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제라면 바꿔", 콰미 테일러-헤이포드(Kwame Taylor-Hayford)

[인터뷰] "문제라면 바꿔", 콰미 테일러-헤이포드(Kwame Taylor-Hayford)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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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in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인터뷰하기 전에 가장 긴장하게 한 인물이었다. 우선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몰랐다. 인터뷰를 도와주는 친구들에게 물었는데, 퀘임, 콰임, 콰미 식으로 다르게 하는 것 같았다. 작년 5월 P&G가 미국에서 집행한 아시아 계통 사람들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자는 캠페인에 감명했는데, 인터뷰이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건 인터뷰어로서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현대차도 올해 초 영국에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 달라는 광고를 하지 않았던가. 하긴 이는 1990년대 초중반에 대우 유럽에서도 비슷하게 진행한 바가 있는 소재였다. 삼성에서도 ‘샘성’, ‘삼숭’ 등 여러 발음이 나온다며 관련 광고를 해야 하지 않냐는 얘기도 나왔으나, 대우 얘기로 그냥 넘어간 적도 있었다. D&AD CEO에게 나중에 확인했는데, ‘콰미’라고 한다.

오전 인터뷰가 늦게 끝나고, 점심 시간이 지나서 헐레벌떡 그와의 인터뷰 장소로 가게 되었다. 먼저 그의 PR 담당자와 만나 따라가는데, 그가 다른 이들과 계속 얘기를 하게 되어 역시 질문할 시간을 놓쳐 그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한 채 그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숫기가 없어 그에게 인터뷰하면서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D&AD 광고제 기간 중 원래 마지막 인터뷰 대상자로 가장 다양한 분야를 거치고 경력도 오랜 편이었는데, 나 자신이 준비를 한 시간은 가장 적은 채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게다가 다른 대상자들은 모두 그들의 세션을 듣고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세미나를 하기 전에 하게 되었으니, 더더욱 정보가 부족했다.

긴장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힙합 뮤지션들이 흔히 쓰는 스냅백 모자를 쓰고 찍은 소개 사진 때문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뉴욕, 그중에도 뉴욕 힙합의 본거지인 브롱크스 출신일 거라 단정했다. 속사포 같은 말투에 특유의 액센트와 용어들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선입견이라며 나 자신을 꾸짖었지만,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는 힘들었다. 인사를 나누며 그가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던진 첫 질문이 “뉴욕 출신 아니냐?”라는 것이었으니 꽤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콰미는 뉴욕에서 태어나기는 했으나 세 살 때 떠나서 아버지의 나라인 아프리카 가나부터 이집트, 남아프리카, 영국 등에서 교육을 받고 20대에 미국으로 다시 왔다고 한다. 실제 조용조용 차분한 그의 말씨에서 내가 걱정했던 브롱크스다운 기운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인터뷰 직후에 그가 하기로 한 강연의 제목이 “Hate the brief? Change the brief.”였다. ‘브리프가 문제면, 브리프를 바꿔’라는 정도가 되겠다. 강연하기 전이었으니,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 물었다. ‘프로젝트를 의뢰받았을 때,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더 이상의 결과를 내는 방법’을 얘기할 것이라고 한다. 너무 막연하다. 좀 더 구체적인 방법과 자세를 네 가지로 제시했다.

  • Thought leadership of a consultancy (컨설턴트와 같은 이론 선도)
  • The eclectic creativity of an agency (대행사의 유연한 창의성)
  • The craft of a production company (제작사의 정교함)
  • The innovation of a startup (스타트업의 혁신)

이 네 가지가 한 방향으로 합쳐지며 파트너로서 고객사와 세상에 좋은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브리프를 지향한다고 한다. 핵심은 자신의 제품이나 기업만을 생각하는 고객을 더 넓은 단계로 끌어올리고 동참하게, 바로 ‘positive change(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기업에도 세상에도, 콰미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살린 사례로 그는 인하우스(in-house agency)로 자신이 일했던 그릭 요거트 브랜드인 초바니(Chobany)를 든다. ‘사람(people)-지역(community)-환경(environment)’이란 세 가지가 ‘Universal Wellness(모두의 더 나은 삶)’이란 그들의 지향점과 존재 이유로 잘 수렴된다. 초바니의 목적(purpose) 혹은 사명(mission)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음식을(Better Food for More People)’도 접할 수 있는데, 이는 초바니가 ‘Universal Wellness’를 달성하기 위한 방식이나 수단(Way)으로 보는 게 나을 듯하다. 공장 직원들에게도 주식을 배분하여 수많은 백만장자가 탄생하고, 공장이 있는 지역을 위해 운동 시설을 만들고, 소방서 등에 적극 기부하고 함께 활동한다고 한다. 그에게 한국에서의 초바니는 너무 비싸다고 하니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계면쩍게 웃으면서 생산지에서 너무 떨어진 까닭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흑인을 비롯한 미국 내 유색, 소수 인종의 창의성 개발과 발현 및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Saturday Morning(토요일 아침)’, ‘August Market(팔월의 시장)’ 그리고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일침프(Mailchimp)와 ‘Bloom Season(꽃피는 계절)’이란 단체를 조직해 참여하고 있다. 그에게 특정한 시기를 단체의 이름으로 잡은 이유를 묻자, 편하고 느긋한 상태의 토요일 아침만 그가 지었다며, 그런 공통점을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단다. 특히 ‘팔월의 시장’은 그의 처가 조직한 것이라면서, 어떤 상황인지 알지 않느냐는 식의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2016년부터 D&AD에 강연자나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그는 광고제의 특징을 초바니의 특성과 비슷하다면서 편하게 참가할 수 있고(convenience), 더욱 긴밀하게 연결(more connectedness)되어 모두가 진정한 소속감(real sense of belonging)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자랑스럽고 열정을 쏟는 분야는 그가 참여하는 바로 위에서 말한 소수 인종을 위한 단체와 비슷하게 공식 디자인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Shift(쉬프트)’란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D&AD의 CEO인 조 잭슨(Jo Jackson)도 가장 힘주어 말한 프로그램이었다. D&AD 광고제와 단체 전체를 조 잭슨과의 인터뷰와 함께 종합 정리하면서 더욱 자세히 소개하겠다.

 


콰미 테일러-헤이포드는 광고, 패션, 자선 활동을 아우르는 경력을 가진 크리에이티브 경영자이자 기업가이다. 그는 메일침프, 델타항공, 벤앤제리스 등의 브랜드를 위해 문화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창출하는 킨(Kin)의 공동 설립자이다.

킨을 설립하기 전에는 초바니에서 근무했다. 애드에이지는 초바니를 2019년 올해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로 선정됐다. 또한 패스트 컴퍼니는 초바니를 브랜드에 대한 창의적인 작업을 인정, 3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선정했다. 경력 초기에 콰미는 시드 리(Sid Lee)의 파트너로 일했으며, 어노말리(Anomaly)와 사치 뉴욕(Saatchi New York)에서 팀을 이끌었다.

콰미는 2022년 애드위크의 '크리에이티브 100', 2020년 애드에이지의 '40세 이하 40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9년에는 미국 광고 연맹의 '공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2017년부터 D&AD 임팩트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20년과 2022년에는 임팩트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D&AD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인종적 편견과 불공정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인식을 전환하는 비영리 단체인 SATURDAY MORNING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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