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2.0 뉴노멀 시대의 병원 : 인공지능 그리고 '의료진-환자 커뮤니케이션'

언택트 2.0 뉴노멀 시대의 병원 : 인공지능 그리고 '의료진-환자 커뮤니케이션'

  • 유승철
  • 승인 2022.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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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 한편 소개 드리면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2007년 국내 개봉한 오래된 작품이지만 여전히 큰 공감과 울림을 줍니다(참고로 2021년 4월 개봉한 국내 영화와는 무관합니다). 저는 주인공처럼 광고회사 출신이기도 하고 이제 영화의 주인공 나이에 근접해가고 있는지라 개인적으로 더 공감이 컸습니다. 헬스케어 관계자나 관련 전공의 학생이라면 꼭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 그럼 잠깐 영화 트레일러를 볼까요? 

 여기 기억을 잃어가는 50세 일본 유수 광고회사의 부장님이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동시에 과거와 내일을 살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종종 과거(past)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이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주로 현재(present) 또는 미래(future)에 산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세 영역 모두에서 다양한 정도의 비중을 두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간 인식을 부수어 버리는 병이 바로 ‘치매’입니다.

치매의 주요 증상은 바로 ‘기억상실’ 입니다. 기억상실에는 크게 두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향적 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은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만 이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후향적 기억상실(retrograde amnesia)은 반대로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이후의 일은 기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향적 기억상실은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것이고후향적 기억상실은 저장된 기억을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치매에 걸린 사람의 뇌(위)와 걸리지 않은 사람의 뇌(아래)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촬영한 사진 (출처: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1550)

50세를 눈앞에 둔 49세 사에키(와타나베 켄 분)는 슬하에 아내와 외동딸을 둔 가장입니다. 동시에 광고회사 영업팀 부장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부러울 것 없는 그의 일상생활에 균열을 준 것은 바로 치매였습니다. 매일 쓰는 차 키를 어디에다 뒀는지 찾거나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같은 물건을 계속 사와 집에 쌓이고, 심지어는 26년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잊지 않던 광고주와의 미팅까지도 잊어버리는 지경에 이릅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에키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2066)
기억을 잃어가는 사에키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2066)

최근 기억부터 과거 기억 순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후향적 기억상실’인 것입니다. 치매(Alzheimer type dementia: 독일의 의료진 알츠하이머가 1906년 최초 발견) 진단을 받고서 병을 부정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서서히 받아들이고 나중에는 병에 대한 자각조차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영화 헤드라인과 같이 “잊기엔 너무 소중한 (내일의 기억) 미안합니다... 당신을 기억할 수 없어서...”의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자살시도를 하는 사에키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2066)
자살시도를 하는 사에키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2066)

50세도 안 된 사에키가 치매라니? 본인은 물론 아내도 부정하려고 합니다. 잘못 진단한 거라며 의료진에게 화내던 그는 병원 옥상으로 올라가 난간 앞에 섭니다. 절망하며 삶을 포기하려 할 때 젊은 의사는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며 그를 설득합니다. 의료진이 치매 전문의가 된 것이 바로 본인 아버님이 치매로 돌아가신 것이었음을 이야기하면서 사에키의 공감을 얻어냅니다.

 

'인공지능(AI)의 의료진’은 환자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까요?

세계 곳곳에서 공감하는 로봇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을 통한 원격의료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환자를 파악하지만 – 공감할 수 없습니다. 공감(empathy)과 동정(sympathy)은 다릅니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면 동정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불행을 보며 가엾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죽음을 선택한 사에키를 막은 것은 30대 젊은 의사의 소통 전략이었습니다. 너무 차갑지도 않고 또 뜨겁지도 않은 환자-의료진 커뮤니케이션의 모범입니다. 사실을 정확히 잘 전달하면서도 환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방법이 돋보입니다. 치매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지적 전략을 활용해 소통하는 후에 본인의 개인사를 활용해 정서적인 공감을 얻어낸 것입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 의료진의 역할은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의료진-환자 소통능력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공감까지 도달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의료진의 공감을 모방하는 로봇의 모습을 그린 삽화 (출처: https://medicalfuturist.com/algorithms-robots-mimic-empathy)
의료진의 공감을 모방하는 로봇의 모습을 그린 삽화 (출처: https://medicalfuturist.com/algorithms-robots-mimic-empathy)

미래 의료진-환자 소통을 고민해야 합니다.

흔히 미래의 병원을 연상하면 – 첨단 장비와 거대한 시설물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그리고 대형 병원의 광고에는 여지없이 새로운 장비들을 자랑하기 일색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환자가 인지하는 좋은 병원은 나와 나의 질병을 이해하고 소통해주는 병원’ 입니다.

MD앤더슨병원(University of Texas MD Anderson Cancer Center)의 영상센터 인테리어 (출처: https://www.vaughnconstruction.com)
MD앤더슨병원(University of Texas MD Anderson Cancer Center)의 영상센터 인테리어 (출처: https://www.vaughnconstruction.com)

필자는 2019년에 세계 최고의 암병원이라고 인정받는 MD앤더슨병원(University of Texas MD Anderson Cancer Center)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MD앤더슨에서 가장 흥미롭게 관찰한 부분은 첨단 기기 광고물들이 아니라 따듯한 색조로 연출된 공간과 낡은 카페트 그리고 목재로된 마루였습니다. 다음으로 따듯한 인상으로 소통하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이었습니다. 미래 의료진-환자 소통은 인공지능의 차가움이 아니라 공감을 만드는 소통을 하는 훈련된 의료진일 것입니다. 이제 병원 경영자들은 ‘미래 의료진-환자 소통’을 고민해야할 시점입니다.

 


[인용]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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