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바람에 아니 휘는 나무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바람에 아니 휘는 나무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05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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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영화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는 자신이 잘 돌보지 않은 탓으로 배우자를 잃고 실의에 빠진 늙은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다. 원래 제목 'CODA'는 악장이나 작품의 끝에 위치하여 관객에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사하는 부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는 자살한 아내의 충격으로 손에 마비가 찾아와서 마지막 그 부분을 넘기지 못해 연주를 그르친다. 내일이 필요 없는 사람처럼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그는 친구이자 헌신적인 메니저와 존경과 믿음으로 다가 온 따뜻한 리포터덕분에 자존감을 되찾아 무대에서 성공적인 연주를 다시 펼친다. 인생에는 누구나 수많은 변곡점이 있고 그것을 헤쳐 나가는데는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아름다운 클래식과 함께 펼쳐진다. 그러나 그의 재기를 돕는 것이 그것만은 아니었다. 냉소적이 된 그는 나이가 들면 실용주의자가 되어 편리하다고 했다. 남은 날들이 많지 않아 '방금 서랍을 왜 열었는지' 같은 사소한 일에 대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마음과 생각을 따로 두지 않고 하루를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했다. 일가를 이룬 거장이 내뱉은 말로 보기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그가 리포터에게 들려준 진심은 그런 것이 아니였다. 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이 공감할 "느낌의 능력"이라고 했다. 그런 그의 생각은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연주가 감동적이였다는 여성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피아니스트 지망생인 그녀의 아이를 약속대로 연주가 끝난 무대위로 초청한다. 이 때 그가 가르친 것은 연주의 테크닉이 아니였다. 고개를 깊이 숙여 관객에게 인사하는 법이였다. 과묵하고 냉담해 보이는 그의 내면에는 섬세한 감수성과 관객을 배려하는 태도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감동을 전달해야 하는 예술가의 생명이었고 그가 재기에 성공한 원천이리라.

해가 바뀐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올해는 달랐다. 미증유의 코로나가 때문이다. 입을 막고 거리를 두었고 모임을 피해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일상은 크게 흔들렸고 세상은 화면속에 갇혀버렸다. 개인주의와 디지털 트렌드는 가속화되었고 산업의 생태계도 변했다. 이맘때면 사람들의 마음을 진단하고 예견해서 세상에 알리는 한 트렌드 전문가와 그들의 팀은 온라인 쇼핑과 캠핑, 호캉스등은 코로나 이후에도 폭발적 성장을 기록할 것이며 일시적 정체를 겪고 있는 여행업종과 화상 회의, 홈웨어 시장도 역V자형을 그리며 다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동의한다. 사회 시스템의 엄청난 변화가 따를 것이다. 이런 변화에 적응력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향이 아니라 속도의 세상"이라고 선언한 것은 지나친 비약으로 보인다. 세상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누구나 태어나 아침에 일어나고 삼시세끼 밥 먹고 일하다 평생을 마감한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지만 남의 사정 곁눈질 않으며 본분에 충실하면 나름대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세상사 변치 않는 이치다. 가면속에 가려진 "복면가왕"이든, 화려한 연미복의 "트롯의 신"이든, 속사포같은 속도를 자랑하는 "고등랩퍼"든 무대에서 마이크를 들면 일단 노래를 잘 불러야한다. 진짜 가수라면 그래야 맞다. 그래야 오래간다. 테스형이 기막힌 댄스를 보여주던가? 가왕은 가창력이 기본이다.

한국광고총연합회(회장:김낙회)가 "오늘부터 광고를 시작합니다."란 책을 펴냈다. 광고대행사 베테랑들의 목소리로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전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광고 입문서다. 덧붙여 디지털 광고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관련된 기본 지식과 성공 사례까지 담아 실제 업무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게 꼼꼼하게 만들었다. 초심자들을 프로 광고인으로 성장시킬 마중물이 되고 광고 산업의 초석이 될 것이다. 실무팀장은 내년엔 한국광고의 50년을 정리한 도감도 펴낸다고 밝혔다. 세상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중심에 자리 잡은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역시 기본을 지키고 초석을 다지려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결연했다. 뿌리가 단단한 나무는 세찬 바람에도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한뼘 땅의 씨앗에서 너른 숲이 시작된다. 연주에 앞서 천천히 고개를 숙여 청중에게 인사했던 거장의 모습이나 광고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 북을 펴낸 연합회의 노력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광고가 사라진다지만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려는 광고주의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 돌파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있다. 동트는 새벽이 어두운 법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기본으로 돌아가자. 본질을 직시하자. 문제는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다. 코로나로 얼룩진 세상을 떠나 보내고 거뜬하게 이겨낼 근본적인 처방전은 그래야만 찾아질 것이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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