번째 광고는 France tv의 광고, Sumo - Jeux Olympiques d'été Tokyo 2021입니다. France tv는 도쿄올림픽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국입니다. 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고 프랑스 내의 올림픽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만든 광고입니다. 이 올림픽 광고에는 보통의 올림픽 광고처럼 멋진 운동선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 광고의 주인공은 뜬금없는 스모 선수입니다. 

‘근데 왜 스모일까?’ 라는 궁금증이 들어서 찾아봤는데, 스모는 일본 국기이지만 아직 정식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가 본 가장 일본다운 스포츠였나 봅니다. 비주얼의 표현도 가장 일본스러운 목판화입니다. 이 광고에 나오는 파도 일러스트레이션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 에도시대의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상에 나오는 이 일본풍의 그림은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스테판루벨루아가 원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영상의 스토리라인은 이렇습니다. 파도를 기다리는 스모선수가 보입니다. 기다리던 파도가 오자 신나게 파도를 탑니다. 그리고 화면이 전환되며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암벽을 오르고, 100m 달리기를 하고, 장대높이뛰기를 한 후 올림픽 경기장으로 도착합니다. 재미있고 유쾌한 영상입니다. 

영상에서 스모 선수가 했던 종목들은 도쿄올림픽에서 시범경기로 채택된 종목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운동감과 목판화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카메라의 앵글도 수직과 수평 앵글만 사용해서 운동감과 거리감, 공간감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배경에 깔리는 일본의 전통음악 BGM도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훌륭한 아트웍과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TV광고, 스모×도쿄올림픽2021 (그림을 클릭하면 유튜브로 연결)

마음을 다스리고 이제 출발
향하는 곳은 위대한 대자연
균형을 유지하며 항상 집중
폭풍 속을 날아오르기 위해
역풍에도 굴하지 않고
파란의 길 위험을 무릅쓰고
몇 번이고 일어선다.
불굴의 정신 운기를 잡아라.
전신전령 힘을 다하여
지는 건 안정 안 돼.
높이 더 높이 산마저 움직인다.
종횡무진으로 뛰어가라. 질풍처럼.
방심은 금물
만전의 체제로 찬스를 놓치지 마라.
승리를 위해!
탄력은 붙이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라.
그날을 위해!


영국이 바라본 일본

세번째 광고는 영국의 공영방송사 BBC의 ‘Tokyo 2020 Olympics Trailer’입니다. France tv가 전통적인 일본을 재미있게 해석했다면, BBC는 현재의 일본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광고는 일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거리에서 시작합니다. 올림픽 성화 그림이 그려진 맨홀 뚜껑을 지나자 가장 일본스러운 거리가 나옵니다. 그리고 낯선 가게 속으로 들어가자 신문을 보는 할아버지가 보이고, 할아버지 뒤에 있는 텔레비전 속에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재팬팝의 걸그룹이 보입니다. 그리고는 컷이 전환되며 킹오브파이터 게임이 나옵니다. 싸움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게임 속 파이터들이 아닙니다. 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태권도, 수영, 육상, 권투, 체조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게임 속을 빠져나오며 가챠머신 가게의 모습을 보여준 뒤 머신 속으로 들어갑니다. 가챠머신 속에는 운동선수들이 있습니다. 선수들을 한 명씩 보여준 후, 카메라가 가챠머신 가게를 빠져나와 싸이클을 타고 있는 관중의 방을 보여줍니다. 그곳에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이클 선수 피규어가 있습니다. 카메라는 다시 집 밖으로 빠져나오며 건물을 보여주고 건물 벽의 네온사인을 보여줍니다. 네온사인은 클라이밍 선수 형상입니다. 이윽고 카메라가 마치 클라이밍을 하듯 건물 위로 올라가고 옥상에는 가장 일본스러운 컬러의 형형색색 네온사인들이 즐비한 일본의 도시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광고 영상을 보고 나면 마치 짧은 올림픽 경기를 본 듯한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왠지 도쿄를 여행한 듯한 느낌이 납니다.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굉장히 디테일이 좋습니다. 거리의 풍경, 거리에 등장하는 모델의 모습과 행동 그리고 표정, 그리고 컬러의 선택과 타이포그래피의 디자인과 적절한 이펙트의 사용, 그리고 영상 전체의 일본스러운 무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광고 BGM은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OST를 만든 카와이 켄지(Kawai Kenji)가 담당했다고 합니다. 또한 카메라의 시점도 일본을 속속들이 관찰
하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렸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역시 BBC다운 완성도 높은 올림픽 광고 영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의 모습이었습니다. 왜냐고요? 계속 웃더라고요. 뛰기 전에도 웃고, 뛰고 난 뒤에도 웃고, 실패를 했어도 웃고, 계속 웃습니다. ‘어떻게 저 상황에서 웃을 수 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답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했더군요. “홀가분합니다. 진짜 후회 없이 뛰었습니다. 후회 없는 경기여서 저는 진짜 행복합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의 슬로건은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였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TV로만 올림픽을 시청해야만 했던 전 세계 관중들의 마음 속에는 2020 도쿄올림픽은 어떤 슬로건으로 남아 있을까요? 우상혁 선수의 후회없이, 신나게 경기를 마친 후 웃는 얼굴을 기억하며 ‘더 즐겁게, 더 신나게, 더 행복하게’라는 슬로건으로 2024 파리올림픽을 기다려 볼까 합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남자높이뛰기 선수 우상혁

 


이승화 CD, TBWA KOREA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총연합회 발간 <ADZ>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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