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Don’t buy this Jacket

[Trend from Tokyo] Don’t buy this Jacket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2011년, 미국의 최대 세일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모든 기업이 대량 판매를 할 수 있는 기회에 한 의류 회사가 이상한 광고를 낸다. New York Times에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슬로건과 재킷 사진이 한 지면을 꽉 채운 광고가 등장한 것이다. 제품을 팔아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서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의아함을 느끼게 하였다. 얼핏 보면 기업의 매출 성과에 위협을 가져다줄 수 있는 광고 캠페인이다. 그 당시는 H&M, 자라, 망고,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가 크게 성공했던, 우스갯소리로 세탁하는 대신 옷을 새로 사 입는다는 말이 나왔던 시기여서 이 광고가 얼마나 시대의 흐름과 어긋났는지 상상이 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후 5년에 걸쳐 약 7억 5천만 달러 이상의 매출 증가라는 어마어마한 성장의 결과를 가져왔다. 신제품 론칭 때마다 품절 대란이 일어나는 등 매출이 계속 상승하였고 2013년 이후 미국 아웃도어 시장에서 2위에 등극했다.

*블랙프라이데이 (Black Friday): 미국에서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 감사절의 다음 날.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기업의 미션, 지속 가능성

미국 아웃도어 의류 업계인 파타고니아의 얘기이다. 1973년 이본 쉬나드 (Yvon Chouinard)가 본인이 사랑하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의 ‘피츠로이산 (Mount Fitz Roy)’을 형상화하여 로고를 만들고 거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설립한 회사이다. 등반장비를 만들던 작은 회사에서 출발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클라이밍, 서핑, 트레일러닝, 산악자전거, 스키/스노보드, 플라이 낚시 관련 제품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찾는 브랜드가 되었다.

기업의 미션과 가치를 지속 가능성 (Sustainability)에 초점을 맞춘 기업이다. 오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해서 판매하며 소비자가 필요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을 것이면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고 요청한다. 소비자에 대한 일관성 있는 메시지와 마케팅 정책으로 브랜드를 키워왔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의 산을 형상화한 로고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의 산을 형상화한 로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지 마세요

최근 일본의 파타고니아에서 국내 처음으로 중고 의료전문점 ‘Worn Wear’를 오픈하였다. 기간 한정으로 운영하지만, 고객이 의류를 수선해서 사용하거나 의류의 소중함을 소구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지 마세요’와 ‘새 옷보다 좋습니다 (It’s better than New)’라는 메시지가 매장 내에 표시되어 있다. 한 번 구매 시에 2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의료 업계 아니 일반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의 상식과는 벗어난 판매 방식이다.

새로운 제품을 판매해서 매출을 올리는 측면에서는 역효과도 발생할 수 있지만, 환경 문제에 대한 브랜드의 철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중고 상품 대상으로 기간 한정이라고 하지만 화제성만 불러일으키고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 향후 지속적인 비즈니스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해결 문제 및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동경에 오픈한 파타고니아 중고점 ‘Worn Wear’
동경에 오픈한 파타고니아 중고점 ‘Worn Wear’

세계적인 트렌드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교체하는 시대는 지났고 하나의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소중하게 오래 사용하는 가치관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가치관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의식과 더불어 공감을 얻고 있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는 기업이 판매하고 남은 신제품의 의류를 폐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팔고 남은 것은 리사이클, 기부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다른 나라에도 전파되기 시작했고 멀지 않아 한국에도 도착하지 않을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서 박리다매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미국의 중고 의류 업체인 ‘스레드업 (ThredUP)’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많은 판매자로부터 모은 중고의류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구조이다. 단순하게 중고 거래만 하는 회사가 아니고 중고 의류의 수거, 판매, 배송을 한 번에 해주는 플랫폼 회사로서 중고 의류업계의 아마존이라 불린다. 이 회사를 창립한 설립자도 패션업계의 방대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해서 1억 6800 달러 자금을 조달하고 시가 총액 13억 5000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이케아는 전국 37개 매장에서 중고 가구 재생 사업인 ‘서큐러 허브 (Circular HUB)’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은 이케아 가구를 매장으로 가져오면 이케아가 구매한다. 구매한 중고 가구는 수선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애플은 ‘Apple Trade In’이라고 하는 중고 거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중고 아이폰이나 맥 컴퓨터를 거래함으로써 자사, 고객 그리고 환경 모두 다 혜택이 가는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였다.

한국에서도 중 고거래의 판이 커지고 있다.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코로나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불황을 먹고 사는 시장`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새로운 이노베이션

지구온난화 문제와 더불어 대량 생산 대량소비는 세계 경제에 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한두 개 큰 회사만의 참가만으로는 순환 경제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동참하는 기업이 늘어나서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순환형 비즈니스는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쉽게 참가해서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설계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지금까지 이노베이션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었지만, 향후에는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이노베이션의 범주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는 사이클이 길어지는 것이 기존 비즈니스의 축소가 아니라 제품을 애용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향후 지속 가능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