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자존심을 감추고 자존감을 키우자

[Trend from Tokyo] 자존심을 감추고 자존감을 키우자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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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제공
필자 제공

[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조근호 변호사라고 있습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여 최연소 검사로 임명되었고, 28년간 검찰에 근무하면서 주요 보직을 다 거쳤습니다. 현재는 검찰을 퇴임하고 변호사로 변신한 후 법률 사무소 행복마루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1백 세라고 봤을 때, 태어나 검찰에 몸담았던 약 50년의 시간이 전반전이고, 이제는 후반전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생을 더 의미 있고 아름답게 살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공부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달은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모두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 ‘당신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는 책을 발행했습니다. 그게 2017년이니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그 이후로도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를 통해 행복 경영의 전도사로서 매주 꾸준하게 행복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금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http://www.mondayletter.com/

이 분이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나서 경험했던 일을 소개합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변호사는 사건 관계로 경찰이나 검찰에 전화하는 일을 쉽게 하는가 하면, 어떤 변호사는 마지못해 억지로 전화를 합니다. 어떤 막내 변호사는 법조 경력이 일천함에도 검사실에 전화하는 것을 친구한테 전화하듯 쉽게 합니다. 어디에서 그런 당당함이 나오는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같은 법조계라고 해도 검찰은 변호사에게는 ‘갑’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마음 편하게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마치 광고 대행사가 광고주 대하는 상황과 비슷하겠지요. 이런 젊은 변호사가 있는 반면, 조근호 변호사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후배 검찰 간부에게도 전화하기가 불편하여 굳이 찾아간다고 합니다.

본인도 한창 광고 비즈니스에 몰두할 즈음에 가끔 약속하려고 전화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이거나 내 쪽에서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면 더욱 꺼려집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시간이 안 되는데’ 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로 안부 인사만 나누고 만나자는 약속도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시간이 안 된다는 소리가 ‘너 싫고 귀찮아’ 또는 ‘너에게 시간 내서 만날 만큼 한가하지 않아’라고 들립니다.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인 경우에도 비즈니스 관계가 되어서 연락을 하게 되면 뭔가 부탁을 하는 일이 생기게 되고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전화하기가 꺼려집니다. 조 변호사가 전화하기를 꺼리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아마도 자존심이 전화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지요.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전화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존심이란 ‘타인의 인정을 통해 형성되는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전제가 되는 것은 ‘타인의 인정’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인정 여부에 따라 자존심이 살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앞에서의 막내 변호사는 자존심이 낮아서 전화 걸기 어려운 상대인 검사들에게 쉽게 전화하는 것일까요? 그는 이 문제를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을 무기로 해결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자존감은 '타인의 인정'을 통해 형성되는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인 자존심과는 달리 ‘타인의 인정’ 없이도 '자신 스스로의 인정'을 통해 형성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 막내 변호사는 검사에게 전화를 하는 데 있어 검사의 반응은 별로 의미가 없고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전화 상대방인 검사가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고 변호인이라고 하는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인정을 통해 형성된 자존감에 따라 쉽게 전화를 하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자존심’이나 ‘자존감’이나 모두 ‘Self-esteem’입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자존심과 자존감은 매우 다르게 쓰입니다. 자존심은 부정적인 쪽으로 사용되고 자존감은 긍정적인 쪽으로 사용됩니다. 자존심은 자존감은 없으면서 자존심만 잔뜩 높은 사람을 비판할 때 곧잘 쓰입니다. ‘그 친구는 쓸데없이 자존심만 높아.’ 의 경우처럼 부정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존심만 높고 자존감은 약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찾은 사람, 즉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당당히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놓고 거래를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은 그 거절이 자신을 무시한 것으로 생각하여 괴로워하고 필요 이상의 비난을 하며 심지어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단절하기까지 합니다. 단 한 글자 차이인데 자존'심'과 자존'감'은 이렇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모두 바꾸어 버립니다. 사람들은 자존심과 자존감 모두 다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어느 쪽이 강한가요? 자존심인가요, 자존감인가요?

자존감과 자존심에 대해서 좀 더 들어가 봅시다. '자존감'은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실패하건, 성공하건 자기 자신을 믿고 새로운 것에 도전합니다. 자존감은 내가 내 마음에 얼마나 드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평가에 집중해야 하고 오로지 나 자신에 초점을 맞춥니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그에 반해 '자존심'은 비교 대상 즉, 다른 누군가와의 경쟁 속에서 자신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느끼는 마음을 뜻합니다. 자존심이 센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 그리고 의식 속에 경쟁상대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남보다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그 문제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남보다 못한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그 문제에 집중합니다.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것이 참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기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일반적인 기준, 사회적 기준에 맞춰 자신을 평가하다 보니 '체면'을 중요시하게 됩니다.

자존감, 자존심과 비슷한 말로 자부심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자부심'은 자기와 관련된 것에 대하여 스스로 그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을 뜻합니다. 자존감과 혼돈될 수도 있는데 자부심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자존감과 다릅니다. 즉, 일시적인 현상에 의해 생기는 감정으로 자부심은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 과제는 잘 해냈지만 다음 과제에서 실패한다면 자부심이 낮아지겠죠. 그만큼 높은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해 '능력'을 쌓고 '성취'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높은 자부심을 유지하려면 먼저 자존감을 키워야만 합니다. 자기 자신을 아끼는 자세에서 능력이 향상되고 일에 대한 성취도 높아져 자연스럽게 자부심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자존심, 자존감, 자부심 이 세 가지 단어는 비슷해 보면서 아주 다릅니다. 이 세 가지 중에서 자존심은 버리고 자존감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크게 형성된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업무 성취도를 올리면 자부심도 당연히 커집니다. 긍정적인 자부심은 핵심을 더욱 명료하게 보여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북극성과 같은 존재입니다. 나의 자부심을 계속 지켜나가야 할 것을 고민하다 보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자부심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업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존심에 너무 방점을 찍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합니다.

사회에서 항상 회자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갑을관계입니다. 갑과 을의 관계는 사회 어디에서건 존재합니다. 크게는 국가와 국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조직과 조직, 기업과 고객, 그리고 작게는 개인과 개인의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심지어 가정 내에서나 연인 사이에서도 이 관계가 성립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사회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알게 모르게 늘 이러한 관계를 이루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갑과 을의 관계는 항상 유동적입니다. 같은 상대와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갑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을이 되기도 합니다. 절대적인 갑도 영원한 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서로에게 원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몸담아 온 광고회사의 경우는 소위 ‘을’의 비즈니스라고 합니다. 갑의 자리에는 항상 광고주, 즉 클라이언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늘 요구만 많고 만족은 하지 못하는 광고주 앞에서 광고회사는 갑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광고 회사에 종사하는 사람이야말로 프로의 자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추켜세워주는 내가 아닌 내가 스스로 추켜세우는 자부심입니다. 이러한 자부심은 건전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생겨날 수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에서 실력 하나만으로 경쟁 피티에서 승리했을 때, 여러 날을 고민해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때, 성공적으로 캠페인을 론칭하고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성공 스토리는 계속 만들어집니다. 이 많은 성공 캠페인과 더불어 자존감과 자부심도 같이 성숙해 갑니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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