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희해수'라고 하는 소주에 꽂아 마시는 숙취해소음료가, 특이한 음용법으로 젊은 세대 사이의 '술자리 필수템'으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소주병에 결합하여 마시는 점이 술자리의 재미와 소주의 맛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다. 한국에서 개발된 ‘숙희해수’가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 핫한 아이템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한류 아이템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 소주 ‘참이슬’ 등의 술병 입구에 ‘숙희해수’ 병의 바닥 부분을 직접 연결하여, 두 액체를 혼합한 후 잔에 따라 마신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음용 방법이 일본에서 유통되는 기존의 숙취 해소 제품과의 차별화되는 점이다. 두 병을 연결하여 숙취 해소 음료를 술과 함께 섭취하는 과정이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었고, 새로운 형식의 ‘프로세스가 가미된 사진발(プロセス映え)’을 가능하게 하여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숙취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친구나 연인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면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마시는 과정이 스마트하면서도, 당일의 취기와 다음 날의 숙취를 억제할 수 있는 ‘숙희해수’인 것이다. 음용 과정 그 자체가 "사진발"로 주목받기 때문에, 동영상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트렌드와도 잘 부합된다. 병을 연결하고, 잔에 따라 마시는 과정을 SNS에 올리면 "좋아요"를 받을 확률도 높아진다. 정지화면에서 동영상으로 젊은 층의 트렌드가 이동하는 가운데, 이 ‘프로세스가 가미된 사진발(プロセス映え)’요소를 상품에 포함한 것이 이 제품이 성공한 중요한 포인트이다.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SNS를 통해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트렌드가 즉각 일본의 젊은이에게 전달된다.
한류의 새로운 전기
“지금까지는 K-POP, 드라마, 영화 등 메이저급의 한류 콘텐츠와 화장품, 패션 관련 제품 등의 꾸준한 인기가 한류를 이끌어 왔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떡볶이, 치킨과 같은 새로운 한류의 콘텐츠가 주목을 받고 있다. 평범하면서 서민적이고 생활 밀착형이다.(중략) 한류 카테고리가 다양화되면서 이러한 일상생활에 기반을 둔 콘텐츠들이 인기이다. 한국 뮤지컬, 가구, 한국식 카페 등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먹는 것으로는 짜파구리, 불닭면, 치즈 라면, 찌개 라면, 닭한마리, 삼겹살 등 흔히 한국에서 보통 사람이 흔히 즐겨 먹는 아이템이나 상품이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이다.” 이상은 2021년 4월에 작성한 칼럼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Trend Japan] 한류의 IMC 접근 : 마이크로 한류 - 매드타임스(MADTimes)) 코로나가 한창 극성을 부리고 있던 시기에 일본에서의 한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3년 이상 지난 지금도 한류는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 뜻하지 않는 상품과 트렌드를 접하게 되어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젊은 층에 제한되지만 숙희해수가 그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일상에 깊이 들어온 한류 트렌드를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한국식 때밀이’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인 ‘코난 오브리언(Conan O'Brien)’이 재미교포 영화배우인 ‘스티브 연(Steven Yeun, 한국이름 연상엽)’과 함께 LA 한인타운에 있는 찜질방에 가서 때밀이에 도전하는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서 본 적이 있다. 옷을 다 벗은 상태에서 때밀이 아저씨가 이태리 타월로 온몸을 빡빡 미는데 아파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즐거워하는 듯한 코난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경험으로 엄청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목욕탕에서 이태리 타월을 사용해서 때밀이를 하는 것은 한국만의 고유한 목욕탕 문화이다. 일본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온천물이 나오는 ‘슈퍼센토(スーパー銭湯)’라고 불리는 대중탕이 전국 곳곳에 있다. 동네 목욕탕보다는 규모도 크고 가격도 비싸면서(동네 목욕탕이 1회 3천 원 정도 슈퍼센토는 만 원 정도) 온천 이외에 마사지, 레스토랑, 대형 휴게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다. 그런데 슈퍼센토의 많은 곳에서 ‘한국식 때밀이(韓国式あかすり)’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안내 사인물에는 ‘한국식 때밀이(韓国式あかすり)’라고 명확히 표기하여 한국식을 어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태리 타월을 사용한다. 목욕탕이라고 하는 일본의 일상에 한국 문화가 섞인 것이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한국 관련 경험을 하게 된다. 기간 한정으로 한국 상품을 중점적으로 판촉하는 ‘한국 페어(Korea Fair)’를 실시하는 것을 여러 곳에서 목격했다. 얼마 전 일본에서 가장 큰 편의점 체인인 ‘세븐 일레븐’에서 실시한 한국 페어의 광고 문구이다.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치킨, 참기름 향이 가득한 잡채, 흑설탕 콩가루가 든 뚱카롱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한국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행사 기간 매일 질리지 않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치 한국의 편의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이 일본 편의점에서 거의 동시에 팔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 학습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한국 드라마와 K-POP 등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20년 동안 이어져 온 "한류 열풍"이 그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어 전공"을 새롭게 개설하는 대학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젊은이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아이돌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한국어를 넣으면 멋져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흥미로운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어학학습 앱인 Duolingo의 조사 보고인 「Duolingo Language Report 2023」에 따르면 "일본에서 학습되고 있는 언어 Top 5"는 1위가 "영어" 84.1%, 2위가 "한국어" 25.0%, 3위가 "중국어" 12.5%, 4위가 "프랑스어" 6.0%로 나타났다. 영어에 이어서 2번째로 많이 학습되는 언어이다. 이 외에는 젊은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운영하고 K-POP 댄스 스쿨에서 K-POP 댄스 학습에 몰두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교는 K-POP 댄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 사이에 인기도 높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상호 작용을 하면서 언어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본어(ハンボノ)’라고 하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한본어’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합쳐 만든 ‘한일어’라는 뜻이다. 원래 한류 열풍이 불면서,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한국에서도 J-POP 등 일본 바람이 일어나면서, 한국에서도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본어’는 어느 쪽에서 사용해도 통하기 때문에 편리하면서 새로운 언어 표현 방법이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본다.
