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과 기업문화

스타트업 창업과 기업문화

  • 배운철
  • 승인 2018.1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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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기업문화도 경쟁력이다

스타트업 창업은 단순하게 회사를 만드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타트업 창업은 그 규모는 작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과 같다.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창업 초기에 겪는 어려움 중에서 많은 부분이 기업문화와 관련이 있다. 비전과 사명을 추구하는 추상적 개념의 기업과 각자 맡은 일을 담당하는 실체적 참여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모든 활동이 기업문화가 된다. 스타트업의 독특한 기업문화는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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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시작할 때부터 기업문화를 고민하라

스타트업 창업은 그 자체가 새로움을 추구한다.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살펴보면 그 기업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2009년 7월 22일에 온라인 신발 판매 사이트로 유명한 자포스(Zappos)를 인수했다. 매출이 더 필요하거나 단순히 산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자포스를 인수한 것이 아니었다.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아마존이 자포스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유일의 기업문화’, 고객과의 강한 유대관계, 리더십 등 무형의 자산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차별화 되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가 독특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자포스 인수 사례는 스타트업 기업문화가 그 자체로 얼마나 가치있는지 증명한 사례다.

스타트업의 기업문화는 창업전부터 준비하거나 창업 초기에 기본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문화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모든 직원들이 언제든지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정리하여 게시하는 것이다. 회사 내부 인트라넷에 게시할 수도 있고 사무 공간 곳곳에 게시할 수도 있다.

배달의 민족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이미지는 꽤 오랫동안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고 인터넷에서 확산되었다. 복잡하고 거룩한 사내 규정집보다 재미있고 직관적이다. 배달의 민족이 보여준 여러가지 기업문화들은 대한민국 스타트업들이 꼭 참고했으면 한다. 스타트업 창업 초기부터 기업문화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원하지 않는 성장통을 겪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필자가 인터뷰했던 한 스타트업은 4명의 공동창업자로 시작했다.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달라 창업 초기에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아침형 멤버와 올빼미형 멤버는 서로 일하는 시간대가 다르다보니 업무를 협의하는 시간을 잡기가 어려워 불만이 생겼던 경우다. 창업멤버라 서로에게 싫은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아 한참 마음 고생을 했다고 한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이 커져 하루 날을 잡고 마라톤 회의 끝에 합의안을 찾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근무시간과 관련된 문제는 어떤 스타트업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스타트업 기업문화에서 제일 먼저 확정해야 하는 것이 근무시간에 대한 규정이다. 근무시간에 대한 규정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전반적으로 근태가 나빠지는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9시가 출근 시간인데 30분 일찍 오는 A 직원과 30분 늦게 오는 B 직원이 있을 경우 이 상태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어떤 직원이 불만이 생기겠는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스타트업은 엄격한 규정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기업은 규모가 크든 작든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므로 스스로의 규정을 잘 정립하고 기업문화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가 배달의 민족에서 일 잘하는 방법의 첫 번째 선포다.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가장 먼저 출퇴근 시간에 대한 공감과 합의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꾸기도 전에 출퇴근 시간 문제로 티격태격 하는 일이 벌어진다.

스타트업에서 워라밸은 가능할까?

최근 사회 트렌드를 반영하는 단어 중 하나가 ‘워라밸’이다. 스타트업 창업 초기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법적 근무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의 근무 시간에 대한 부분은 앞에서 얘기했던 기업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정해진 근무 시간과 야근 또는 철야 작업에 대한 상황을 법적 규정만으로 대응하고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기업에서 출근 시간에 관대하고 퇴근 시간에 엄격한 자기중심적 시간 기준을 가진 직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탄력 근무제 등을 적용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흔히 스타트업 하면 무조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스타트업은 투입된 시간 중심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산출된 결과 중심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기존 산업구조에서는 투입된 시간과 산출되는 생산량이 비례하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의 스타트업은 일에 투입된 시간과 산출물은 그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 시간과 노동을 투입하면 생산량이 늘어나는 일은 앞으로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필자는 기존 전통산업들에 적용되는 워라밸과 스타트업이 바라보는 워라밸은 조금 달라야하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미리 고민하고 내부 규정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기업의 성장과 함께 기업내부에서 의견충돌이나 논쟁이 생길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창업멤버들은 개인 생활과 회사 생활의 구분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회사가 성장하며 그 다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냥 직장으로 취업하며 입장 차이가 생기는 부분이다. 그들에게 본인들의 창업 초기 희생정신과 헌신을 기대하고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규정을 잘 만들어 두어야 한다.

스타트업의 기업문화도 출퇴근과 같은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정기 휴가, 대체 근무 등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명확하고 공정하고 합의된 규정을 만들고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켜나가는 문화를 만들 수 있어야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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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철 :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트렌드와칭 발행인.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 sns: facebook.com/think1more e-mail: think1mo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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