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힙합과 3P의 D&AD" 조 잭슨 D&AD CEO

[인터뷰] "힙합과 3P의 D&AD" 조 잭슨 D&AD CEO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05.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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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하얀색 아래위 일체형의 점프수트를 입은 그녀는 어디에나, 누구와 있었다. 장내 청소원이나 출입 체크하는 기도, 행사 홍보 담당자와 한참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세미나 연사를 소개하고 있었다. 심사위원 라운지에서 기자인지 친구인지 모를 사람과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하다가 벌떡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장난기 어린 미소와 열정을 얹은 제스처를 섞어서 대화하고 있었다. 다음 날 첫 세션에서 노랑과 검정이 어우러진 발랄하면서도 살짝 격식을 차린 듯한 차림새로 광고제의 일정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D&AD CEO임을 알았다. 당연히 D&AD 광고제에서 가장 바쁜 인물이었다. D&AD의 홍보 담당자가 그녀와 인터뷰를 하지 않겠느냐 제안했을 때, 워낙 찾는 사람이 많을 걸 고려해서 ‘10분만 얘기하겠다’고 했다. 중간에 두 차례 일정이 연기되고, 마지막 세션인 콰미 테일러 헤이포드의 세션 소개를 한 그녀와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힙합 버전의 칸 광고제(Hip-hop version of Cannes Festival)에요.”

서로의 소개와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는 등의 의례적인 인사말이 오간 후에 그녀가 D&AD 광고제의 인상이나 느낌에 관해 물어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했던 내 나름으로 내린 D&AD의 브랜드 정의를 얘기했다. 혹시나 그가 오해할까 싶어서 ‘힙합에는 긍정과 부정적인 면이 있겠지만, 나는 긍정에 더 무게를 실어서 얘기한 것이다’라고 부연 설명을 붙였는데,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이 그녀는 어떤 뜻인지 바로 포착하며, 동의의 손뼉을 치며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힙합은 젊다. D&AD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를 따져 보지는 않았지만, 20~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가 다수 있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나이 지긋한 유명 인사들이 강연자로 나서고, 기업 중역들의 사교 마당 역할을 하는 칸과는 다르다. 힙합은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햇볕 내리쬐는 바닷가 흰색 요트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과는 다르게 그라피티 낙서가 건물의 외양 디자인으로 자리 잡은 약간 뒷골목 분위기 나는 곳의 예전 양조장(brewery) 건물에서 D&AD는 열렸다. 힙합은 일방적이지 않다.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 만들어 간다. 인터뷰했던 친구들이 꺼내 놓은 ‘공동체(community)’, ‘소속감(sense of belonging)’, ‘편안함(convenience)’, ‘배움(education)’, ‘젊음(young)’의 요소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비빔밥 만들 듯이 그런 핵심 단어들이 든 양푼을 휘저으며 무치고 버무렸으며, 스스로 그 산물이자 상징이기도 한 인물이 바로 D&AD를 작년 말부터 맡은 조 잭슨(Jo Jackson)이다.

“’힙합 버전’이란 멋진 브랜딩을 했는데, 나도 한번 해보죠. D&AD는 긍정적인(positive) 자극을 주고받으며(provocative) 앞으로 나아가는(progress) 게 본질이죠. 3P로 정리할 수 있네요. 하하. 나도 브랜딩 꽤 하지 않나요?”

즉석에서 힙합의 라임 주고받기를 하듯 펼쳤는데, 행사와 단체의 핵심 요소를 시프트는 일반인들을 위한 야간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D&AD 심사위원들을 비롯하여 업계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들과 구글, 아디다스가 함께 하며, 대학에서의 전공과 상관없이 디자인, 광고업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한다. 현재 런던, 뉴욕, 시드니, 베를린, 함부르크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올해 D&AD광고제 현장에서도 시프트 참가자들의 작품 전시가 행사장 중심 공간에서 크게 펼쳐졌다. 한국에서도 광고, 디자인 관련 협회나 단체에서 무료 교육 활동을 제공하고 있으나, 짜임새나 현업과의 접목 측면, 축적된 노하우에서 시프트를 단기 과정으로라도 한국에서 한 번 실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런 가능성 타진과 함께 '애드아시아'라는 10월의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의 광고인 동료들을 향한 인사말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자고 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발랄하면서도 진정성을 듬뿍 담아 인사말을 촬영했다. 아니, 내 딴에는 촬영한다고 했다.

시프트 참가자 및 작품

D&AD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CEO인 조 잭슨의 인사말을 먼저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폐막 다음 날 새벽에 촬영한 스마트폰의 갤러리에는 동영상이 아닌 사진만이 있었다. 사진 촬영 버튼을 클릭하고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 렌즈를 대고 있었던 것이다. 홍보실에서의 신입사원 시절에 사진 담당이 휴가를 가서, 당시 CEO가 방문한 외국 주요 인사와의 환담 모습을 사진 찍으러 갔던 적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카메라라 CEO의 타박까지 들으며 지나치다 싶게 오래 많은 포즈를 부탁하며 촬영했다. 사무실에 내려와서 필름을 맡기려 카메라를 여니 필름이 없었다. 공 필름 상태로 셔터만 눌러 댔던 것이다. 딱 그런 허탈하고 민망하고 미안한 느낌이었다.

긍정적인(positive) 자극을 주고받으며(provocative)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는(progress), 조 잭슨 D&AD CEO의 한국 친구들을 향한 발랄하며 진정성 가득한 인사는 곧 따로 받아서 전하도록 하겠다. 화려함이나 집객 숫자를 우선 따지는 관행에서 벗어난 공동체를 조성하고 새로 연대를 다지는 힙합 느낌의 광고제와 교육 프로그램 한마당 벌이는 모습도 함께 그려 본다.

D&AD 시프트 홈페이지
D&AD 시프트 홈페이지

 


조 잭슨(Jo Jackson)

조 잭슨은 작년 9월 30일 D&AD CEO로 선임됐다. 조는 지난 15년 동안 브랜딩 및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디젤, 아디다스, 삼성, 디아지오 등 상징적인 글로벌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캠페인을 주도했다. 가장 최근에는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MADE.COM에서 글로벌 브랜드 및 크리에이티브 팀을 이끌었다. 조는 브랜드 전략에서부터 수상 경력에 빛나는 콘텐츠 제작, 디지털 채널과 몰입형 실생활 경험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및 소비자 참여에 이르기까지 조는 현대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접근 방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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