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말로만 때우려는 분들에게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말로만 때우려는 분들에게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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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집행된 구인구직기업 알바천국의 광고 슬로건은 "알바는 딱 알바답게"다. 언뜻보면 개인주의에 물든 젊은이들의 소극적 태도를 반영한 광고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의도가 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의 근무조건도 법이 정한 규정이 있다. 고용주와 알바생은 두말없이 그것을 지켜야한다. 그러니 "알바는 딱 알바답게" 라는 말은 고용주는 알바를 규정에 맞게 대접해야하고 알바도 그에 따라 정확하게 근무하라는 뜻이다. 동상이몽하지말고 정해진 바에 따라 서로 쿨하게 지내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약에서 깔끔한 관계가 맺어진다. 알바생은 하기로 한 일은 끝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고용주는 약속한 일 외엔 어떤 무리한 일도 시키지 않아야한다. 법에 명시된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고용주와 알바는 사전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한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알바생은 4대 보험에 가입되어야만 하고 최저시급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4시간 이상 일했을 시 30분 이상, 8시간 일했을 시 1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1주 12시간까지는 초과근무를 할수있지만 시급의 50%를 추가 수당으로 지급해야만 한다. 1년 미만 근무하고 퇴직해도 “수습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임금의 10% 이상 감액할 수 없다. 이 규정을 바탕으로 광고를 만든 관계자는 "이번 광고는 알바생과 사장님이 서로 약속한 것을 잘 지키자는 의식 변화를 내용을 담았다"며 "캠페인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목소리를 대변해 그들이 원하는 알바계의 룰을 재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지사지는 비지니스와 인생살이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해야 상대의 마음을 얻을수 있을까? 

올해 구정연휴 성수동에 사시는 누님은 손자의 재롱을 보지 못했다. "5인이상 모임금지"에 묶인 것이다. 평소에 말이 없는 매형은 제사를 지내는 집은 어쩔것이냐며 서운해했다. 그러나 아내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며느리들은 반기지 않았겠느냐고 반론을 폈다. "우리집을 신고해달라"는 며느리들의 인터넷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우스개소리도 전했다. 그리고 명절이든 대소사든 간결한 형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형은 매사 그렇게 편한 것만 찾다가는 가족의 의미도 사라져서 결국 모두가 외로워질 것이라고 응수했다. 매형과 아내의 입장 차이는 분명했다. 핏줄이 다른 우리 강릉김씨 삼형제가 뭐라고 끼어들 상황이 아니였다. 냉냉한 분위기를 깬 사람은 열정으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누님이였다.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날이 좋으니 막걸리를 사서 산에 올라가 한잔하자고 제안했다. 모두 수긍할만한 타협책이였다. 아차산행은 성공적이였다.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았는데 코로나로 움츠려들고 답답했던 가슴과 섭섭했던 감정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누님의 제안은 산행을 정례화하자는 것으로 발전됐다. 올 추석은 우리집 근처의 북한산이 낙점됐다. 코로나가 물러가더라도 말이다. 세상엔 사람수만큼의 인생사가 있다. 그리고 인간은 이기적이다. 상대의 입장을 말로만 이해한다고 나서지말라. "사랑에는 돈이 든다(Love costs money)"는 자선공모전 카피를 기억해보라. 상대의 마음을 얻기위해선 구체적인 약속과 행동이 필요하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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