それバケ(소래바께)?: ‘それ(소래)’는 ‘그거’의 일본어 + ‘バケ(바께)’는 ‘밖에’의 일본어 발음으로 일본어로는 ‘だけ(다께)’, 한국말로 해석하면 ‘그거밖에’(일본어 それだけ)의 의미가 된다. 예:お金、それバケしかないの?(돈이 그거밖에 없어?)
ダイスキイムニダ(다이스키이무니다): ‘ダイスキ(大好き, 다이스키)’는 ‘매우 좋은’의 일본어 + ’イムニダ(이무니다)’는 ‘입니다’(일본어 です)의 일본식 발음. 한국말로 해석하면 ‘매우 좋아합니다’이다. 예:そりゃもちろん、ダイスキイムニダよ(그거는 물론 너무 좋아하지요)
ちょっとキダリョください(조토기다려구다사이): ‘ちょっと(조토)’는 ‘잠깐’의 뜻 +’キダリョ(기다려, 일본어로 待って)+ ‘ください(구다사이)’는 ‘주세요’의 일본어. ‘잠깐 기다려주세요’라는 뜻이다.
찾아보면 더 있을 것도 같지만 숙희해수, 한국식 때밀이, 편의점의 한국 상품 페어, 한국어 학습 붐, K-POP 댄스 스쿨, 한본어 등이 최근에 내가 발견한 한류의 새로운 아이템이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한류에 관한 아이템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아직도 조금씩 하지만 지속적으로 진화하면서 일상 생활 속으로 조금씩 깊숙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내 침투한 일본 문화
일본의 일상에서 한국 문화가 점점 확산해 가고 있는 만큼 이미 일본문화도 우리나라의 다양한 일상에 침투해 있다. 돈까스, 카레라이스, 일본식 라멘, 스시, 고로케, 샤브샤브처럼 이미 많이 알려진 일본 음식이 있고 거리에는 일식당이 많이 보인다. 국내 서점가에서 일본소설이 베스트셀러에 항상 올라와 있다. ‘히라시노 게이고(東野圭吾)’,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요시모토 바나나(吉本真秀子)’,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등 많은 일본 작가의 국내 팬덤은 상당한 수준이다. 어린이들은 포켓몬스터, 디지몬, 짱구는 못말려, 명탐정 코난, 슬램덩크, 원피스, 나루토, 헌터헌터 등을 보면서 자랄 정도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영향력은 엄청나다. 또한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하고 헬로키티, 슈퍼마리오는 친숙한 캐릭터이다.
에스파, 뉴진스 등 K팝이 일본을 석권하는 반면 J팝 또한 한국에서 분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악의 국경이 사라짐에 따라 일본의 음악은 주로 유튜브, OTT, 음악 플랫폼 등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골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자생적인 팬덤이 생겨났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지난 2024년 7월 한국 이용자들 사이 J팝 월간 재생 횟수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인기 절정인 7인조 보이 그룹 ‘나니와단시(なにわ男子)’는 내년 1월 11, 1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펼친다.
유통업계에도 일본 관련 행사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2024년 7월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롯데는 롯데월드타워와 몰 일대를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 캐릭터와 관련된 부스와 체험 공간 등으로 꾸몄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잇따라 폐점했던 일본의 대표 브랜드 유니클로는 롯데월드몰에 약 3504㎡(약 1,060평) 규모의 국내 최대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문화는 쌍방향으로 흐른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우리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 문화 개방의 한국 문화의 발전에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이다. 그리고 문화계에서 일본 문화 개방을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우리 문화의 질적인 향상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 문화가 일본 문화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고 역으로 일본에서 우리 문화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K-POP과 한국 드라마 등 한류가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Trend Japan] 한류의 성공 뒤에는 “스트레스”가 있다. - 매드타임스(MADTimes) 참조
한편, 문화는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흐른다. 일본 내에 한국문화가 많이 스며 들어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일본 문화가 퍼져 나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지 모른다. 타문화를 수용하면서 우리 문화 확산의 폭이 더 넓어진다. 이제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타국의 문화에 물들여 지는 약한 존재가 더 이상 아니고 외국 문화를 분별해서 수용할 만한 내공이 쌓여 있다. 타국의 문화를 온전히 누리는 여유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문화 생산과 소비의 중심은 젊은 세대가 이끌어간다. 리얼한 양국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젊은 층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다. 기성세대는 역사와 정치 문제를 문화와 연결하는 경향이 있지만 젊은 세대는 이에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문화교류를 양국 간에 폭넓게 이어갈 수 있다면 소통의 장치로 작동하며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정치는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문화는 꾸준하고 안정적이다. 문화는 서로의 마음을 열고 친밀함을 느끼게 한다. 젊은 세대들의 교류는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과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Z세대는 기술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는 세대이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 큰데,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일상적으로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다. Z세대와 그다음에 등장할 알파 세대가 한일 양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한일 간의 문화 교류가 더욱 진화할 것이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