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드미디어 PR매체로서의 '병원'

온드미디어 PR매체로서의 '병원'

  • 김현정
  • 승인 2022.03.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소마케팅과 트리플 미디어

아모레퍼시픽㈜이 제주에서 운영하는 녹차박물관 ‘오설록 티뮤지엄’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을 불러오게 합니다. 특히나 ‘오설록 티뮤지엄’을 구경하러 와서는 녹차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전시물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곳에서 덖고 있는 햇녹차를 시음한다거나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사먹거나, 박물관 옥상에서 푸른 녹차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박물관 밖 녹차 밭을 거니는 일에 더 집중하기도 합니다. 사실 제주의 ‘오설록 티뮤지엄’은 박물관이 지닌 고유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기업의 녹차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수 있습니다. 이름과 달리 굳이 박물관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다고 해도 티뮤지엄이라는 장소를 방문한 즐거움을 사람들은 좋아하고 즐깁니다. 어쩌면 그것은 무미건조한 전시물로 녹차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위한 또다른 즐길거리로 녹차와 티뮤지엄을 이해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마케팅을 흔히 장소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일정한 ‘장소’가 갖는 매력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제품에 대해 알리고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 방법이지요. 또한 최근에는 스마트 미디어의 전략으로 부상한 ‘트리플미디어’ 전략 중의 하나로써 이처럼 기업이 소유한 온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을 ‘온드미디어’ 전략이라고도 부릅니다. 트리플미디어란 말 그대로 ‘온드미디어, 페이드미디어, 언드미디어’라는 3가지 유형의 미디어를 합쳐 부르는 용어입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 우선 기업 홈페이지나 기업 페이스북, 기업의 사옥과 같이 기업이 소유하여 직접 공중과 소통하는 매체를 온드미디어(Owned Media)’라고 합니다. TV광고, 인터넷광고, 신문광고 등과 같이 돈을 지불하고 광고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사야 하는 것을 페이드미디어(Paid Media)’라고 하고요. 공중들의 칭찬이나 블로그 입소문과 같이 3자의 평판을 통해서 소통의 기회가 얻어지는 매체는 언드미디어(Earned Media’)라고 합니다. 따라서 ‘오설록 티뮤지엄’은 일종의 온드미디어입니다. 기업이 소유하고 공간을 운영하므로 그러한 매체를 통해서 공중과의 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 소통을 통해 공중의 기업에 대한 평판이 높아지면 언드미디어를 통한 공중의 자발적PR까지 기대하게 됩니다. 페이드미디어처럼 돈을 지불하기 않고도 원하는 정보와 메시지를 공중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고 공중의 평판까지도 얻을 수 있기에 온드미디어는 최적의 PR매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오설록 티 뮤지엄 (출처 : 오설록 홈페이지 https://www.osulloc.com)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온드미디어 PR전략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또다른 대표적 온드미디어로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도 있습니다.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는 등불이 어둠을 밝혀 길을 안내하듯, 아름다움을 비추고자 하는 의미에서 랜턴(Lantern)을 콘셉트로 디자인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독특한 콘셉트의 외관과 디자인으로 하여 젊은 여성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는 ‘설화수’ 제품들을 다양하게 체험해 볼 수 있고, 뷰티 카운셀링은 물론, 설화수만의 원료와 처방이 담긴 스파까지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뷰티 카운셀링은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자신의 피부에 맞는 유형의 화장품을 찾기 위한 중요 과정으로 이해되면서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에 대한 장소마케팅의 인기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온드미디어를 활용하는 PR전략들에서 주목할 점은 광고처럼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자사가 보유한 건물이나 장소를 가지고 제품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그러한 온드미디어가 메시지 전달의 창구를 넘어서 공중들 스스로 그 공간이나 장소를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해당 공간에서 경험한 결과들을 자신들의 SNS에 자발적으로 올림으로써 또다른 입소문, 구전홍보의 원천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온드미디어 PR전략은 ‘병원 PR’과도 연계해서 생각해 볼 만 합니다. 특히 피부과나 성형외과 같은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피부 및 성형에 대한 다양한 카운셀링을 받는 곳, 그래서 미래 변화를 서비스해 주는 곳이라고 피부과나 성형외과 병원을 포지셔닝 한다면 그것은 온드미디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에 사람들이 인식하는 병원의 이미지는 매우 차갑고, 조금쯤은 두려움을 자아내는 곳입니다. 따라서 병원 PR에 그러한 기존 병원의 이미지를 유지하거나 답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정 편안하고 흥미로우며 더 건강한 미래를 설계해 주는 공간으로 병원을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면 기존의 병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회피감은 즐거움으로도 바뀔 수도 있습니다. 더욱 방문하고 싶어지는 곳으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지요. ‘병원’이라고 하면 무작정 새하얀 벽, 하얀 가운의 의료인, 차가운 매스가 떠올려지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공간을 활용하여 병원의 인상을 바꾸는 온드미디어 PR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병원이 인상에 남는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요?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 (출처 : https://www.apgroup.com/int/ko/our-culture/amorepacific-space/flagship-store/flagship-store.html)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 (출처 : https://www.apgroup.com/int/ko/our-culture/amorepacific-space/flagship-store/flagship-store.html)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과 미국 요양타운의 특성

