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웅의 덫에 빠지지 않는 좋은 광고란" 토마스 콜스터

[인터뷰] "영웅의 덫에 빠지지 않는 좋은 광고란" 토마스 콜스터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05.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하나-둘-셋’ 외치면 모두 자기의 ‘새해 결심(new year’s resolution)’을 큰 소리로 말하는 거예요. 자, 하나-둘-셋!"

덴마크 출신의 북구 유럽인다운 큰 키에 검은 색 조끼와 진바지를 입은 연사 토마스 콜스터(Thomas Kolster)가 약간 과장된 손동작으로 청중들을 부추겼으나, 낯 뜨거울 정도로 객석에서는 거의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벌써 결심을 잊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첫 번째 시도보다는 덜 쑥스럽게 몇몇 청중들이 마지못한 듯이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냈다. 그 정도라도 위안이 되었다. 그때부터 청중석의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는 게 느껴졌다. 주의력과 관심도를 나타내는 풍향계 바늘이 무대의 콜스터를 향했고, 그 화살표가 더욱 크게 뚜렷해지고 있었다. 그가 준비한 원고를 끝내고 질문을 받겠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 청중들 다수가 손을 들었다. 다음 세션 때문에 질의응답 시간을 서둘러 마친 직후에 먼저 인터뷰 장소인 ‘심사위원 라운지’에 와서 그의 강연 내용에 바탕을 둔 질문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못다 한 질문을 하거나, 그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이들이 줄을 서 있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조용했다가 서서히 그러나 막판에는 후끈 달아오른 강연의 열기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웠다.

"당신 강연이 사람의 행동 변화(transformative)를 가져 오는 실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 같군요. 청중들과 소통 강도를 높여가면서 말이죠."라고 늦어서 미안하다며 인사하는 그에게 어색함도 떨칠 겸 이런 약간 입에 발린 듯한 칭찬을 건넸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맙다고 하더니 "얘기했던 사항들을 청중이 행동에 옮겨야죠"라고 한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반응을 보인 것과 실제 행동은 다를 수 있다며, 강연 때 보여주었던 도브(Dove)에서 조사한 결과를 다시 얘기했다.

"65%의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지향점을 가진 ‘purposeful’ 브랜드 상품을 구입하고 싶다고 얘기했죠. 그런데 실제 행동으로 옮겨 구입하는 사람들은 26%에 밖에 안 돼요."

게다가 사람들의 행동이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코로나19 이후 여행을 다닐 수 없게 되고, 밖으로 잘 나가지 않으니 화장품이나 패션 부문의 소비가 줄어들어, 탄소 배출이 감소하였으나, 상황이 진정되면서 ‘보복 소비’에 나서면서 이전의 수준 이상의 행태를 보인다고 씁스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근본부터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자동차 브랜드의 단계를 논할 때 흔히 쓰는 그림처럼 보인다. 기능에서 위상이나 스타일을 나타내고 느끼게 하는 주로 고급 자동차 브랜드에 해당하는 단계를 지나 환경 친화로 사회의 이슈와 함께 하는 지점으로 나아간다. 보통 이 단계까지만 얘기했는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환경과 지구 보존을 위하여 전기차를 출시하며 친환경 정책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 스스로 의식 있는 운전자나 여행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 선언하고 실천하는 ‘Purpose-led’에서 ‘Transformative’라는 실제 행동을 변화시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Purpose’는 범위가 너무 넓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기만족에 그치기 쉽다.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Transformative’에 대비하여, 2010년 이래 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의 하나인 ‘Purpose’를 폄하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Purpose’가 남용되는 측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면서 소위 ‘Purpose marketing’의 주창자라 할 수 있는 인물 얘기를 하며 물었다.

"P&G의 마크 프리차드(Marc Pritchard)가 ‘Purpose’를 떠들고 다니면서 이전에 ‘미션 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 대신 ‘퍼포스 스테이트먼트Purpose Statement’가 등장하고, 비전(Vision)까지 떠안은 느낌이 들어요. 거기에 부족한 점을 메꾸고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 이해할까요?"

