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크리에이티브] 애매한 우리 사이처럼 흐릿한 글씨

[해외 크리에이티브] 애매한 우리 사이처럼 흐릿한 글씨

  • 이지원 기자
  • 승인 202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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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팽글러 캔디(Spangler Candy), 잘못 인쇄된 글자만 모인 한정판 사탕 상자 출시
출처 Youtube 캡처
출처 Youtube 캡처

[ 매드타임스 이지원 기자] 스팽글러 캔디(Spangler Candy Company)의 제품 '스위트하트(Sweethearts)'는 하트 모양의 파스텔 색상 사탕으로 'Be Mine', 'Call Me', 'Kiss Me' 등과 같은 메시지가 쓰여 있어 밸런타인데이 사탕으로 유명하다. 스위트하트 사탕은 제조 공정에서 글자가 뚜렷이 인쇄되었는지 2번 검사되며, 흐릿하거나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알아볼 수 없는 글자의 사탕은 다시 처음 공정으로 돌아가 새로운 사탕으로 탄생한다.

그런데 이번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스팽글러는 흐릿한 글씨를 가진 사탕만을 모은 한정판 스위트 하트 캔디 'Situationship Boxes(시추에이션쉽 박스)'를 만들었다. '시추에이션쉽 박스'는 아직은 사랑과 우정 사인, 소위 '썸타는 관계'인 사람들을 위해 출시되었다.

'시추에이션쉽(situationship)'은 친구와 연인의 중간 관계인, 애매한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시추에이션쉽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관계로서 가벼울 수도 있고, 진지할 수도 있는 등 의미의 범위가 넓고, 관계의 깊이도 다양하다. 현재 시추에이션쉽은 사전에 공식 등재되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사에서 뽑은 2023년 올해의 단어 목록 순위에 올랐다.

Z세대들의 관계는 정의하기 어렵다. 스팽글러가 틴더(Tinder)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Z세대가 정의되지 않은 관계에 더 편안함을 느끼며, 관계의 결과보다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 자체에 더 흥미가 있다. 스펭글러는 이와 같은 트렌드에 맞춰 흐릿한 글자와 불완전함이 돋보이는 사탕을 만들었다. 알 수 없는 글자는 곧 정의되지 않은 애매한 관계를 의미한다.

스팽글러의 마케팅 부사장인 에반 브록(Evan Brock)은 "캠페인은 '불완전함을 기념하는 방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스위트하트 시추에이션 박스는 썸의 관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싱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것은 대중문화를 이용하여 스위트하트의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광고 화사 Tombras N.Y의 ECD인 아비니쉬 발리가(Avinash Baliga)는 "최근 '썸'이라는 관계가 매우 흔해졌다. 2024년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여 우리는 애매모호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사탕의 글씨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곧 매력이다. 사탕 글씨의 불안전함을 데이트할 때 느끼는 애매모호한 감정을 설명하는 주석이자 브랜드의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이 아이디어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제품에 그 어떤 변형도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버림받았던 사탕을 가져와 새로운 상자에 포장한 뒤, 새로운 의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100년 역사의 브랜드가 여전히 일상과 관련되어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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