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세계 최대 광고그룹 탄생을 앞둔 옴니콤(Omnicom)과 인터퍼블릭그룹(IPG)의 인수합병(M&A)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이례적인 규제 조건에 직면하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옴니콤과 IPG는 2024년 12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약 132억5천만 달러 규모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양사가 합쳐지면 연간 매출 약 250억 달러(약 34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광고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FTC, 정치 성향 따른 광고 거부 금지 ‘동의명령’ 추진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FTC는 합병 후 출범하는 초대형 광고그룹이 정치적 메시지나 성향을 이유로 특정 플랫폼에 광고 게재를 거부(보이콧)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의명령(consent decree)’을 승인 조건으로 논의 중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수 진영에 대한 광고 시장 내 배제를 막기 위해 추진하는 조치로, 광고주의 집단적 광고 거부가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FTC는 이번 합병 심사 과정에서 옴니콤과 IPG뿐 아니라 WPP, 퍼블리시스, 하바스, 덴츠 등 글로벌 광고회사와 Media Matters, Ad Fontes Media 등 매체 감시 단체에도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의 배경에는 2022년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X(구 트위터)에서 ‘브랜드 안전성’을 이유로 광고주들이 광고를 중단한 사태가 있으며, FTC는 이를 ‘합작 보이콧’으로 보고 경쟁 저해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앤드루 퍼거슨(Andrew N. Ferguson) FTC 의장은 “광고주들의 집단적 보이콧은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번 합병 심사에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포함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광고업계, 전략 대전환 불가피…글로벌 규제 장벽도 부담
만약 FTC의 조건이 실제로 부과된다면, 옴니콤과 IPG는 합병 이후 정치적 성향이나 메시지를 이유로 광고 집행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업계에서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플랫폼에도 광고 집행을 강제하는 셈”이라며, 브랜드의 광고 전략 유연성이 크게 줄고, 전체 광고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영국 경쟁시장청(CMA), 인도 경쟁위원회(CCI), 유럽연합(EU) 등도 인수합병 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최종 성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 FTC의 최종 결정은 올해 하반기 중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FTC의 조치는 단순한 합병 심사를 넘어, 광고사와 브랜드, 플랫폼 간의 관계뿐 아니라 글로벌 광고시장의 규제적 균형을 재설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