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2.0 뉴노멀 시대의 병원 : '널스 브랜딩이 필요하다'

언택트 2.0 뉴노멀 시대의 병원 : '널스 브랜딩이 필요하다'

  • 유승철
  • 승인 2022.04.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자들에게 ‘간호사 브랜딩(nurse branding)’이 이라는 용어가 매우 생소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쓰는 브랜드(brand)라는 용어는 표시와 상징에 대한 통괄 명칭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상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마케팅 하는 유형 또는 무형의 대상물 전체가 바로 브랜드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브랜딩은 상징물인 기호를 사용하여 대상을 차별화합니다. 심볼(symbol)은 브랜딩의 본체이며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간호에는 많은 식별 기호가 있습니다. 모자와 흰색 유니폼, 젊은 여성의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투적인 기호는 변화하는 요즘 의료 산업에서 명확하게 간호사의 본질을 전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뚜렷한 간호 브랜드 파워 부족은 해당 분야에 대한 오해들을 가져오고 있기도 합니다. 

일반인이 흔히 ‘간호사’ 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백의(白衣)의 천사’ ‘숭고한 헌신과 노력’ 그리고 ‘젊은 여성’의 이미지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가 형성하고 있는 전체적 긍정성 뒤에는 오랜 시간동안 누적되어 온 성별 그리고 직업 고정관념’과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습니다. 간호사는 수많은 여전히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서 ‘의사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의료인으로서 한정된 직업적 역할과 동시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 이라는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이미 많은 논문과 관련 연구들을 보고서를 통해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 동안 논란이 거듭되어 왔음에도 관련된 이미지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요즘에도 종종 접하는 논란들이 그 증거입니다. 예컨대 2020년 한 유명 뮤직비디오에서는 간호사가 성적 대상화되어 심각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상당한 교육과 전문적인 직무 트레이닝 등 관련 교육과 투자를 고려할 때 간호사가 2021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시민뿐 아니라 의료계에도 만연해 있는 이러한 인식의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최근에는 많은 직종들이 이미 브랜드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부분은 더 그러합니다. 의사뿐 아니라 한의사도 점차 병원이라는 틀을 넘어서 개인으로서 ‘개인 브랜드(personal brand) 가치’를 높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실례로 약사의 경우는 흥미롭습니다. 과거에는 브랜드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직종이지만, 약사가 소셜미디어 상에 ‘약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의견 선도자’로서 자리하면서 약을 추천하는데 전문성을 획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약국을 찾는 기준은 근접성과 규모라고 볼 수 있겠지만 특정 약사를 찾아 추천을 받는 사례는 더 늘어갈 것입니다. 

이런 의료 브랜드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의 직업인으로서 브랜드의 입지는 상당히 취약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간호사가 브랜드가 될 가능성은 매우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많은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일선 현장 환자대면 간호 업무 외에도 경영 스태프로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부속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수의 종합병원이 이미 간호부원장 제도를 도입했고 다수의 간호사가 관리자 또는 경영자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해외에서도 교수나 공기관의 기관장 등의 지도자적 역할을 하고 있는 간호사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 병원장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가 ‘간호부서와의 관계 정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병원에서는 간호사의 존재감은 상당합니다. 환자들의 병원 경험에서 간호 만족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막대합니다. 다행히도 간호는 이미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평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민들은 의사, 조종사, 경찰관보다도 간호사를 더 신뢰합니다. 이런 사실은 전문가로서 간호사 브랜딩을 하는데 매우 긍정적 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표: 국내 병원의 간호사 직책 표기 2019년 기준 (출처: 데일리메디 http://www.dailymedi.com/detail.php?number=849243)
표: 국내 병원의 간호사 직책 표기 2019년 기준 (출처: 데일리메디 http://www.dailymedi.com/detail.php?number=849243)

