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포지셔닝과 의료관광 마케팅

브랜드 포지셔닝과 의료관광 마케팅

  • 김현정
  • 승인 202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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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인데도 어떤 이름이냐에 따라 다르다?

메콩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하여 중국의 광시성과 티베트로부터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지나 베트남 남쪽으로 흘러가는 강입니다.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이며, 10번째로 유수량이 많은 강으로써 길이는 약 4,020km, 유역 면적은 795,000km²에 달합니다. 이처럼 긴 강이다 보니 그 강과 지류에 의존하는 9,000만 명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습니다(http://www.un.org/Depts/Cartographic/map/profile/mekong.pdf). 

그런데 이 거대한 강은 같은 강줄기이지만 흐르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집니다. 태국에서 부르는 이름은 우리가 흔히 아는 ‘메콩강’이지만, 중국쪽 티벳고원과 윈난성을 지날 때는 ‘란창강’, 또는 ‘란스완강’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캄보디아에서는 ‘돈레돔’, 베트남에서는 ‘코론강’이라고 불립니다. 이름에 따른 뜻도 다릅니다. 메콩강은 ‘가장 큰 강’이라고 하며 란스완은 ‘코끼리 광장’, 콜론은 ‘아홉 마리의 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송호열, 2006). 이중 란찬은 란스완의 한자식 표기라고 합니다. 느껴지셨나요? 도도하게 흘러가는 저 긴 메콩강이 강물이라는 본질은 같지만 강이 흘러가는 지역마다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에 따라 다른 강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하나의 대상을 두고 이름에 따라 다른 생각과 다른 인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메콩강 흐름도 (출처 : 더스트레이츠타임스)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눈짓'이 되기 위해

단순히 ‘큰강’이라고 부르는 것과 ‘아홉 마리의 용’이라고 부르는 그 느낌과 해석은 확연히 다릅니다. 이름이란 것이 세상의 사물을 구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이름에는 그 이름마다의 고유한 의미가 담겨져 다르게 이해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이름을 명명하고 사물을 그것으로 부르는 순간, 이름에 담긴 또다른 세상이 열리기도 합니다. 마치 김춘추 시인의 ‘꽃’의 한 귀절처럼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눈짓”이 되기도 하고요. 물론 강물처럼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자연에 대해 지역민들이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것은 지역 정서상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물이 아닌 인위적 사물에도, 단 한 순간의 짧은 마주침을 통해 “잊혀지지 않는 눈짓”을 만들려는 네이밍 작업은 오늘날 당연함을 넘어 필연적입니다. 광고나 마케팅에서의 브랜드 네이밍은 그래서 특별한 일입니다. 브랜드 네이밍을 통한 성공적 마케팅 사례들은 주변에 흔합니다. ‘보라유통’에서 ‘아가방’으로, ‘미원’에서 ‘청정원’으로 브랜드 네이밍을 변경해 명성을 얻은 기업을 비롯, ‘햇사레(감곡복숭아)’나 ‘산들바람(풍기인견)’ 처럼 지역특산품에 브랜드명을 도입해 베스트 상품을 만들어낸 경우도 있고, 강원도 정선의 ‘김삿갓면’, ‘한반도면’처럼 지명을 개칭하여 “잊혀지지 않는 눈짓”으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 한우 관련 지역특산 브랜드
국내 한우 관련 지역특산 브랜드

브랜드란 무엇일까

브랜드는 단순히 상품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이름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가진 어떤 것으로 이해됩니다. 브랜드 로고디자인브랜드 인상브랜드 체험슬로건 등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진 개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역명칭이나 기업명칭 혹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에서처럼 하나의 사회공헌활동을 부르는 명칭과도 연계됩니다.

관광분야에서는 특히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관광 브랜드가 관광 마케팅의 핵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관광과 관련하여 지역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브랜드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역 특산물을 부각시키기 위한 CI(City Image)개발은 물론 특산물, 특성 있는 장소, 지역의 스토리를 아우를 수 있는 슬로건, 캐릭터, CI 등을 개발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이러한 지역 브랜드 개발로 문화 브랜드의 역할까지 하게 하면서, 재방문을 높이고 경제상승 효과도 얻는 것으로 보고됩니다(김희경, 2007). 이미 지역명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명으로 자리잡은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이나 일본의 ‘후지’ 사과 같은 해외특산물 브랜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의성마늘소’, ‘공주알밤한우’, ‘문경약돌한우’처럼 한우 한 가지만도 지역특산물과 연계한 많은 브랜드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 브랜드들은 다만 지역의 특산품과만 연계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범주는 더 다양합니다. 특히 ‘의료관광’ 분야에서도 지역 연계성을 만들어 독특한 지역 마케팅 효과를 유발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의료관광에서 지역관광 브랜드로의 연계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출처 : ‘도착하는 순간부터’ 한국 의료관광 만난다http://www.kh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338
출처 : ‘도착하는 순간부터’ 한국 의료관광 만난다http://www.kh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338