우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이라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페인의 산 파우(SANT PAU) 병원을(김지수, 2021) 한 예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SANT PAU병원은 2009년 까지만 해도 실제로 병원 진료를 보고 있었던 곳입니다. 1902년부터 30년간 가우디의 스승인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가 건축했다고 하며, 아름다운 건축기술과 디자인들은 모두가 환자들이 편안하게 병원진료와 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http://m.blog.naver.com/obonparis). 병원이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것 같은 이 병원은 지금은 관광지로 변모하여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이라는 명성을 이어가며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외에 미국의 요양병원을 또다른 예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사립 요양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필라델피아 외곽에 위치한 텔 하이(Tel Hai Redefining Retirement)를 2년 전에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텔 하이(Tel Hai)는 은퇴 후 삶을 사는 노인들을 위한 실버 요양타운입니다. 텔 하이 타운에는 타운의 주민들만 이용하는 병원이 타운 내에 자리하고 있고, 몸이 더 불편한 노인들은 아예 그 요양병원 내의 개인 방에서 생활하면서 병원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이용합니다. 당시 그곳을 방문했을 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요양병원 내의 노인들은 환자복을 입지 않는 것은 물론, 각 층에 위치한 다양한 종류의 식당에서 원하는 음식들을 사서 식사를 즐기며, 까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다양한 레저 활동을 하며 하루를 지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곳은 작은 호텔이나 레지던스 같았습니다. 쾌적한 시설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로 인해, 친구의 직업이 간호사라는 것을 몰랐다면 그곳이 병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조금 여유가 있는 경우는 사립 요양 타운에서, 여유가 별로 없는 편이라면 공립 요양타운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이 미국 노인들의 일반적 행태라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노인요양병원의 현실과 많이 비교되어 부러웠습니다. 무엇보다 텔 하이 요양타운의 병원은 병원이면서도 병원 같지 않은 콘셉트로 최적의 병원 혹은 요양타운으로써 포지셔닝되어 있어 눈여겨 볼만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필라델피아의 텔 하이 요양타운 (출처: 텔하이 홈피 동영상, https://www.telhai.org/virtual-tours/)
필라델피아의 텔 하이 요양타운 (출처: 텔하이 홈피 동영상, https://www.telhai.org/virtual-tours/)