예상 외로 그는 P&G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책임지면서 프리차드가 ‘purpose’를 전면에 내세우고 거둔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유니레버가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데서 P&G를 한참 앞서고 있었지요. 그런데 ‘purpose marketing’을 통하여 최소한 따라잡았지요. 어머니, 스포츠를 하는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캠페인들을 보세요. 그리고 무엇이더라, 인종 갈등을 두고 자연스레 우리 행동 변화를 유도한 게 있었죠. 아, 그 광고가…?"

함께 광고 제목을 떠올리려 애쓰는데 영상과 이야기가 먼저 생각이 났다. "그렇지요. 재판관인 흑인 아버지와 아들이"라고 하자, "맞아요"라고 그가 응수하며 둘이 거의 동시에 외쳤다. "The Look이야!" 흑인 아버지와 아들이 다른 인종들이 그들에게 보내는 이상한 시선을 느낀다. 나중에 법정이 나오며 흑인 아버지가 들어서는데, 당연히 재판의 피고라고 생각했으나, 그가 바로 재판관이어서 반전을 일궈낸 영상이다. P&G가 인종 문제를 두고 어떤 원칙을 갖고 조치를 취한다든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 얘기를 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영상을 본 이들이 자신들을 돌아보고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한다. 거기서 그는 P&G의 진정성을 감지했다고 한다. 진심으로 자신보다 사회를 더 좋고 옳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봤단다.

다시 미션 스테이트먼트로 소재를 돌려 환기시키며 ‘목적purpose’ 다음에 ‘변화transformative’에 어울리는 단어는 무엇일지 물었다. 한참 고민을 하더니 그가 제안했다. "’Enabling’은 어떨까요? 사람들과 사회에 계속 힘을 주는 거잖아요." ‘사명’이나 ‘목적’ 등의 확립된 해당 번역어가 있는 것과 단어는 아니다. 새롭게 노력할 일이다.

사회와 브랜드의 협력을 얘기한 그의 첫 저서 <Goodbertising>을 2009년에 내면서 D&AD Festival과 관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심사위원이나 강연자로 계속 관여하는 그가 보는 D&AD와 다른 광고제와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다른 광고제와 비교해 D&AD를 두고 내가 내린 브랜드 정의를 그에게 말했다. ‘칸 라이온즈의 힙합판(Hip-hop version of Cannes Lions)’. 힙합에 명암이 함께 존재하지만,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은가. 내가 말한 힙합의 의미를 포착한 그가 바로 박수를 치며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D&D 전체의 의의와 이번 페스티벌을 정리하며 ‘힙합 버전의 광고제’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겠다. <Goodvertising>에 이어 그는 2020년에 <The Hero Trap>이란 심상치 않은 제목의 책을 냈다. 영웅을 만들거나, 자신이 영웅이 되고자 하는 브랜드들을 본다. 유명 광고제도 그런 속성을 보이는 것들이 꽤 있다. 그러면서 유명무실해진 것들도 있다. 젊은 D&AD는 아직 그런 덫에 걸리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게 영웅이 될 기반을 제공하는 데서 존재 가치를 찾는 그들의 진정성이 함께 하는 한, 덫은 장식품처럼 그냥 놓여져 있을 것이다.

그림은 모두 2020년 출간된 토마스 콜스터의 책 <The Hero Trap>에 실린 것들이다.

토마스 콜스터와 필자
토마스 콜스터와 필자

 


토마스 콜스터는 사람과 지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한 사명을 가진 마케팅 활동가이다. 18년 이상 경력의 브랜딩 및 지속가능성 전문가인 그는 포춘 500대 기업, 소규모 스타트업, 정부, 광고회사 및 비영리 단체에 자문을 제공했다. 그는 더 나은 광고로의 전환에 영감을 준 글로벌 굿버타이징 운동의 창시자이다. 굿버타이징(Thames & Hudson, 2012)과 히어로 트랩(Routledge, 2020) 두 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는 또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조 연설가로서 70개국 이상에서 TEDx, SXSW, D&AD, 지속 가능한 브랜드 등의 행사에 출연했다. 가디언, 애드위크, 더 드럼 및 기타 여러 출판물의 칼럼니스트이자 칸 라이언즈, D&AD와 같은 국제 어워드 쇼의 정기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열정적인 기업가이자 변화의 주창자인 그는 Cph:Change, Wheregoodgrows와 같은 여러 임팩트 플랫폼을 출시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