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커피와 마약 소비의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커피와 마약 소비의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06.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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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커피 문화 피카 (출처 coffee affection)
스웨덴의 커피 문화 피카 (출처 coffee affection)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왜 18세기 스웨덴 왕실에서는 그렇게 커피를 싫어했을까? 커피는 1674년에 처음 스웨덴 땅에 들어온 이후에 귀족과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왕들은 커피를 생필품도 아닌데 수입해서, 국가 경제를 좀먹는 사치품으로 여겼다. 차(tea)도 커피와 거의 같은 취급을 받았다. 거기에 러시아나 다른 북구 국가들의 위협 속에서 항상 긴장해야 하는 국민의 정신 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스웨덴 왕들은 생각했던 것 같다. 1746년 이래 스웨덴 왕실에서는 다섯 차례나 커피를 금지하려고 했다. 커피를 마시는 게 탄로 나면 벌금을 물거나 구류를 살아야 했다. 공개적으로 커피잔과 끓이는 도구들을 깨부수는 행사도 열었다. 1771년에 왕위에 오른 구스타프 3세는 강압적으로만 커피를 금지하는 대신 나름 과학적인 접근을 했다.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는 걸 실험을 통하여 입증해 국민이 자연스럽게 커피 음용을 하지 않게 하려고 했다.

커피를 싫어한 구스타프 3세와 형제들 (출처 scandinavia standard)
커피를 싫어한 구스타프 3세와 형제들 (출처 scandinavia standard)

구스타프 3세는 살인죄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인 일란성 쌍둥이 형제를 실험 대상으로 뽑았다. 그들에게 감옥에 갇혀 있지 않고, 출퇴근 복역을 하는 조건으로 하나에는 하루에 커피 세 주전자를, 다른 형제는 같은 양의 차를 마시도록 했다. 차를 장복하듯 마신 이가 먼저 숨을 거두었다. 그때의 나이가 83세로 당시 평균 수명보다 30년 이상을 훌쩍 뛰어넘어 장수했다. 다른 형제는 그 이후에도 한참 더 살았는데, 정말 오래 살았는지 언제 죽었다는 기록도 없다. 실험을 명령했던 구스타프 3세는 그 한참 전인 1792년에 그의 절대 왕정 체제에 불만을 품은 귀족들에 의하여 암살당했다. 귀족들의 불만에 커피가 어느 정도 몫으로 작용했는지는 모르겠다. 스웨덴에서는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커피 소비를 억제하려는 칙령이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에 의한 그런 억제 조치들이 반발을 불러서인지 스웨덴은 19세기 이래 국민 일 인당 커피 소비량에서 최상위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To win the war on drugs, end the war on drugs.(전쟁하지 않는 게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이다.)

버진그룹의 창립자인 리처드 브랜슨이 2016년에 발간한 책 <Ending the war on drugs>에서 주장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위와 같다. 마약 사용을 근절시키겠다며, 경찰과 군대를 동원하여 때려잡으려 하지 말고, 차라리 마약 사용 후의 위생 문제에 집중하여 다루라고 권고했다. 그들에게 깨끗한 주삿바늘을 대주고, 오남용으로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약 복용을 끊는 회복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라고 한다.

실제 포르투갈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2001년부터 포르투갈에서는 마약 복용자나 거래자를 잡아서 감옥에 보내는 대신, 깨끗하고 안전하게 마약을 복용하거나 살균된 주사로 주입하도록 유도하고, 문제가 생기면 국가에서 치료를 보장하는 식의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마약 관련해 한 명도 감옥에 보내지 않고도 마약 상습 복용자의 숫자도 줄이고, 바늘로 전염되기 쉬운 HIV 감염자가 70% 감소했다고 한다. 덩달아 절도 범죄도 급격하게 같은 기간 줄었다고 한다. 마약 수요가 줄면서 마약 구매를 위해 저지르는 범죄까지 줄어든 것이다.

북미 최초의 공공 감독 주사 시설, 밴쿠버 (출처 PHS)
북미 최초의 공공 감독 주사 시설, 밴쿠버 (출처 PHS)

리처드 브랜슨이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는데, 그의 제안이 실효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런 방식이 마약 사용이 전혀 ‘쿨(Cool)'하게 보이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상당수는 로빈 후드처럼 본인이 멋져 보이기 때문에 그 세계에 빠져든다. 그런데 마약 사용자를 정부지원체계 내에서 지원하면, 정부 지원이나 받는 찌질이가 된다. 마치 터키의 혁명가인 케말 파샤가 서구화를 추진하면서 여인들의 머리와 얼굴을 가리는 히잡 착용을 없애기 위하여 ’창녀는 히잡을 써도 좋다‘는 식의 명령을 반포한 것과 비슷한 반전을 만든 식이다.

어느 부모가 게임만 하는 아들과 싸우다 지쳐서, 포기 선언을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게임을 하라고 했더니 게임을 하지 않더란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그걸로 강제만 하다 보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구스타프 3세 스웨덴 왕처럼 무리하게 되고, 자기 명까지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반전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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