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디지털 기술을 새롭게 태어난 택시 합승제

[Trend from Tokyo] 디지털 기술을 새롭게 태어난 택시 합승제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4.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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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합승의 추억

70, 80년대 택시를 이용한 사람이라면 택시를 합승한 경험을 기억할 것이다. 택시 합승이란 승객이 타고 있는 택시에 방향이 같은 다른 손님이 택시를 세울 경우 그 손님도 함께 택시에 태우고 가는 것을 말한다. 주로 목적지가 같은 거점, 전철역 같은 곳을 갈 때 많이 행해졌으며 계산은 따로따로 했다. 당시 이러한 택시 합승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택시 기사는 수입을 더 올릴 수 있고 승객은 필요할 때 비교적 쉽게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택시 합승으로 전혀 모르는 남녀가 만나 사귀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택시 기사가 승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마음대로 다른 승객을 추가로 태웠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고 사고 등의 위험도 있었다. 택시가 도중에 자주 멈추고 목적지를 돌아가는 등 요금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기사, 승객으로 위장한 2인 1조가 여성 승객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끔찍한 일도 생겼다. 결국에는 1982년부터 택시 합승이 전면 금지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택시 기사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2021년에 국회가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호출할 때 합승을 허용하는 내용의 택시운송 사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2022년 2월 28일부터 운송 플랫폼을 통한 자발적인 합승 서비스에 한해 택시 합승이 합법화되었다. 자발적 합승 서비스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때 모바일 앱을 통해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승객들이 택시를 함께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전 문제와 부당요금 부과와 같은 이슈로 인해 금지되었던 택시 합승제가 플랫폼이 사용하는 앱을 등에 지고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합승 택시 플랫폼 '반반택시'는 이용자가 앱을 통해 동승 호출을 선택하면 승객과 동선이 70% 일치하는 차량을 자동으로 연계하고, 이용 거리에 비례해 요금이 자동 산정된다. 특히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동승 호출 앱에는 실명으로만 가입할 수 있고,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등록하게 하고, 같은 성별의 승객만 합승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로써 모르는 사람과 함께 택시를 타는 것에 불안감과 혹시 모를 범죄 위험을 해소하고 자동 정산으로 요금 시비 문제를 사전에 차단한다.

 

일본에 등장한 합승 택시

합승이 한창이던 70, 80년대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들은 택시 타기가 두려웠다. 말도 잘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던 택시가 갑자기 멈추어서 승객을 태우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서 이색 경험으로 흥미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이러한 합승이 일본에도 등장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한국의 ‘반반택시’와 매우 유사하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서 택시요금이 비싸다. 예를 들어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동경역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 66킬로미터를 주행하고 요금은 약 26,000엔 (26만원)이 예상된다. 하네다 공항에서 동경역까지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는 18킬로미터 거리에 요금은 5,800엔 (58,000원) 정도 소요된다. 한국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서울역까지의 경우 60킬로미터의 거리에 택시요금은 약 52,000원, 김포공항에서 서울역까지는 24킬로미터의 거리에 택시요금이 25,000원 정도 되는 것과는 상당히 대비가 된다. 하네다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택시비는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나리타 공항에서 동경 도심으로 이동하는 경우 보통 사람이라면 택시 타는 것은 엄두를 못 낸다. 일본에서 등장한 합승 앱 ‘니어미(NearMe)’는 나리타 공항에서 동경 도심까지는 6만원 수준, 하네다 공항에서라면 3만원 수준으로 택시 이용이 가능하다.

일본에서 시행중인 택시 합승 서비스 현장실험 장면
일본에서 시행중인 택시 합승 서비스 현장실험 장면

일본 국토 교통성이 택시 합승을 21년 11월부터 해금한다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서비스가 2022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배차 앱을 통해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을 조정한다. 운임은 승차 거리에 따라서 나누어 내기 때문에 혼자 타는 것보다 싸다. 기본적으로 앱을 이용하는 경우만 허용하고 앱 사용 없이 택시 기사가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을 모아서 합승하는 것은 금지이다. 80년대 한국에서처럼 승객을 태우고 가다 추가 승객을 태우는 것도 물론 금지이다. 승객이 스마트폰 앱에 시간, 승차 장소, 목적지를 입력하고 난 후 동일 시간대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있으면 매칭이 되면서 운임이나 주행 경로를 동의하면 배차가 되는 시스템이다. 승객 간의 트러블을 피하기 위해서 남녀 동승 여부나 차량 타입 등을 앱을 통해 사전 동의를 얻는다. 운임은 승차 거리에 따라서 분담한다. 좌석을 지정하는 승객은 비싼 요금을 받고 장애인에게 할인해 주는 것이 가능하다. 사전 예약한 고객의 승하차 장소, 시간 등을 앱에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적절한 동승자를 조합해주는 구조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택시 합승제의 부활

일본의 대표적인 합승 앱 운영회사인 ‘니어미 (NearMe)’의 비전은 리얼 타임 위치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승객의 니즈를 순간적으로 매칭해서 지역의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지역 활성화 플랫폼을 창출하는 것이다. 일본 국내의 택시는 약 24만대이지만, 실제 주행율은 40% 정도이고 운전기사도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을 동시에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택시 합승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택시 합승은 운전자 부족 해소를 통해 주민들의 발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다. 도심에서는 교통 정체 완화도 기대된다. 또한 통근, 통원, 통학 등 새로운 수요도 예상된다. 택시 요금이 부담스러워 택시 이용을 꺼렸던 사람을 대상으로 수요 환기를 시킨다. 합승을 통해 가격이 내려가면 이용하는 승객이 늘어날 것이다. 장거리 이동 수단으로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70, 80년대 택시 합승은 아마도 한국의 고유한 교통 문화였다고 생각한다. 순발력을 가지고 편리를 추구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한국인의 특유한 지혜의 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40년간 잠자고 있던 서비스가 디지털 기술이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서 재탄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택시의 새로운 서비스로 등장하였다. 아날로그의 한계를 넘지 못해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했던 서비스가 IT기술을 바탕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고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재탄생한 택시 합승제는 더욱 편리하게, 그리고, 똑똑하게 정착해 가기라 기대된다. 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술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고 인간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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