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문제는 솔루션이라구!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문제는 솔루션이라구!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10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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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최근 경기도청의 공모전에서 심사를 볼 때의 일이다. "청년들이 면접을 볼 때 면접비를 지원하는 정책에 관한 홍보아이디어"가 과제였다. 세 개 업체의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첫번째 업체의 프레젠테이션은 인상적이었다. 프레젠터는 도입부에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고 있는 좌절을 깊게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의 대의적 명분을 앞세워 관계자들의 공감을 사려는듯 했다. 직접 청년들을 찾아나서 그들의 입장을 담아낸 동영상 인터뷰는 정성과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취업시장의 비좁은 관문을 뚫기위한 젊은이들의 노력을 그들의 일기장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평가자들의 공감과 감정을 유도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점점 그래서 뭘 어쩔꺼냐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공모 주제는 낙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아니고 면접비를 주는 경기도의 홍보 아이디어였다. 무게추가 앞으로 기울어 정작 기대했던 솔루션은 빈약해져 용두사미가 되버렸다. 한편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아전인수격의 통계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제 모든 이의 손에 순식간에 진위여부가 가려낼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감동적인 도입부로 기대를 끌어모은 그 업체는 결국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이미 스마트폰에 널려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솔루션 아이디어가 승부의 요체다. 기업의 마케터든 공공기관의 책임자든 그들이 프레젠테이션에서 기대하는 것도 구체적인 솔루션이다.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15분 내외로 줄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장광설은 프레젠테이션의 독약이다. 공기업의 경우 공정성의 보강을 위해 심사위원단을 별도로 두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손엔 평가항목마다 배점이 다른 평가표가 들려진다. 과거와 같이 프레젠테이션을 전체적인 인상으로 평가하지 않고 항목별로 심사기준과 배점을 나누어 합산해서 최종 결론을 내는 것이다. 이 항목중엔 업력이나 인력, 비용항목도 있다. 하지만 배점이 가장 높은 항목은 과제를 해결할 솔루션이다. 게다가 컴퓨터 앞에 억지로 끌려나와 앉아있는 비대면의 수강생이나 화상회의의 참석자를 상정해보라. 집에서 얼굴만 드러내놓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재택근무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오늘의 날씨를 운운하며 변죽을 울릴 필요가 있을까? 이들은 서로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한 해결방안을 내놓고 협의와 합의를 거친 뒤 한시바삐 모니터에서 벗어나면 된다. 내가 몸담은 대학의 학생들은 신변잡기로 질질끄는 교수님들의 시시한 농담이 사라져서 온라인강의가 좋다고 고백했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세상이 왔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핵심 아이디어만 드러낸  원고와 발표가 주목받을 것이다. 그래도 구태를 벗지못해 서로 상관없는 이야기나 모두 알만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분에게 그들의 속마음을 전한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좀 그만 잡으시고 결론을 말해보라구요. 구글에 나와있는 뻔한 이야기는 그만하시고!  나는 바쁘다구요!"  언택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은 간결하게 압축된 솔루션 아이디어다. 

하나 더 보탠다면 프레젠테이션의 연출력이다. 무슨 소리냐고? 다시 그날로 돌아가보자. 승자는 마지막 팀이였다. 놀랍게도 이들은 솔루션을 먼저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이유를 설명했다. 거두절미와 단도직입의 화법으로 뻔한 분석보다 자기만의 해석을 전진배치한 것이다. 마지막엔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선택되면 진행 할 구체적 실행 계획서를 세부 일정표와 함께 제시했다. 주어진 시간을 약간 앞당겨 마친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은 간결했고 일목요연했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니만큼 역순으로 목차를 정해 남들과 중복되는 지루함도 덜고 담백한 자신감도 보탠듯했다. 그들에게 높은 점수가 주어진 것은 당연했다. 보기좋은 떡과 맛있는 떡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세상이다. 

입을 막고 거리를 두고 소통해야하는 아이러니의 세상이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설득의 무대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상황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는 단순하고 쉬운 기호와 메시지를 선호한다. 페북보다 인스타나 틱톡에 열광하고 내돈내산(내돈주고 내가산것)이나 꾸않꾸(꾸민듯 않꾸민듯)같이 줄임말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설을 생략하고 본론으로 직행해라. 당신의 발표는 덕지덕지 분칠하지 않은 자연미인을 닮아야한다. 김창옥이란 강사가 자신을 "민간요법의 소통력"수준이라고 낮추었다지만 들어보니 그게 아니였다. 단순하고 쉬웠지만 있는 그대로의 담백함이 전해졌다. 그의 표현처럼 "소리에 상을 태우지 않고" 있었다. 내용에 기교를 덧칠하지 않아 내용이 빛났던 것이다. 과도한 스토리텔링을 자제하고 본질에 집중해라. 당신의 솔루션이 더 환하게 빛날수 있도록.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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