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디지털 세렌디피티 (Digital Serendipity)

[Trend from Tokyo] 디지털 세렌디피티 (Digital Serendipity)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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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라는 영화가 있다. 짧은 만남이 있고 몇 년 후에 운명같이 재회하는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으로 한 번의 우연한 만남 이후 7년이 흘렀음에도 서로를 잊지 못한 남녀가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다가 직접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또한 세렌디피티는 영화 속의 주인공 남녀가 만났던 카페의 이름이기도 하다. 운명을 믿는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서 각 애인이 있는 남녀가 우연히 운명적인 만남 후 서로를 잊지 못해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는 행운이 있는 영화이다. 

뜻밖의 재미, 세렌디피티 (serendipity)

세렌디피티는 "뜻밖의 발견, 의도하지 않은 발견, 운 좋게 발견한 것"을 뜻한다. 이 단어는 1754년 영국의 정치가이면서 소설가인 호레이스 월폴 (Horace Walpole)이 처음 사용하였다.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페르시아의 동화인 ‘The Three Princes of Serendip’을 인용하면서 예기치 않았던 발견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Serendip’은 아랍 상인들이 부르던 스리랑카의 옛 이름을 말하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발견이나 운 좋은 기회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동화에서 왕자는 우연히 그리고 총명하게 찾으려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발견을 한다. 이 ‘Serendip’에서 ‘Serendipity’라는 말이 유래되었고 뜻하지 않았던 사건과 만나서 원래 추구하지 않았던 행복하고 유익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페르시아의 동화인 ‘The Three Princes of Serendip’
페르시아의 동화인 ‘The Three Princes of Serendip’

뜻밖의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경영, 마케팅 분야에도 이런 세렌디피티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우연한 만남이 뜻밖의 발견, 발명 그리고 아이디어로 연결되면서 성공한 상품과 기업의 사례가 의외로 많다.  

 

비즈니스 성공으로 연결된 사례: 포스트잇 

세렌디피티의 가장 유명한 사례로 3M사의 포스트잇을 들 수 있다. 1968년, 3M에 근무하는 스펜서 실버 (Spencer Silver)는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서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했다. 하지만 접착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접착력이 약해서 새로 개발한 제품은 회사 내부 미팅에서 채택되지 못하고 빛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사장되나 싶었다. 

하지만 교회 성가대로 활동하는 회사의 동료인 아더 프라이 (Arthur Fry)가 찬송가 책에 표시하기 위해 끼워 두었던 책갈피가 자주 떨어져서 불편을 느끼면서 찬송가 책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표시해둔 페이지에서 떨어지지 않는 책갈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과거 우연한 기회에 실버 스펜서와의 대화했던 접착력이 약한 접착제를 상기하면서 이를 사용한 책갈피의 상품화를 추진하여 책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붙일 수 있는 책갈피가 탄생한 것이다. 처음에는 책갈피로 시작한 것이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현재는 우리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포스트잇으로 발전하였다. 3M도 처음에는 이 제품에 대해서 반신반의하였지만 1980년에는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였고 지금은 10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히트 상품이 되었다. 

 

세렌디피티적 사고로 탄생한 찍찍이 

찍찍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원래 명칭을 ‘벨크로 테이프’(Velcro Tape)이다. 옷, 장갑, 운동화, 모자 등의 단추나 끈을 대신해 여미는 데 널리 사용한다. 이 벨크로 테이프는 스위스 전기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 이 발명하였다. 어느 날 개와 함께 사냥하러 가서 풀숲을 돌아다녔다. 한참 다니다 보니 바지와 개의 털에 씨앗들이 많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를 보는 순간 머릿 속에 발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풀씨에는 갈고리 모양의 가시로 덮여 있어 옷이나 동물의 털에 잘 달라붙었다. 이 원리를 섬유에 적용하면 단추, 지퍼와는 다른 지금까지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고정 장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작고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면서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열중한 결과 현재의 찍찍이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되었지만 우연이 아닌 발명이나 발견을 세렌디피티 사고라고 한다. 

 

디지털 세렌디피티

잠깐 들렸던 동네 잡화점에 가서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평생 애용하는 도구를 만날 수 있다. 서점에 들렀다가 의도했던 분야의 책을 찾지 못하는 대신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서 이러한 풍경이 점점 줄어든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지금까지 오프라인 세계에서 세렌디피티를 만들게 해 주었던 직장 동료와의 잡담 기회가 줄어들면서 번뜩이는 순간,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생겨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많은 회사가 디지털로 전환했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상품 간의 우연이라고 하는 환경이 좀처럼 만들어지기 어렵게 되어버린 환경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우연을 만들어서 세렌디피티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코로나가 수습되면 이전처럼 실제의 우연한 만남을 통한 세렌디피티는 어느 정도 다시 되살아 날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과거와는 같은 방식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노베이션의 문화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탄생하지 않을까? 대면 문화와 디지털 문화가 공존하면서 많은 구성원이 동기부여와 참여하려는 의지가 더욱 높아지는 환경이 조성된다. 소셜 미디어나 줌과 같은 영상회의 앱 등이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친밀하면서 생산적인 연결을 갖기 위해서는 꼭 대면 접촉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재택근무가 사람 간의 물리적인 분리를 촉진하면서, 이에 따라 사람들의 대면 접촉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그리움, 친근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버추얼 한 공간일 수 있지만 재택 근무 이전에 비해서 개인적인 공간이나 홈오피스로 초대되는 기회가 많아진다. 코로나는 의외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로 안내한다. 사람들이 더 오픈되고 다른 사람 얘기에 더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게 한다. 과거에 비해서 사람들 간의 접근성이 더 높아졌다. 국내이건 해외이건 장소와 거리를 의식하지 않고 많은 사람과 부담 없이 연락하기가 쉬워졌다. 홈 오피스에서 사람들과 연락하는 것이 회사에서 하는 것보다 의외로 편하고 쉽다. 자유시간이 많아졌고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났기에 사람들과 접근할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욕망이 생긴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고 참가하려는 의지이다. 디지털 시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과거의 전통적인 세렌디피티와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탄생한 새로운 디지털 세렌티피티가 결합한 융합형 세렌디피티가 생겨날 것을 기대한다. 이로 인해서 더욱더 극적이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이 등장할 것을 기대한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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