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2.0 뉴노멀 시대의 병원: 왜 '병의원 의료광고'는 변함없이 그대로일까?

언택트2.0 뉴노멀 시대의 병원: 왜 '병의원 의료광고'는 변함없이 그대로일까?

  • 유승철
  • 승인 202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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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독자분들이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병의원의 의료광고들을 접하면서 궁금했을 질문에 대해 답해보려고 합니다. 요즘 병의원 광고를 보면 그 광고 메시지의 수준이 1990년대 초에 우리가 접했던 오래된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궁금해했을 독자분도 있을 것입니다. 기업 광고가 매우 세련되게 바뀌어가는 요즘 추세와 비교될 정도입니다. 

또, 어떤 독자 분들은 “왜 무슨 이유로 이렇게 의료광고가 발전이 없는지?”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안타깝지만 의료광고 콘텐츠의 수준은 수도권에서 접하는 의료광고와 지역에서 만나는 의료광고의 수준이 크게 다를 정도로 지역은 수도권보다 광고 품질이 상당히 저하되어 있습니다. “의료광고는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30여 년 전 당시와 비교해도 다르지 않은 것일까요?” 그 궁금증을 본 칼럼을 통해서 풀어내려고 합니다. 

 

“왜 한국에서는 의료광고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가?”

첫번째 이유는 ‘병의원의 공공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 가운데서 의료산업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자생적 경쟁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병원이 일종의 공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공공재로 인식되고 있어서 상업적인 의료광고 마케팅을 활성화할 이유가 불충분했습니다. 괜히 창의적인 광고를 집행했다가 몰매를 맞을까 두려워하는 병원장님도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상투적인 광고표현이 업계 관행으로 자리잡았을 수 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중견 병원의 부족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강소병원’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병원들은 두 가지 병원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바로 영세병원과 대형병원입니다. 문제는 그 중간에 있는 중견 강소병원들의 입지가 취약하며 별달리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들 비슷하고 고만고만합니다. 물론 최근에 척추 병원이나 한방병원 그리고 성형외과와 같은 전문 병원들이 크게 성장하면서 그 중간 자리를 메우고 있기는 하지만, 전문 병원의 특성상 한두 분야에만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고품질의 의료광고 마케팅을 집행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러한 양극화 속에서 ‘광고에 대한 필요성’이 적어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영세병원의 경우에는 광고할 만큼 재원이 충분히 하지 않고 병원이 소재하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해서 의료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단위를 벗어난 광고의 필요도 없고 광고할 여력도 없습니다. 한편으로 대형병원의 경우에는 워낙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보니, 굳이 광고를 경쟁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리어 광고 마케팅에 불편해하는 환자들의 민원만 늘어갈 상황입니다. 물론 ‘탑텐(top ten) 또는 탑파이브(top five)’ 라고 불리는 초대형 규모의 종합병원들 사이에서는 나름대로의 그들 만의 경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은 마케팅의 전쟁이라고 보다는 평판의 경쟁 정도라고 간주할 소소한 경쟁이라고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극화되는 양극화 속에서 의료광고 콘텐츠의 품질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브랜딩 광고의 부족입니다. 광고는 크게 브랜딩 광고(branding advertising)와 퍼포먼스 광고(performance advertising)로 나뉘어집니다. 브랜딩 광고라고 하면 기업이나 조직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브랜드 가치(brand value)를 높이는 광고를 의미합니다. 대부분 덜 직설적이고 예술적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특성을 보여줍니다. 반면 퍼포먼스 광고는 특정 대상에 광고 포화를 집중해서 단기간에 마케팅 목적을 달성하는 형태의 광고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단기간 특정 시술에 대한 내방객이 증가와 같이 특정한 목표를 위해서 그 퍼포먼스를 달성하게 하는 광고를 의미합니다. 국내 병원의 경우에도 브랜딩 광고가 꾸준히 집행되고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품질이 떨어집니다. 독자분들도 뻔한 클리쉐(cliché: 관용적 표현)를 사용하는 의료광고에 짜증을 느낀 경험이 있을 듯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크게 성장하면서 의료광고 효과 검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 광고사기(ad fraud)는 전세계적으로 큰 문제거리입니다. 광고주에게는 광고가 00000명에게 도달되었다고 보고 하지만 그 50%이상이 거짓말이라면? 실제 모바일 광고의 반 이상이 광고사기를 통해 집행된다고 합니다. 또 집행되었다고 하더라도 목표한 소비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들에게 보이거나 맥락이 맞지 않은 지점에 집행되는 광고가 많다는 점도 우려할 부분입니다.  필자도 얼마 전에 ‘전립선암’에 대한 글을 스마트폰을 통해 읽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서는 ‘육식을 삼가하라’는 내용 중간에 왕갈비 상품 배송에 대한 광고가 기재된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광고 노출과 놀람을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구매는 이뤄지기 어려울 듯 합니다. 나아가서 광고주 브랜드에 대한 혐오까지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됩니다.

