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리에이티비티가 인간을 구한다(Creativity save lives)" 마리나 쿠니에츠(Marina Kuniets)

[인터뷰] "크리에이티비티가 인간을 구한다(Creativity save lives)" 마리나 쿠니에츠(Marina Kuniets)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05.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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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중간이 마리나 쿠니에츠. 왼편 푸른 반팔 티셔츠가 반다의 창립자, 마이크를 든 이가 반다의 카피라이터, 왼쪽 둘은 반다의 고객인 우버의 마케팅 담당자들이다.
사진 속 중간이 마리나 쿠니에츠. 왼편 푸른 반팔 티셔츠가 반다의 창립자, 마이크를 든 이가 반다의 카피라이터, 왼쪽 둘은 반다의 고객인 우버의 마케팅 담당자들이다.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2022년 칸 라이언즈 세미나에 등장한 최고의 스타는 광고인이 아니었다. 그는 현장에 직접 나타나지도 않았고, 화면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이 바로 주인공이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의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뿐만이 아닌, 전 세계인의 자유를 위해 용기를 내주십시오."라고 크리에이티비의 축제에서 역설한 젤렌스키를 그 무대로 이끌고, 세미나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한 광고가 있다.

인스타그램 동영상으로 시작하여 세게 170개 도시에서 옥외광고로도 펼쳐진 “Be Brave Like Ukraine” 캠페인이었다. 우크라이나의 광고 회사인 반다(Banda)의 기획 담당으로 캠페인을 총괄한 마리나 쿠니에츠(Marina Kuniets)를 ‘Ukrainians don’t need your pity. They need your work(우크라이나인들에게 동정심이 아닌 일거리를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D&AD Festival 현장에서 열린 세미나 바로 후에 만났다.

“전쟁이 벌어진 후에 이태리로 갔고, 몇 주 전에 런던으로 이주했어요.”

우크라이나에서 언제 런던으로 왔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의외의 사실로 답했다.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는 이들을 뒤로하고 도망간 것이 아니냐는 어찌 보면 고루하다고 할 수 있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 생각을 의식했는지 그가 말했다.

“모든 것이 정지되었습니다. 15살짜리 딸이 다니던 학교도 문을 닫았고, 광고 일거리도 없어졌어요. 무엇이라도 하려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면서 ‘15살 애의 상태가 전쟁을 떠나서도 어떤지 알지 않느냐’고 물을 때는 사춘기 자식을 키워본 아비로서 공감을 표시했다.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알 수 없었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어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데 반다의 창립자가 그에게 전화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의지를 더욱 굳게 하고, 세계인들이 그를 알리며 지원을 이끌어내는 광고를 만들라고 했다. “그 전화가 나를 살렸어요. 유럽 각지로 흩어져 있는 반다 동료에게 연락을 했어요.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물론이고요. 다시 정신없이 일하면서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어요.” 약간은 오글거리는 말로 그에게 공감을 표시하며, 그도 동의했다. “Creativity save lives(크리에이티비티가 인간을 구한다).”

세미나에서 소개한 마리나가 주도했던 우버(Uber)와 함께 ‘Keep Ukraine Moving’ 캠페인은 실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며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우크라이나의 우버 운전자들이 피난민들을 비롯하여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비용 걱정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우버는 지원하는 한편, 전 세계 우버 앱에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부하라는 배너를 띄웠고, 기부금만큼 자신들도 후원하는 매칭 펀드를 조성했다. 세미나에서도 기부를 위한 QR코드를 마지막 슬라이드에 올렸다. 마리나의 동료 카피라이터는 돈을 떠나서 우버에서 자신들이 다시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을 맡긴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절망 상태의 마리나를 구원한 것과 같았다. “This is like medicine, healing(치유의 약이었지요).”

“2주 전에 이태리로 떠난 후에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갔어요. 가게들이 문을 열고,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어요. 반다도 광고주들이 돌아오고, 새로운 고객 영입을 위한 경합으로 바빠졌어요.” 전쟁의 참상 속에 신음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란 선입견이 그와 대화하며 떨치며, 영국 TV 뉴스에서 본 소식을 그에게 전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다고 해요. 그 전야제에서 우크라이나 밴드의 공연이 열띤 분위기에서 열리더군요.” 그의 얼굴이 더욱 밝아지면서 말했다. “작년 유로비전 우승을 우크라이나가 했어요. 이번에도 기대해요.” 이 역시 음악이라는 다른 분야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사람을 구원한 사례로 넓은 범주에서 넣을 수 있겠다.

전쟁보다 조금 일찍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원거리에서 공동작업이 가능하게 된 환경이 조성되었기에 “Be Brave Like Ukraine” 캠페인이 가능했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퀘어를 포함한 주요 도시의 광고판들을 어떻게 그렇게 확보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덴츠 미디어에서 앞장서 지원해 줬고, 무료로 광고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연락이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각국 정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각종 편의를 제공해서, 자신도 예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했는데 영국에서 적법한 허가를 받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년 칸 라이언즈는 우크라이나 광고인들에게는 참가비를 받지 않는 ‘free access’를 제공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시야를 세계로 넓히는 데 전쟁이 역설적으로 공헌했단다. 마지막으로 요청한 한국 광고인들에게 보내는 인사말에도 희망을 담았다.

“광고는 힘든 비즈니스이죠. 그러나 용기를 가지면 충분히 이룰 수 있습니다. 가까운 시기에 여러분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안내하여 우리나라 여러 것을 다닐 그날을 희망합니다.”

 


마리나는 우크라이나의 독립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반다의 비즈니스 개발 책임자이다. 15년 전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으며, P&G, 코카콜라, 맥도날드를 담당했다.

마리나는 우크라이나 디지털 혁신부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의 옥외 광고 캠페인으로 성장한 'Be Brave Like Ukraine'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구급차 구입 기금 마련을 위한 글로벌 Uber 캠페인인 'Keep Ukraine Moving'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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