여기서 주목해야할 가장 중요한 흐름은 병원을 고를 때 ‘병원의 규모’ 또 ‘의사의 지명도’에 따라서 병원을 고르는 흐름 이후에는 환자와의 접점 바로 그 근처에 있는 ‘간호사 또는 간호능력’에 따라서 병원을 고를 시점도 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런 변화는 요양병원(nursing home)과 같은 환자와 의료진 간 접점이 많은 그리고 지속적인 케어를 요구하는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이미 늘어가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흐름 가운데서 간호사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간호사의 브랜드화는 국내 의료계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교육을 받은 간호대학교 졸업 학생들 상당수가 신규 간호사가 된 뒤 수 년이 안되어 간호사 직종에서 이탈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의 기저에는 우리 의료계에서 미래 인력에 대한 직업 의식 교육 내용에서 문제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간호사가 본인의 직종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전문인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가져갈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희생적 직업 소명의식’ 뿐 아니라 ‘전문인으로서 개인 브랜드’에 발전 방향이나 개인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향에 대한 비전을 줄 수 있는 전향적 교육이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향후에는 간호사를 기준으로 병원을 고르는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소용돌이 속에서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진료에 대한 의사결정 다수가 인공지능과 원격지의 의사를 통한 비대면 원격 의료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면 실제 의료 현장에서 가장 큰 실수요는 아픈 환자를 물리적으로 옆에서 지켜보고 간호할 수 있는 현장 인력이 될 것입니다. 또, 앞으로 병원이 의료시장에서 수월성 있는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간호사가 특별한 병원’이라는 이미지로 경쟁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 영국의 한 병원(Weymouth Street Hospital)은 간호서비스를 차별화해 ‘최고의 간호서비스’를 중심으로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그림. London’s Best Private Hospital https://www.phoenixhospitalgroup.com/blog/londons-best-private-hospital/
그림. London’s Best Private Hospital https://www.phoenixhospitalgroup.com/blog/londons-best-private-hospital/

이제 국내에서도 간호사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가 병원 기관 외부의 일반인이 인식하는 것이라면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는 의료 기관 내부인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이상적인 인식입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아이덴티티가 일반인의 이미지가 될 수 있도록 그 간극을 줄여갈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 접점에서 일관되고 정교화된 메시지를 통해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 https://www.phoenixhospitalgroup.com/blog/londons-best-private-hospital/
그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 https://www.phoenixhospitalgroup.com/blog/londons-best-private-hospital/

이런 부분에서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 담당하는 역할과 비중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과거에 간호사는 ‘젊은 여성 그리고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의료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중년의 여성 그리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자의 모습의 전문인’으로 표상될 수 있도록 지속적 캠페인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간호사로서 성공한 인물에 대한 성공스토리를 콘텐츠로 제작하고 미디어를 통해서 널리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간호사 브랜딩 훈련과정을 통해 간호사가 보다 사랑받고 존경받는 직종이자 그리고 학생들이 선망하는 커리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우리 의료인 스스로가 간호사 직종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2019년에 집행된 대한간호협회 간호사 인식개선 캠페인이 좋은 사례입니다. 

앞서 언급한 지속적 소통 노력을 통해 단순히 간호사로 근무하는 사람들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서 한국 의료의 질을 높이고 또 병원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선순환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간호 관리자인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은 다양한 통계학 지식과 지혜로운 의사결정과 그리고 열정적인 프레젠테이션 설득력을 통해 의료현장을 바꿨습니다. 나이팅게일은 크림 전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군의 전사자와 부상자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부상 자체가 아닌 치료나 병원의 위생 상태에 의해 사망했음을 알아낸 것입니다.  나이팅게일이 의료혁신의 역사를 만든 것처럼 뉴노멀 시대의 간호사의 이미지 역시 이제 큰 변화를 이뤄야 할 것입니다.

그림. 나이팅게일이 고안한 로즈차트는 데이터 시각화의 교과서적 사례로 활용되고 있다 (출처: https://www.healthmatrixcorp.com/site/blog?ID=83&type=post)
그림. 나이팅게일이 고안한 로즈차트는 데이터 시각화의 교과서적 사례로 활용되고 있다 (출처: https://www.healthmatrixcorp.com/site/blog?ID=83&type=post)

 


[인용] 

  • Godsey, J. A., Houghton, D. M., & Hayes, T. (2020). Registered nurse perceptions of factors contributing to the inconsistent brand image of the nursing profession. Nursing outlook, 68(6), 808-821.
  • Liebman, D., & Liebman, D. (2001). I Want to be a Nurse. Firefly Books.
  • Trepanier, S., & Gooch, P. (2014). Personal br
  • anding and nurse leader professional image. Nurse leader, 12(3), 57.
  • 유승철, 강승미, & 유주연. (2021). 간호사 인식개선을 위한 간호학-미디어학 융합 PBL 수업의 중재효과 연구: 수업 참여 학생들 및 PBL 성과발표회 참석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간호교육학회지, 27(1), 59-67.
  • 직급 상승·역할 확대 간호사 '위상 제고' 어디까지 격세지감 느껴지는 간호부서 파워···간호본부장·간호부원장 등 일반화 http://www.dailymedi.com/detail.php?number=849243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