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관리의 핵심은 대상자 눈높이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 공중보건 위기상황

루머 관리의 핵심은 대상자 눈높이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 공중보건 위기상황

  • 이하나
  • 승인 2022.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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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정보의 루머,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다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2020년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우리가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면, 2021년 현재는 전세가 역전된 듯 보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 덕분일 것입니다.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은 집단 면역을 목표로 자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서도 국민 모두가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청 중입니다. 국내 감염자 추가 발생에 대비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말입니다. 2021년 7월 8일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백신 1차 접종률은 30.1%를 기록했습니다. 목표는 바이러스 유행 시기인 11월 전까지 접종률 70% 달성입니다.

아직 목표 달성까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게다가 이 과정을 지나는 중,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위기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루머(rumor)입니다. 새로운 루머를 일으킨 강력한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일 것입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 발생”, “백신 접종 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위험” 같은 무서운 헤드라인이 달린 기사가 매일 수차례 보도되면서, 사회적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뉴스 미디어에서 강조한 부작용이 실제로 발생할 확률은 0.01%로 매우 낮습니다. 전체 접종 건 대비 이상반응을 신고한 비율도 0.37%에 그친다고 합니다(질병관리청, 2021). 하지만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신종 감염병, 예방 효과와 부작용이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 제조사마다 다른 백신 종류의 특성, 여기에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는 허위 정보까지 더해지면서, 백신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정보는 루머의 생산과 확산을 돕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루머는 우리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비과학적 추측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사회 전반에 빠르게 침투할 정도로 강한 확산력을 가집니다(Difonzo & Bordia, 2006). 불안한 상황 속, 전문적 의료 지식이 낮은 일반인들은 루머를 진실된 정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루머가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말입니다. 이렇게 루머는 점점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지배하고,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립니다(Zhang et al., 2020). 더욱이 루머는 괴담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과 비난의 화살이 의료기관 및 의료진을 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료 관계자들에 대한 불신은 개인의 일탈 행동으로 나타나고, 결국 국민 모두의 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 방역은 방해를 받게 됩니다(Dalziel, 2013; Paek & Hove, 2020).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건강 위기 상황에서 의료기관과 의료진은 루머 소통의 핵심 역할을 담당합니다. 보건소, 국립병원 등 공공의료기관뿐만 아니라, 개인 병의원 등 민간의료기관도 당연히 루머 대응과 위기 소통의 중심에 위치합니다. 우리는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지난 경험을 통해, 신종 감염병 발생 시 루머 관리가 병영 경영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Gilbert, 2020).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의료진 모두가 의학지식을 가진 전문가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국민 건강 소통을 위해 협조해야 합니다(정은경, 2017). 근거 없는 루머가 국민 건강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의료진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루머가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생성되는 거라면, 확실한 정보의 명확한 전달은 루머를 사라지게 해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루머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의료진의 역할은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는 메신저가 되어주면 됩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루머 중 하나는 “코로나19 백신에 유전자 변형 DNA와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일반인 대상의 위기 소통 메시지에 ‘아나필락시스’, ‘부스터 숏’, ‘mRNA 백신’, ‘벡터 백신’ 등 낯설고 난해한 용어들이 가득 차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용어들이 도리어 “코로나19 백신에 유전자 변형 DNA가 들었다”는 루머 생산에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요? 우리나라 국민의 학력수준이 높다고는 하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만들어진 위기 소통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그림1] 백신관련 가짜뉴스에 대응하여 질병관리청에서 전달하는 카드뉴스 http://ncov.mohw.go.kr/infoBoardView.do?brdId=3&brdGubun=32&dataGubun=&ncvContSeq=5478&contSeq=5478&board_id=&gubun=
[그림1] 백신관련 가짜뉴스에 대응하여 질병관리청에서 전달하는 카드뉴스 http://ncov.mohw.go.kr/infoBoardView.do?brdId=3&brdGubun=32&dataGubun=&ncvContSeq=5478&contSeq=5478&board_id=&gubun=

의료진과 국민의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루머의 확산을 막다

올바른 정보와 루머를 구분하기 위해선 건강 정보에 대한 개인의 문해력과 이해력, 소위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가 필요합니다(DiFonzo & Bordia, 2004). 세계보건기구는 안녕한 일상을 위해 개인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능력으로, 헬스 리터러시를 선정했습니다(WHO, 2013). 디지털 미디어의 일상화에 따라 수많은 건강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불확실한 정보 속 루머와 루머가 아닌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헬스 리터러시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특히, 이번 코로나19 루머 사태는 헬스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Chong et al., 2020).

