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不通)은 고통이며 비용이다, 인공지능 시대 ‘의료기관’의 커뮤니케이션

불통(不通)은 고통이며 비용이다, 인공지능 시대 ‘의료기관’의 커뮤니케이션

  • 유승철
  • 승인 202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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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병원 그리고 불통의 병원

병원은 매우 복잡한 ‘복합조직’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최고의 의료 전문가들이 동일한 공간에서 환자 치유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서 고전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군 간의 갈등’ 또 ‘사람들 간의 소통의 문제’는 당연히 일어나는 것입니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는 바로 병원 조직이 다루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는 것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일이기 때문에 작은 소통에 실수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일으키곤 합니다. 소비자 심리학에서는 이를 관여도(involvement)라고 이야기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의료 서비스는 최고수준의 관여도를 지닌 서비스입니다. 당연히 서비스 제공자에게 거는 기대와 관심은 막대할 수 밖엔 없습니다. 물론 종사자 입장에서도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특히 소통이 안되면 문제가 발생하고 또 고통이 찾아옵니다. 

금전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한마디로 소통이 안되어서 일어나는 불통(不通)은 병원에게는 큰 비용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조사회사(CRICO Strategies)가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병원 조직원의 소통 때문에 일어나는 비용 손실이 약 1.7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 소통 문제로 사망한 환자는 ‘2천 명’에 달했습니다. 이 조사는 미국 내 2만 3천건의 병원 소송의 주요 원인을 분석했는데 그 소송 가운데 7천건 이상의 소통 문제로 발상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소통의 병원경영에서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통 가운데는 간호사와 의사와의 소통 문제가 가장 크고 다음으로 환자와 의료진과의 소통 문제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예컨대 의사소통 실패는 교대 근무 중에 환자를 돌보는 것이 다른 간병인에게 넘길 때 가장 흔히 발생합니다.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하거나 모호한 정보가 담당자 전환 시 제공되면 의료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환자가 잘못된 치료를 받거나, 잘못된 약물을 투여 받거나, 필수 검사 및 치료가 지연될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환자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른 예로 환자는 종종 ‘병원 의료 서비스 여정(hospital medical service journey)’의 여러 단계에서 빈번한 지연(delay)을 경험합니다. 놀랍게도 지연의 대부분은 직원 간의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환자 처리 속도를 늦추고 입원 기간을 늘리며 환자 만족도 점수를 낮추는 핵심 문제이며 종국에는 병원에 비용 손실을 초래합니다. 이처럼 병원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은 단순히 ‘화목한 조직’을 만드는 것을 떠나서 ‘의료 성과와 품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경영 입장에서 볼 때 효과적인 소통은 병원의 비용을 절약하는 왕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원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을 시각화한 도해 (출처: https://www.alert-software.com/blog/how-to-beat-internal-communication-issues-in-healthcare)
병원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을 시각화한 도해 (출처: https://www.alert-software.com/blog/how-to-beat-internal-communication-issues-in-healthcare)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미래의 병원에서도 조직 간의 갈등 소통의 문제가 나아질까요?

비관적으로 바라보자면 더욱 심각해질 지도 모릅니다. 서로 만나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비대면으로 처리하다 보니 더 많은 소통 노력과 그리고 잘못된 정보전달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보면 문서와 문자로 소통하기 때문에 소통에 있어서 명료성 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지만 언어 뒤에 숨겨져 있는 행간의 의미를 전달하기에는 문서 그 자체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문서는 사태의 긴급성을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비대면 소통을 린 커뮤니케이션(lean communication)이라고 부릅니다. 정보의 양이 적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면 소통을 리치 커뮤니케이션(rich communication)이라고 합니다. 정보가 풍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 심리학 연구(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Albert Mehrabian 교수)에 의하면 메시지 전달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이 7%, 목소리인 음조, 억양, 크기 등이 38%, 비언어적 태도가 55%에 달한다고 합니다, 의사소통에서 언어적 메시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7%밖에 되지 않는다고 보면 비대면 소통의 불안정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또는 가족관계에서 그 사람의 얼굴이나 몸집만 보아도 심중을 꿰뚫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병원에서 효과적인 소통을 진행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해서 냉소하고 포기하면 이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기는 답이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우리 병원이 조직원 간의 소통이 원활한 병원이라면 다른 병원에 비해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우수 병원이 될 수 있다는 기회 요인으로도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기회는 주체가 만드는 셈입니다.

소통에서 비언어적 요소의 비중 (출처: https://www.rightattitudes.com/2008/10/04/7-38-55-rule-personal-communication)
소통에서 비언어적 요소의 비중 (출처: https://www.rightattitudes.com/2008/10/04/7-38-55-rule-personal-communication)

‘기계의 시대의 소통’ 그리고 잘 돌아가는 병원

앞서 소통의 중요함을 이야기했습니다 또 다른 소통의 중요한 이슈는 바로 ‘기계를 이용한 소통’입니다. 이제는 채팅과 메신저 등 인공지능 기반 소통 도구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이제 매우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환자들도 병원 챗봇(chatbot)을 통해 예약을 진행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이런 인공지능에 기반한 소통 도구들이 세련되게 준비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경험한 답답함을 독자분들도 공감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도구들이 보다 보편화되고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병원 업무에 이런 ‘문명의 이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소통의 도구들은 단순히 환자 또는 미래의 환자와 우리 병원의 조직이 소통하는 외부 접점 채널 역할을 넘어서 우리 조직원들 간에 화합을 또는 업무 소통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업적 측면에서나 병원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병원 직원들의 생일이나 경조사를 챙기는 시스템이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에서 화합의 정도의 차이는 상당합니다. 물론 형식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병원 경영진이 이를 수동으로 진행하는 것은 대단한 노고이며 각종 일정들을 자동화할 때 얻어지는 이익은 큽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알람’ 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조직이 자동적으로 탄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기본은 조직 소통의 진실성에 기반해야 합니다. 도구는 역시 도구로서의 역할만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조직원들의 일상과 행복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병원의 업무적 소통과 화합에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 직원이 우리 병원에 대한 충성도가 더 적은데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좋아하고 찾아 올리는 없습니다. 이처럼 조직 내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데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이제 주저하면 안 됩니다. 