의료관광 분야에서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성과

우리나라의 의료관광은 지난 2009년 6만 명으로 시작해 연평균 23.5%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여 왔으며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 누적 방문자수가 276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건산업진흥원의 2019년 “의료관광 환자유치실적 통계보고서”에 의하면, 누적 진료 수입이3조원을 넘어섰으며 총 24개 진료과목 중 2019년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상위 4개 진료과(내과통합, 성형, 피부, 검진)가 이루었습니다. 특히 지난 11년간 전체 비중에서 이 4개 진료과가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최근 3년간 피부·미용 관련 진료과의 성장률은 더욱 높게 나타납니다(보건산업진흥원, 2021). 2019년 한해만 봐도 의료관광에서 성형외과 비중은 전체의 39.8% 피부과는 34.8%를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의료관광에서 가장 주목 받는 분야가 바로 성형 혹은 미용관광입니다. 이에 서울 시내 많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병원들이 개별적으로 의료관광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개별적이기에 마케팅의 시너지가 아직은 부족해 보입니다. 만약 이런 개별적 마케팅을 하나의 통합적 브랜드 안에 녹여내고 ‘서울의료미용관광’이라는 범주 안에서의 일관된 브랜드로 통합한다면, 마케팅 시너지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2020년 10월 29일 국내 지자체에서는 최초로 부산시가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스마트케어 메디컬 부산”으로 의료관광 브랜드 출범식을 가진 바 있습니다(한국일보). 하지만 이 통합 브랜드에 참여하는 병원들의 면면을 보면, 부산대병원(가정의학과), 인제대병원(재활의학과), 동아대병원(혈액종양내과) 등 상급종합병원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으며 진료과목도 피부성형 등의 분야는 아닙니다. 따라서 서울 강남권과 명동 등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중소규모의 피부과나 성형외과 병원들이 만드는 의료관광과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산 의료관광 브랜드BI (출처: 한국일보)
부산 의료관광 브랜드BI (출처: 한국일보)

선별적 차이점을 유지하되,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로써

햇사레복숭아, 의성마늘소 같은 특산품 브랜드들 역시, 소규모의 개인 농장에서의 개별 생산된 물품을 지역통합 브랜드명으로 공동출하하고 판매루트를 개척하고 브랜드 로고와 아이덴티티를 통합하여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그 명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르도 와인을 예로 들면 말 그대로 전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오랜 재배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 명성 뒤에는 철저한 통합적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통해 최상의 품질에 대한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은 노력이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보르도’ 라는 지역명 자체가 최고의 ‘와인’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되어 있기에 전세계인들은 ‘보르도’ 산을 확인하고 와인을 구매합니다. 최근에는 포도체험과 와인 축제 등을 개최하면서 문화이벤트들까지 더하여 프랑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로 재포지셔닝되고 있습니다(프랑스관광청). 

서울 성형외과 및 피부과 진료의 최고 지역으로서 강남권과 명동권 같은 특정 지역의 개별 병원들도 이제는 특별한 지역관광 브랜드로써 소비자의 마음 속에 통합적 포지셔닝을 시작할 때입니다. 2009년에서 2019년까지의 10년이 의료관광 브랜드 특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토대를 쌓는 시기였다면, 이제부터 앞으로의 10년, 20년은 말레이시아 같은 경쟁 지역관광브랜드 사례들을 뛰어넘는 의료관광 메카로서 브랜드 포지셔닝을 구축하여 도약하는 시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 그 안에 강남구, 중구, 동대문구 등이 함께 하면서 미용의료관광의 메카로서 통합브랜드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통합적 브랜드화는 강남구의 의료관광 혹은 중구 의료관광이 서로 선별적 차이점을 유지하되,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로써 ‘서울’ 이라는 이름 안에서 통합적 브랜드를 완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남일대와 명동일대에 흩어진 개별 성형외과나 피부과 병원들의 협력과 연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국내에 유입되는 모든 의료관광객들을 한 병원이 독식하겠다는 경쟁심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방향에서 차별화된 의료의 질을 각각 개별 병원들이 협력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의, 연대적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독특한 개별 PR전략들도 추가로 필요합니다.

