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e 의 Ad Classic] 따뜻한 보살핌 vs 든든한 버팀목

[Kate 의 Ad Classic] 따뜻한 보살핌 vs 든든한 버팀목

  • Kate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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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te 칼럼니스트] 올해는 추위가 빨리 시작되었다. 아침 저녁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져 어느새 집안에 보일러 버튼을 누르게 된다. 4계절이 있는 한국은 겨울이 오기 전에 입동준비가 필요하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난방기구의 준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 중에 나이 드신 부모님들의 겨울 안부를 여쭙게 된다. 한국의 가족 문화에서 부모님의 겨울나기를 위한 필수 아이템은 바로 든든한 난방기구다.

그래서 이런 배경 때문에 유명해진 TV광고가 있다. "여보, 어머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 겠어요."라는 카피가 유행어처럼 바이럴이 되었던 그 광고다. 1991년에 온에어(on-air)되었던 경동 보일러 브랜드의 TV 광고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그때는 연탄으로 난방을 해결하던 옛날 주택들이 많았다. 겨울에도 추위를 뚫고 외부로 나와 아궁이를 통해 연탄을 갈아야 했던 것. 광고 영상 속에는 나이가 꽤 드신 할머니가 추위를 뚫고 밖으로 나와 연탄을 갈고 있다. 마케팅 상으로 연탄을 쓰던 집을 타깃으로 경동 보일러를 판매하려는 확실한 전략이 있었다.

하지만 이 광고의 오리지널 버전은 주택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한옥, 즉 시골의 부모님이 사시는 공간을 먼저 선택했었다. 즉 서울로 상경해 자리를 잡은 자녀들이,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연탄을 갈 필요가 없는 새 보일러를 놓아준다는 설정이다. 시골집에서 촬영한 광고버전은 아버지와 어머니와 모두 출연했고, 카피는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 겠어요.” 라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당시 꽤 많이 회자되었고, 긍적적인 측면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시골집 버전의 영상을 칸 광고제에 출품했을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아 모두 당황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1) 경동보일러 광고 1편 시골집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

 2) 경동보일러 광고  2편 연탄갈기  “어머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제 보일러 광고에는 젊고 화려한 모델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기능 탑재를 강조한다. 더 이상 노부부나 노인들을 모델로 기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노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던 어르신들이 종종 광고에 등장했다면 최근에는 노인들이 스스로 자립해서 노후를 살아가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2022년 10월에 온에어(On-air)된 TV광고 영상을 감상해보자. 경동보일러에 나오는 어르신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공공정책의 하나인 기초연금 광고를 보면 자립해서 노후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모습이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솔직한 인터뷰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2022년의 어르신들은 자녀들의 “따뜻한 보살핌”보다는 자신의 노후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더 필요한 세상이 된 것 같다. 따뜻한 가족문화를 지키기 힘든 상황에서,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이나 서비스가 더욱 잘 정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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