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그땐 그랬지!

[광고와 춤을] 그땐 그랬지!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1.3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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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초월한 가치는 존재하는가? 특정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에게 연결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찾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이 레트로(retro)가 지닌 힘이자 레트로광고의 견인력일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광고는 ‘처음 먹은 마음’이 내재한 가치를 전달한다. 우리는 양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서 있는 중년 남성의 뒷모습을 본다. 그리고 거울을 통해 청년의 모습을 확인한다. 거울은 남성의 내면을 비춘다. 거울 속의 청년은 변함없는 초심을 의미한다. 외모는 변했지만 그는 초심을 잃은 적이 없다. 중년의 남성은 잘 다려진 낡은 양복을 입고 지난 수 십 년 간 통과의례처럼 거울 앞에서 초심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는 ‘30년 간 고리 1호기의 안전운영’을 통해 원자력이 안전한 에너지임을 입증해 온 책임과 신뢰의 아이콘이다.

청년이 반백의 중년이 될 때까지 그의 확신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2012년 원자력이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안전에너지라는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9년 현재, 원자력발전이 지닌 의미는 다의적이다. 원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탈원전정책, 원전수출 그리고 소듐냉각고속로 개발 등을 에워싼 원전갈등은 난제가 되었다.

해질 녘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 가 서 있는 텅 빈 벌판, 자전거 페달을 밟아 숨 가쁘게 어디론가 내달리는 청년, ‘엄마, 저 됐어요’란 문장은 친숙한 한 편의 ‘합격’ 이야기를 재현한다. 전화로 합격을 확인하고, 한달음에 대학으로 달려가 합격자 명단을 재확인하고, 합격통지서를 받아들고 귀가하던 그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시.공간이란 물리적 한계를 넘어 ‘합격 소식’을 전해주었던 유선전화의 가치가 이동통신서비스의 가치로 승계된다.

“새 출발을 기다리는 모든 분들께 기쁜 소식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SK텔레콤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명시적인 메시지다. 타인과 자신의 삶을 연결시키는 능력, 자신과 사회를 바꾸는 능력을 흔히 ‘공감능력’이라고 정의한다. SK텔레콤은 대학에 합격하거나 기업에 입사하거나 재취업에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격려한다. 그리고 SK텔레콤이 진정 그들의 상황이나 기분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수력원자력광고에서 모습은 변했지만 신념에는 어떤 변화도 없는 늙지 않는 청년. 자신의 신념을 믿고 세상의 변화를 믿는 흔들림 없는 이 땅의 가장, 아버지란 존재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SK텔레콤광고에서 자식의 기쁨을 당신의 기쁨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영원한 나의 편, 어머니를 향해 달려가는 자전거를 발견한다. 타인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가져가는 능력은 마음을 트고 고립을 무너뜨린다. 믿음, 관계에 대한 갈증은 세대와 시대를 초월한다. 이보다 더 큰 보편성이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누군가를 불신하는가? 우리는 고립을 원하는가? 가끔 그렇다.

 


황지영 경성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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