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글로벌 마케팅 효과 분석의 권위기관인 WARC가 오늘 ‘2025 마케팅 측정의 미래(The Future of Measurement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WARC의 ‘마케팅의 진화(Evolution of Marketing)’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광고 측정 분야의 최신 흐름과 과제를 조망한다.
보고서는 ▲마케팅 실험의 급속한 확산 ▲브랜드 가격 영향력에 대한 인식 확대 ▲AI 기반 크리에이티브 테스트의 부상이라는 세 가지 주요 트렌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폴 스트링어(Paul Stringer) WARC 리서치 및 인사이트 총괄 편집장은 “그동안 일부 대형 광고주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측정 기술이 점점 더 많은 마케터들에게 열리고 있다”며 “특히 AI 기반 도구는 광고 측정에 속도와 확장성을 가져오고 있지만, 여전히 ROI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인 틀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광고 측정 분야의 최신 기술과 사례를 명확히 소개하고, 마케터들이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1년간 광고 측정의 핵심 트렌드 3가지는 다음과 같다.
마케팅 실험 활용률, 1년 만에 두 배로 증가
마케팅 실험을 통해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기업의 비율이 지난 1년 사이 18%에서 36%로 크게 늘었다. 실험은 광고의 직접적인 영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전략이나 채널,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데 매우 유용한 방식이다.
그동안 실험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및 리테일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인크리멘털리티 테스트’ 도구가 대중화되면서 활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실험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가설 설정, 성공 지표 정의, 실험 설계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플랫폼 기반 리프트 테스트는 아직 통제력이나 투명성, 채널 간 비교 가능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실험은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는, 다른 측정 방식과 함께 통합적인 전략 속에서 진행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브랜드 가격 경쟁력, 측정의 새로운 관점으로 부상
광고가 브랜드의 가격 결정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강한 브랜드는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의 충성도가 유지되며, 더 높은 가격에도 선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은 기업 수익성의 핵심 요소이며, 장기적인 브랜드 투자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광고의 가격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모델 대부분이 3~4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실제 가격 반응은 훨씬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데 있다.
최근 미국 중심의 무역 관세 정책이 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을 유도하면서, 브랜드의 가격 영향력은 더욱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WARC는 마케터들이 가격을 KPI로 설정하고, 광고가 장기적으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며, 마케팅을 단기 비용이 아닌 미래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가 주도하는 크리에이티브 테스트… 그러나 인간의 감각은 여전히 필요
광고 효과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 중 하나인 크리에이티브는 그만큼 측정이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미디어와 채널, 기기 전반에서 크리에이티브 성과를 빠르고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AI는 대규모 테스트를 비용 효율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존재한다. 특히 브랜드의 주요 캠페인 자산(‘히어로 콘텐츠’)의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나 맥락 이해 부족 등 AI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간의 리뷰와 해석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크리에이티브 데이터를 마케팅 믹스 모델링(MMM)에 통합해,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광고의 실질적인 효과를 측정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브랜드 성과에 있어 크리에이티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