여기서 중요하게 짚고 가야할 점이 있습니다. 국민 개개인의 헬스 리터러시 수준은 의료진의 역할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는 점입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일반인이 건강/의료 정보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과정은 의료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렇다고 의료진이 일반인을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해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인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려워하는지 귀 기울여주고, 어려운 의학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충분히 설명해주면 됩니다. 다시 말해, 대상자 눈높이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입니다. 결국, 건강 관련 루머의 사회적 확산과 차단을 좌우하는 것은 의료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자세에 달려있습니다.

[그림2] 헬스 리터러시 https://www.medlineuniversity.com/viewdocument/health-literacy?CommunityKey=d15198e2-e041-4be7-be2b-1cc2c8291f86&tab=librarydocuments
[그림2] 헬스 리터러시 https://www.medlineuniversity.com/viewdocument/health-literacy?CommunityKey=d15198e2-e041-4be7-be2b-1cc2c8291f86&tab=librarydocuments

의료진과 국민의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의 효과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지역사회 병의원을 거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접종 대상자는 의료진의 상담을 거친 후 백신을 맞게 됩니다. 이 때,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에게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자세히 알려준다면, 분명 일반인들의 불안감이 줄어들고 안심하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은 관련 질병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헬스 리터러시가 향상될 것입니다. 더욱이 환자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는 단지 코로나19 루머 관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진의 커뮤니케이션 태도는 환자의 의료 서비스 만족도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이는 병원 재방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박진, 2016). 이번 코로나19 이슈를 계기로, 환자 중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그 효과를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면 공익과 사익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박진. (2016).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요소가 환자만족과 재방문의사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병원 CEO 를 위한 시사점. 전문경영인연구19(2), 121-138.
  • 정은경. (2017). 국가 감염병 공중보건위기 대비와 대응체계.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60(4), 296-299.
  • 질병관리청 (2021).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https://ncv.kdca.go.kr/board.es?mid=a11707010000&bid=0032#content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건강정보문해력(헬스리터러시) 제고 방안 연구. 연구보고서 2020-24. http://repository.kihasa.re.kr/handle/201002/37301
  • Bordia, P., & DiFonzo, N. (2004). Problem solving in social interactions on the Internet: Rumor as social cognition. Social Psychology Quarterly67(1), 33-49.
  • Chong, Y. Y., Cheng, H. Y., Chan, H. Y. L., Chien, W. T., & Wong, S. Y. S. (2020). COVID-19 pandemic, infodemic and the role of eHealth literacy. International journal of nursing studies108, 103644.
  • Dalziel, G. (Ed.). (2013). Rumor and communication in Asia in the Internet age. Routledge.
  • Gilbert, G. L. (2020). Commentary: SARS, MERS and COVID-19—new threats; old lessons.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49(3), 726-728.
  • Islam, M. S., Kamal, A. H. M., Kabir, A., Southern, D. L., Khan, S. H., Hasan, S. M., ... & Seale, H. (2021). COVID-19 vaccine rumors and conspiracy theories: The need for cognitive inoculation against misinformation to improve vaccine adherence. PloS one16(5), e0251605.
  • Paek, H. J., & Hove, T. (2020). Communicating uncertainties during the COVID-19 outbreak. Health Communication35(14), 1729-1731.
  • World Health Organization Regional Office for Europe. (2013). Health literacy: the solid facts, Copenhagen: World Health Organization Regional Office for Europe. https://apps.who.int/iris/handle/10665/326432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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