한방진흥센터(출처:동대문구 공식블로그)
한방진흥센터(출처:동대문구 공식블로그)

‘서울-강남구-중구-동대문구’로 이어지는 의료관광 벨트나 연결성을 차별화

같은 ‘보르도’ 산일지라도 ‘샤토 마고’나 ‘샤또 오브리옹’은 그 풍미가 다르기에 소비자의 개인적 선호도를 통해 선택됩니다. 마찬가지로 성형외과, 피부과라고 할지라도 통합적 의료관광지로서 브랜드 포지셔닝을 위해서 먼저 ‘입술 성형을 잘하는 곳’, ‘코 성형을 잘하는 곳’, 혹은 ‘피부미백이 뛰어난 곳’, ‘여드름을 없애는 데 뛰어난 곳’ 등등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있어서 병원별 진료 특성의 차별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브랜드로서의 수용자가 브랜드에 대해 갖는 특별한 감정, 세련된 느낌, 즐거움, 구매욕구 등을 브랜드 개성(Brand Personlity)이라고 부릅니다(Aaker, 1999). 

사람에게도 사람 저마다의 개성으로 다른 인식이 가능하듯이 의료관광 특정 지역으로서의 서울-강남구-중구-동대문구로 이어지는 의료관광 벨트나 연결성이 서로 개성적으로 차별화되면서도 연결되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브랜드 구성 5요소의 하나인 ‘브랜드 연상’은 ‘브랜드와 연합된 기억, 혹은 의미를 지니고 조직화된 연상들의 집합’이라고 정의됩니다(Aaker, 1999). 또한 브랜드에 친숙하고 기억 속에서 호의적이고 강력하고 독특한 브랜드 연상을 갖고 있을 때 브랜드 자산이 발생한다고도 합니다(Keller, 2001). 결국 브랜드 연상은 이미지들을 조직적으로 기억하도록 만들어내어 브랜드 자산을 축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관광도 서울의료관광만의 이미지를 조직화하여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는 눈짓으로 기억되도록 하는 연상 브랜드화가 브랜드 자산으로 변형될 때 재방문과 입소문이 더욱 큰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개별화를 통합화로, 통합화를 다시 개별화로

연상적 브랜드화는 개별적이되 개별적이지 않으며 하나이되 하나가 아닌, 일관되어 있어도 또한 떨어져서 개성을 발하는 방향으로 기획될 수 있도록 병원간의 합의된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각각 다르지만 소비자에게는 진정 ‘하나의 의미’로 기억될 수 있는 통합 브랜드로의 탄생은 절실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개별화를 통합화로, 통합화를 다시 개별화로 연결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성형외과는 강남구’, ‘피부과는 중구’, ‘한방시술은 동대문구’ 등으로, 서울의료관광 구성의 모자이크식 모바일 앱지도 같은 것을 제작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보르도 지방에서는 지롱드강을 기준으로 강의 왼편과 오른편을 구분하며 저마다의 특성을 가진 포도원들이 분포하면서, ‘메독’이니 ‘그라브’니 하는 서로 다른 와인들을 출하합니다. 

우리의 의료관광도 성형외과, 피부과, 한방미용과 들이 알알이 들어박혀 서로 다른 진료를 하되, 각 개별 병원끼리 서로 협력하고 연결하고 질적인 시너지를 높이면서 서울의료관광’ 브랜드라는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같은 강물 줄기이지만 9000만명의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중요한 존재인 메콩강처럼, 강남권, 명동권, 경동시장권 등등이 서로 다른 특화진료를 펼치지만 ‘서울의료관광’의 통합된 브랜드 하에서 미용의료관광권역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기억되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한류드라마나 K-POP 같은 자리에 서울의료관광도 우뚝 설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출처 : 서울특별시 https://korean.visitseoul.net/index

[참고문헌]

  • 김희경 (2007).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역브랜드개발에 관한 연구. 문화정책논총, 18, 147-166
  • 성낙봉 (2014). 브랜드 체험이 고객 - 브랜드 관계몰입 및 브랜드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 지역 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관광경영연구, 18(1), 143-162.
  • 송호열 (2006), 세계 지명 유래 사전, 서울: 성지문화사
  • 한국일보 (2020. 10. 29일자),  항공·숙박·여객서비스를   한방에… 부산의료관광 통합브랜드 출시
  • Aaker, J. L. (1997). Dimensions of brand personality.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34(3), 347-356. 
  • Keller, K.L. (2001), “Building customer-based brand equity : Building customer-based brand equity”, Marketing Science Institute, Vol. 10 , No. 2, pp. 3-38.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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