출판사 사옥의 자연주의 콘셉트

이밖에도 병원이 아닌 사례 가운데에서는 양옥집을 개조하여 출판사를 회사 건물로 활용하는 경우를 벤치마킹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양옥집을 개조한 출판사 공간에는 마당이 있고 그 마당에는 푸른 잔디와 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으며 금붕어들이 노니는 작은 연못도 더러 있습니다. 말 그대로 책과 자연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출판사의 사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파주 출판단지의 출판사들은 이러한 자연주의 콘셉트를 더욱 확장하여 사옥 입구에 예쁜 뜰과 작은 서점, 서점에 딸린 찻집, 때로는 야외 공연공간까지도 함께 만들어 사옥 공간을 새롭게 이미지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서울 외곽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명소로 파주 출판단지는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기는 공간 및 장소에 대한 포지셔닝이며 사옥을 매체로 활용하기에 온드미디어의 대표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원이라고 해서 이러한 온드미디어 PR이나 장소마케팅을 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병원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가 주는 두려움을 편안함이나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 뜻밖의 이미지 변신이 공중에게 입소문 되면서 더 유명한 병원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변신을 통해 공중들이 스스로 퍼뜨리는 언드미디어 효과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병원에 갔을 때, 특히 피부과 같은 병원들은 공들인 실내 인테리어들이 보다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실내 인테리어만으로는 온드미디어 전략으로서 부족합니다. 실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이미 그 병원을 선택한 사람, 해당 병원을 방문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병원을 모르는 이들 혹은 어떤 병원을 가야 할까 고민하는 이들은 한번도 와보지 않았기에 그 병원의 쾌적한 인테리어를 경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진료를 받은 사람들을 재방문으로 이끄는 요인의 하나로서 병원의 실내 인테리어가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방문하지 않은 이들에게 병원의 실내 인테리어는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또한 실제로 해당 병원을 재방문 하려는 사람들도 진료나 치료를 받아보고 치료가 흡족하여 재방문을 고려할 가능성은 높지만, 실내 인테리어 때문에 재방문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내 인테리어가 아무리 좋아도 온드미디어나 언드미디어 전략이 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병원의 외관은 겉에서 드러나고 보여지는 모습이기에병원에 대한 첫 선택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해당 병원에 대한 진료의 질이나 우수성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겉으로 드러난 병원의 외관이 병원을 결정하는 요인의 하나가 될 수도 있으며 세간의 입소문에서도 중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입소문에는 질적인 내용보다 겉으로 드러난 외곽의 모습이 더욱 쉽게 드러나고 이해됩니다. SNS의 주요 특성이 사진이나 이미지로 메시지가 완성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병원의 외관 교체에는 병원을 핫플레이스로 바꿔보겠다는 병원장 등의 인식의 전환이나, 발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병원의 외관을 새롭게 바꾸어 병원을 다시 포지셔닝 한다는 것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며 새로운 창의적 도전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거리에 즐비한 천편일률적 빌딩에 위치한 병원을 기존 이미지를 벗어난 온드미디어 매체 자체로 변신시키려면, 우선 ‘병원’ 외관을 통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병원 건물을 새롭게 짓거나 병원 신축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더욱더 기존에 알고 있는 병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파주 출판도시 (출처 : http://www.bookcity.or.kr/bbs/board.php?bo_table=media&wr_id=15)
파주 출판도시 (출처 : http://www.bookcity.or.kr/bbs/board.php?bo_table=media&wr_id=15)

꽃과 물고기가 노니는 증강현실 거울이 출입구에 있는 병원이라면...

꽃과 물고기가 노니는 마당을 지닌 2층 양옥 같은 건물을 병원으로 새롭게 만들 수도 있고, 환자복을 입지 않거나 범선의 모양을 한 외관으로 병원을 새롭게 꾸며도 좋습니다. 다만 병원의 외관이 온드미디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어떠한 시도도 가능할 것입니다. ‘병원’자체를 하나의 미디어로 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할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입니다. 까페처럼 간판을 새롭게 바꿀 수도 있고, 돌출된 조형물을 병원 앞에 세워도 좋고, 맥도날드 광고판(사진)처럼 터치형 퍼즐게임 게시판을 병원 건물 앞에 세워도 됩니다. 거울 앞에 서면 원하는 의상이 입혀지는 증강현실 피팅 거울처럼, 치료 전후의 피부를 보여줄 수 있는 증강현실 거울을 피부과  병원 입구에 설치하고 지나가는 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서 자신의 피부상태를 확인하게도 할 수도 있울 것입니다. 재미 삼아 한번쯤 자신의 얼굴을 그 거울에 비추어보게 하면 그것이 새로운 병원의 포지셔닝을 여는 또다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병원은 더 이상 두렵고 피해가고 싶은 곳으로 존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환자들의 생각마저도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중충한 도시의 빌딩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외관을 만들어, 병원 그 자체를 하나의 미디어로서 덧입혀 본다면 그것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병원을 탈피하게 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온드미디어로서 병원’ 자체를 공중과의 충분한 소통의 도구로 만들어내는 남다른 PR전략은 그렇게 시작될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의 인터랙티브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출처 : https://sinra88.tistory.com/4)
맥도날드의 인터랙티브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출처 : https://sinra88.tistory.com/4)

 


[참고문헌]

  • 김진수(2021), 청춘 간호사의 세계 병원여행, 서울:이담북스
  • 봉파리(bonparis)블로그 http://m.blog.naver.com/obonparis
  • 설화수 홈페이지 https://www.apgroup.com

텔 하이 홈페이지 https://www.telhai.org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