병원 조직원 이탈은 상당히 빈번합니다. 실제로 병원 조직원의 약 50~55%를 차지하고 있는 간호사 인력의 경우에는 평균 체류 기간이 수 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대한간호협회가 진행한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안 된 신규 간호사 10명 중 7명은 근무가 힘들어 일하고 있는 병원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 신규 간호사 1,39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다니는 병원을 1년 이내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67.4%로 나타났습니다. 실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2019년 간호사 대상 조사 / 대한간호협회 & 동아일보 (출처: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91015/97875675/1)
2019년 간호사 대상 조사 / 대한간호협회 & 동아일보 (출처: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91015/97875675/1)

또 이 체류기간은 점차 짧아지는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최근에 전 산업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MZ 세대 신입사원의 교육과 충성도 제고’라는 화두는 병원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병원 조직의 업무 강도가 높고 또 워낙 중요한 안건(환자의 생명)을 다루다 보니 조직원의 긴장감도 상당히 높습니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소위 MZ 세대 직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보상을 뛰어넘는 소통을 통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최근 IT기업에서 자살자가 늘어나고 조기 퇴사가 늘고 있음은 병원 조직에도 많은 함의를 전합니다. 혹자는 젊꼰(젊은 꼰대) 문화에 반발해 이탈이 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5060 꼰대보다 더 싫다…3040 젊꼰에 질려 이직한다"는 MZ 사원들의 호소에 유념해야 합니다. 저연차 직장인일수록 임원·부장급보다 팀장급 중간관리자나 직속 선배의 '꼰대스러움'에 몸서리친다고 합니다(매일경제, 2021). 한편으로 젊은 세대들이 자기들과 맞지 않으면 꼰대로 모는 태도에 대한 비판도 큽니다. 어떤 세대가 옳고 그르다고 정리하기 보다는, 요즘 직장에서 세대간 이해가 더욱 필요해진 것에 대한 인식과 해결 노력이 중요함을 이해해야 할 것 입니다.

"5060 꼰대보다 더 싫다…3040 젊꼰에 질려 이직한다" / 2021년 매일경제 보고서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8/800586)
"5060 꼰대보다 더 싫다…3040 젊꼰에 질려 이직한다" / 2021년 매일경제 보고서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8/800586)

실제로 이러한 직무이탈의 문제가 단지 우리 한국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병원 조직원 이탈률(turnover rate) 17.5%에 이릅니다. 특히 병원 직원 가운데 간호사는 늘 부족합니다. 병원 조직원들이 전문적인 직종에 종사하고 있고 그리고 다른 직장보다 고수익의 고수익 임에도 불구하고 이탈이 빈번한 것은 그만한 업무상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미국 사례를 보면 간호사들 퇴사의 원인은 업무부담 스탭 관계 등등 커뮤니케이션과 상당히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금전적 이유는 10%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다른 직업에서 퇴사의 이유가 보통 금전적인 것을 생각해보면 병원 인사관리와 소통관리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통이 되어야 병원이 잘 돌아갑니다.

 

불통에서 소통으로 – 조직의 소통을 리드하는 병원 경영자

우리 속담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한 나무는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잎이 흔들려서 잠시도 조용한 날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의역하면 ‘자식 많은 사람은 걱정이 떠날 때가 없다는 뜻’ 입니다. 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명 규모의 동네 병원에서 성장과 성장을 거듭할수록 조직원들과 관련한 고민은 깊어집니다. 자연스럽게 관계도 형식적이고 관료적이 되기 쉽습니다. 

오늘 본 글을 읽고 있는 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 경영자들은 “내가 어떻게 우리 병원 조직원들에게 소통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단순히 치유를 위한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병원 내 효과적 소통에 활용할 수 있을 방안을 고민해 보길 바랍니다. 많은 조직들이 CCO(Chief Communications Officer)를 두고 있을 정도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소통을 리드할 수 있는 병원 경영자는 좋은 병원을 넘어서 위대한 병원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간호사 이탈 이유에 대한 조사 (출처: https://peopleelement.com/administrators-guide-retaining-nurses/top-reasons-all-rns-leave-2-2)
미국 간호사 이탈 이유에 대한 조사 (출처: https://peopleelement.com/administrators-guide-retaining-nurses/top-reasons-all-rns-leave-2-2)

 


[인용]

  • Mehrabian, A. (2017). Nonverbal communication. Routledge.
  • Rasters, G., Vissers, G., & Dankbaar, B. (2002). An inside look: Rich communication through lean media in a virtual research team. Small group research, 33(6), 718-754.
  • Effects of Poor Communication in Healthcare https://www.hipaajournal.com/effects-of-poor-communication-in-healthcare/
  • top-reasons-all-rns-leave https://peopleelement.com/administrators-guide-retaining-nurses/top-reasons-all-rns-leave-2-2
  • "5060 꼰대보다 더 싫다…3040 젊꼰에 질려 이직한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8/800586/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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