콘텐츠 맥락에 맞지 않게 집행된 광고사례 (출처: 필자 직접 캡처)
콘텐츠 맥락에 맞지 않게 집행된 광고사례 (출처: 필자 직접 캡처)

문제는 의료산업의 주류 마케팅이 퍼포먼스 광고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입니다. 여러분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성형외과의 광고 그리고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광고와 같은 광고들은 모두 고도화된 퍼포먼스 목표에 따라 집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표 소비자와 판매 메시지만 뾰족한 채 광고의 예술적 측면을 강조하는 브랜딩 광고가 발전하지 못한 것입니다.  관련해서 소비자 기만광고들이 범람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단기 성과를 달성하고 치고 빠지는’ 광고들이 주류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네 번째 이유는 ‘훈련된 인재의 부족입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의료산업 뿐 아니라 전 광고산업에서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광고산업이 80-90년대 성장기와 2000년 이후 성숙기를 넘어선 지점에 있어보니 잘 훈련되고 스마트한 젊은 인재들의 광고산업 유입이 디뎌지고 있습니다. 광고 영역 가운데서도 사각 지역이거나 소외된 영역으로 간주되는 병원 또는 헬스케어 서비스에 영역에 대한 광고/마케팅 영역에서는 특히 인재가 부족합니다. 관련 교육 기관도 없을 뿐더러 대학교나 사설 교육기관을 통한 교육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앞서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의료산업 자체가 덩치는 커지고 있지만 마케팅적으로는 고도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산업 간의 경쟁을 통한 성장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덩달아 관련 광고의 수준도 높아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인재가 없어 발전이 안 되고 관련해 훈련된 인재가 만들어지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바로 의료광고 관련 다양하고 복잡한 규제 때문입니다. 의료광고는 식품광고에 이어 가장 많은 규제를 가지고 있는 광고 영역이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고 메시지에서 시도할 수 있는 광고적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유머 코드를 활용하거나 과장이 있는 재미있는 비주얼을 통해서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등 광고 표현의 자유도가 상당히 낮습니다. 또 잘못 광고를 집행했을 경우에 불같이 일어나는 광고에 대한 비판까지도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광고를 집행하는 병의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형태의 내용으로 의사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이유로 의료광고가 다른 산업의 광고처럼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5년 위헌 판결 이후 2018년 부활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는 2021년 ‘앱·인터넷상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입법 추진’에 따라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료 서비스 구매자가 잘못된 광고를 통해 받을 피해를 고려할 때 의료광고 규제는 필요하고 또 뉴미디어도 심의의 영역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심의제도의 고도화를 통해서 의료광고의 창의성을 살리는 동시에 소비자 기만적 요소를 줄일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합니다. 한편으로 규제보다는 진흥이라는 측면에서 광고/마케팅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틀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2018년 부활한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특징 (출처: https://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993)
2018년 부활한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특징 (출처: https://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993)

이번 글에서는 “왜 한국에서는 의료광고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를 몇 가지 근거와 사례를 들여서 살펴보았습니다. 본 컬럼이 과학적 조사와 근거에 따라서 작성되기 보다는 필자의 경험과 주변 전문가의 의견에 기초해서 작성되었다는 점을 감안하고 부족한 부분은 독자분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그동안 우리가 묻지 않았던 가려운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거친 내용이지만 펜을 잡았습니다. 많은 의료 실무자들이 공감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조록 본 글을 통해서 이런 고민들이 공론화되길 고대합니다.

 

의료광고의 미래방향성

향후에는 의료광고에 대한 변화 요구가 보다 커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글로벌화 때문입니다. 외국인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또 국내 환자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어 의료의 글로벌화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는 코로나 19의 영향 때문에 속도가 많이 줄었지만 의료의 글로벌화는 막을 수 없는 대세입니다. 이런 글로벌화 과정 속에서 다문화 환자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 늘어날 것이며 의료 산업이 덩치를 키워 가면서 당연히 글로벌 마케팅과 광고 활동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두 번째로 메타버스 병원(또는 의료 서비스)의 성장입니다. 특정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대형 병원과 좋은 설비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서 병원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행동들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최근 ‘강남언니’ 등 의료중개 플랫폼의 성장에 따른 기존 병원과의 갈등 및 법제와의 갈등 문제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물리적 공간 없이도 환자들에게는 의료 서비스로 인식되는 플랫폼의 시대가 의료산업에서도 주요 이슈로 자리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향후에는 병원의 물리적인 규모뿐 아니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능력에 따라서도 병원의 규모와 수준이 나뉘는 그런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병원의 광고 마케팅 활동도 디지털 매체를 중심으로 보다 고도화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가 있습니다. 

강남언니-의사협회 간 갈등에 대한 쟁점 (출처: https://www.mk.co.kr/news/it/view/2021/06/533946/)
강남언니-의사협회 간 갈등에 대한 쟁점 (출처: https://www.mk.co.kr/news/it/view/2021/06/533946/)

의료광고의 품질이 높아진다고 해서 병원이 더욱 상업화되고 소비자를 갈취한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병원들이 품질이 좋은 광고를 통한 선의의 경쟁 그리고 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병원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보다 환자중심적이 되고 또 보다 투명하면서도 그 소비자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열린 경쟁의 장을 여는데 의료광고 마케팅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래서 향후에는 한국의 의료광고가 발전하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선진 의료문화를 만드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지하철이나 신문과 잡지 또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만나는 수많은 의료광고 그리고 건강식품에 대한 광고를 통해서 시각적으로도 피로하고 또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지쳐 있습니다. 향후에 의료산업 광고 문화의 향상을 통해 우리 소비자들이 눈높이를 더 키우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보다 더 좋은 의료광고를 접할 수 있는 문화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인용 Lears, T. J. (2000). From salvation to self-realization: Advertising and the therapeutic roots of the consumer culture, 1880-1930. Advertising & Society Review1(1).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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