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수납장은 보관이 아니라 보관된 것을 찾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Trend from Tokyo] 수납장은 보관이 아니라 보관된 것을 찾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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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품 개발 #1) 수납장은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사용자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보관한 물건을 잘 찾을 수 있는 수납장이 필요하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칼라 박스가 주류였던 기존의 수납장은 어느 상자에 어떤 물건을 보관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소비자의 불만에 착안하여 투명 수납장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사용자 중심의 발상 전환으로 새로운 의미를 갖는 수납장이 탄생한 것이다.

신상품 개발 #2) TV의 핵심은 액정 패널에 있는데 사실 패널의 품질에는 메이커별로 별 차이가 없다. 브랜드가 달라도 액정 패널은 같은 곳에서 공급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TV의 성능 면에서도 메이커별로 별로 차이가 없다.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영상에 대한 불만보다는 ‘리모컨을 찾을 수 없게 되어서 채널을 바꿀 수가 없다’라는 등의 문제점이 부각되었다. 이에 TV에 직접 음성을 입력하는 음성 조작 대응 액정 TV를 개발하였다. 이렇게 기존 메이커와는 차별화된 제품 개발 아이디어로 TV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였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상품 개발

아이리스오야마라고 하는 일본의 센다이에 있 소비자용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이야기이다. 재일교포 3세인 오야마 회장이 설립한 50년이 넘는 글로벌 기업이다. 가전, 잡화, 식품 등 소비자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활용품을 개발, 판매한다. 일본 대형 가전 양판점에 가면 타사 제품에 비해 파격적으로 싼 가격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원예, 애완용품으로 시작해 플라스틱 수납과 DIY 가구로 상품을 확대하였고, 오리지널 가전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현재는 가전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 일본 대표 가전기업이 되었다. 대형 가전 업체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2003년 이래로 17년 연속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가전 부문이 더욱 성장하였고, 지난 5년 사이에 일본의 가전 업체 내에서 순위가 22위에서 5위로 급상승하였다. 아이리스가 생산 판매하는 상품은 무려 2만 가지이다. 미국, 유럽, 중국,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태국 등 다양한 국가로 확장 진출 중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브랜드이지만 2017년 KBS스페셜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소비자 행동의 변화에 따른 제품의 재정의

이 업종에서 가전 시장에 참가하였기에 업계의 상식을 몰랐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의 시선에서 상품을 개발했던 것이 소비자로부터 지지를 받게 된 이유이다. 이 회사의 상품 개발은 소비자 행동의 변화에 따른 제품의 재정의로부터 시작한다. 구매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소비자의 불만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해결하는 목적으로 상품을 개발한다.

일반적으로 가치에 맞는 기능이 있고, 가격에 맞는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을 개발해서 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출시한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정말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능만을 집중해서 가격 설정에 반영한다. 비록 기능에 맞는 적절한 가격이라고 고객이 인식하고 있더라도 고객이 가지고 있는 불만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판단하면 그 기능을 제거하여 가격에 반영한다. 이로써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이 가능하다.

비슷한 제품 간의 가격 경쟁에 너무 치닫고 있으며 이제는 하드웨어 중심의 발상으로는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 디지털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제품의 품질은 매년 향상되고 고객의 불만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면에는 여전히 불만이 남아 있다. 아이리스는 이곳을 공략하였다. 소비자의 잠재적인 불만을 먼저 파악해서 이를 해결하는 기능을 준비해 나가는 상품 개발 전략이 상품 개발의 핵심이다. 더욱 풍부하고 새로운 생활 스토리를 그리면서 실현에 필요한 것을 연상함으로써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나간다.

월요 신상품 개발회의

상품 개발은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신상품 개발 회의가 상징적이다. 오전 9시 40분에 시작해서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매년 약 1,000개의 신제품이 이 회의를 통해서 승인되었으며 지금까지 아이리스가 판매하는 15,000 상품이 이 회의에서 탄생하였다. 발매 3년 이내의 신상품이 매출의 64%를 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계속 출시되고 있는 신상품이 매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회의에서는 개발자 자신이 경영진에 대해서 5~10분 정도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승인을 받으면 바로 상품화 작업이 시작된다. 이러한 속도감이 대형 가전 업체와 다른 점이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시기에 마스크가 부족했을 때 발 빠르게 마스크를 생산해서 주목받았다. 세상의 니즈를 발 빠르게 포착해서 빠른 속도로 제품화하는 스피드와 개발 능력이 현재의 성공의 원천이다.

매주 월요일에 진행되는 신제품 개발 회의
매주 월요일에 진행되는 신제품 개발 회의

학력, 성적보다는 사람됨이 우선

인재 채용에는 학력, 성적보다는 사람됨을 우선한다. 즉, 협조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시한다. 유명 대학교 출신이 적고 고졸 사원도 많다. 현재 각 공장장은 전원 고졸 출신이고 임원중에도 고졸이 있다고 한다. 학벌과는 무관하다. 이러한 대기업과는 다른 다양한 인재로부터 육성된 기업문화가 아이리스의 신제품 개발력을 지탱하고 그 결과 혁신적이면서 획기적인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고 있다. 이익을 반은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공격적인 경영도 성장의 동력이다. 이러한 경영의 자유도는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다. 많은 중견기업에 참고가 되는 경영 기법이다.

마케팅 기획의 출발점은 고객

최근에는 식품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 생산거점을 가능한 소비지역에 가깝게 두어 운송비용을 절감하는 물류의 효율화를 통해 식품 분야에서의 존재감을 높여간다. 또한 음료수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아이리스의 도전 영역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

아이리스의 상품 개발의 핵심은 소비자 시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마케팅 구성요소인 ‘4P’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제품 (Product)이 ‘4C’의 시점에서 재정립된다. 제품(Product)이 주인공이 아닌 소비자의 니즈와 원츠(Consumers’ Needs and Wants)에 기반을 둔 소비자의 가치(Consumer Value)가 우선이다. 마케팅 기획의 출발점은 고객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마케팅의 기본을 충실하게 지키는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마케팅에서 신상품 개발은 접대와 일맥상통한다. 접대는 영어로 엔터테인먼트 (Entertainment)인데 상대방이 즐거워야 하므로 상대방 즉 고객의 입장에서 시작해서 고객이 즐겁지 않으면 마케팅의 의미가 없다. 자기 자신(제품/Product)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상대방 (고객/Consumer)을 즐겁게 해 주지 않으면 접대로서는 성공할 수 없다. 아이리스오야마는 이러한 마케팅의 기본에 충실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4P-4C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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