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근무수칙] 27.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광고회사 근무수칙] 27.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 하인즈 베커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7.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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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reason is a so many reasons.
별처럼 많은 가능성은, 별처럼 멀지 않다.

[ 매드타임스 하인즈 베커 칼럼니스트] 우주에 나가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 별의 수만큼 있다. 해보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지구 위에 사는 사람의 수만큼 있다. 우리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짐작하고 있고, 판단한다고 믿지만 대부분은 추정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틀린 예측과 싸운다. “이건 안 될 거예요.” “고객은 이런 걸 안 좋아해요.” 물론 그런 말들은 대부분 경험에서 나오지만, 그중 한두 개는 사실 게으름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 소수가 모든 걸 망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광고는 결국 해보는 일이다. 대중의 반응은 통계가 아니라 감각이고, 브랜드의 호응은 논리가 아니라 순간의 접촉이다. 그 접촉은 대부분 예측 불가능한 곳에 있다. 오늘은 먹히는 말이 내일은 철 지난 표현이 되고, 지금은 부끄러운 연출이 내일은 밈이 된다. 그래서 이 일은 항상 ‘시도하는 사람’을 존경해야 한다. 실패해도 해본 사람. 틀려도 끝까지 밀어붙인 사람. 그들이 없었다면, 우린 여전히 모르는 채였을 것이다. 브랜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시장은 도전을 잊지 않는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은 사실, 광고판 위에서 제일 피곤한 문장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책상 앞에서 분석하고, 보고서를 돌려보고, 데이터를 뽑아봐도, 결국 답은 실행 이후에만 등장한다. 우리 업의 본질은 창의이지만, 본질을 실행으로 바꾸는 힘은 언제나 ‘실행력’이라는 구체적 감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옷을 입힌다. 바로 ‘Camouflage’. 원래는 불리한 것이나, 부끄러운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얼버무리는 프랑스식 표현이지만, 이 업계에선 꽤 자주 등장한다. 우리가 회의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말하거나, "타깃 감수성"을 말할 때, 그 속엔 종종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사실 “이건 겁나요” 혹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위장이라는 걸 자각하는 순간부터, 광고는 다시 진짜 언어가 된다.

우리의 언어가 진짜 언어가 되기 위해선, 그 말이 실험으로 이어져야 한다. ‘No reason’은 때로 가장 많은 'Reason'이 된다. 감정, 감각, 본능, 끌림, 그 모든 불합리함이 사실 가장 인간적인 근거다. 그래서 이 일은, 끝내해보는 사람에게만 문을 연다. 별처럼 많은 가능성은, 별처럼 멀지 않다. 다만, 가보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을 뿐이다. 기획은 현장이 아니다. 하지만 현장이 없는 기획은 몽상이다.

 


하인즈 베커 Heinz Becker   

30년 가까이 전 세계 광고회사를 떠돌며 Copy Writer, Creative Director, ECD, CCO로 살았다. 지휘한 캠페인 수백개, 성공한 캠페인 수십개, 쓴 책 3권, 영화가 된 책이 하나 있다. 2024년 자발적 은퇴 후, 브런치와 Medium에 한글과 영어로 다양한 글을 쓰면서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가끔은 강의와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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