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자동판매기에서 손목시계를 판다

[Trend from Tokyo] 자동판매기에서 손목시계를 판다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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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시내 중심가만이 아니라 주거지 어디를 가더라도 동네 구석에서 자동판매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길거리 자동판매기에서 캔에 들어있는 커피나 주스를 구매해서 마신 경험은 한 번 정도 있을 것이다. 1904년 맨 처음 등장한 자동판매기는 우표와 엽서를 판매하면서 우체통으로도 사용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널리 보급이 된 계기는 1962년도 미국 코카콜라가 일본에 본격 진출한 시점부터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자동판매기를 주로 실내에 설치하였지만, 치안이 좋은 일본의 경우는 옥외 설치가 가능한 것도 보급이 빨랐던 이유이다. 1974년에는 일본에서 처음 개발한 ‘Hot & Cold 음료 동시 판매 자판기’가 등장하였다.

일본 자동판매기 1호, 우표와 엽서를 판매하고 우편함으로도 사용되었다
일본 자동판매기 1호, 우표와 엽서를 판매하고 우편함으로도 사용되었다

손목시계, 케이크, 꽃다발을 판매하는 자동판매기

자동판매기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 손목시계를 판매하는 자동판매기가 등장하여 화제이다. ‘다이맥스’라는 브랜드와 코카콜라의 컬래버레이션‘이고 ‘우에니 무역’이라는 회사가 기획한 상품이다. 전용 코인을 구매한 후에 자판기에 투입하면 손목시계를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12,000엔~26,400엔 (12만 원 ~ 26만 원)이다. 10만 원이 넘는 시계를 자판기를 통해서 구매할까 우려했는데 반응이 의외로 뜨겁다. 목표 대비 1.5배 판매 달성을 했고 점포에서 판매하는 것과 비교해도 7배 매출이라고 한다.

처음 코로나의 영향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판매가 일상화되면서 판매가 호조였다고 하기에는 이유가 너무 약하다. 손목시계 판매 방식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손목시계 하면 점포를 방문하여 가게 직원으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한번 착용을 한 후에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동판매기 판매에 대한 이례적인 반응으로 종래의 구매 프로세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벗어난 판매 방식이 어느 정도 먹힌 것이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젊은 세대들이 자동판매기에서 상품을 구매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하여 유튜브나 틱톡에 투고하는 장면이 많이 목격되었다. 자동판매기를 통한 손목시계 판매에는 젊은이들이 공감하고 발신하기 쉬운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젊은 층에게는 모처럼 재미있는 구매 방식의 발견인 것이다.

이 회사는 손목시계 판매를 경험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동경 시부야 지역의 ‘마크시티’라는 쇼핑몰에 케이크(1100엔), 꽃다발(1000엔)을 판매하는 자동판매기를 기간 한정으로 설치하였다.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에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구매할 수 있고 현금 장사이기에 더 매력적인 비즈니스라고 한다. 이번에도 소셜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였다. 인스타그램에 투고가 줄을 이었다. ‘재미있는 것을 선물하고 싶다’라는 요소와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성을 일으키고 싶다’라는 젊은 층 사이에서의 새로운 욕구 (Wants)가 1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상품이 자동판매기에서 판매되는 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자동판매기를 통해서 손목시계, 케익, 꽃다발을 판매한다
자동판매기를 통해서 손목시계, 케익, 꽃다발을 판매한다

자동판매기가 디지털 옥외광고 역할

동경 시부야에 새로 오픈한 젊은이들의 명소 「RAYARD MIYASHITA PARK」 2층에 가면 전면이 대형 화면으로 덮인 자동판매기가 눈에 띈다. 목걸이, 팔지 등의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자동판매기이다. 스마트폰에서 구매하듯이 자동판매기의 화면을 터치하면서 목걸이 11,000엔 (11만 원), 팔지 4,950엔 (49,500원) 등의 상품을 구매한다. 제품 사진 터치 후 제품 설명을 듣고 구매하겠다고 의사결정을 하면 ‘Add to Cart’를 터치한다. 신용카드나 QR코드로 결제하면 아래에 있는 제품 출구에서 예쁘게 포장된 상품이 나온다. ‘PRENO’라는 회사가 개발한 자동판매기이다. 자동판매기에 AI 카메라를 내장해서 통행인들의 행동을 관찰, 측정한다. 10초 이상 자동판매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비율이 전체 통행인의 8~12%이고 구매율까지는 비공개이지만 일반적인 전자상거래 사이트보다는 높은 구매 전환율 (Conversion Rate)를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영상을 분석함으로써 사람 수만 아니라 연령별, 성별 속성, 복장의 색깔과 같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이 자동판매기 주변은 검은색 복장을 입은 고객이 많기 때문에 핑크 체인이 달린 목걸이를 판매하면 70% 판매가 증가하는 등 데이터를 근거로 한 상품 배열이 가능하다. 마케터의 감에만 의존해서 시행착오를 거친 후 최적의 상품을 찾아 배치하는 종래의 방법과는 색다르다.

손목시계, 케이크, 꽃다발, 액세서리에서 시작한 자동판매기 판매가 이제는 향수, 지역 특산물까지 확산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매장을 가지고 있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주로 판매하는 D2C 브랜드에 있어서 자동판매기는 새로운 마케팅 툴로 활용이 된다. 온라인상에서의 바이럴 효과로 인한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소비자에게는 현실 세계에서 상품을 보여줄 기회를 제공한다. 영세한 규모로 운영을 하고 있는 D2C 브랜드는 실점포를 오픈하려면 월세,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자동판매기라면 좁은 공간에서도 설치할 수 있고 접객을 위한 인건비가 필요 없다. 또한 특이하고 멋진 디자인을 가진 자동판매기라면 디지털 사이니지 같은 광고 역할을 하여 브랜딩에도 효과가 있다.

PRENO의 액세서리 자동판매기
PRENO의 액세서리 자동판매기

새로운 판매 채널로 정착한 자동판매기

자동판매기는 코로나 시대 비대면 판매 방식의 확산, 게다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취급하는 상품도 음료, 식품만이 아니라 액세서리, 향수, 결혼반지까지 더욱 다양화되어가고 있다. 상품 판매 방식의 의외성, 구매 행위 자체의 즐거움과 신선함, 그리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적시성 등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을 자동판매기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까지 가세해서 젊은 소비층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자동판매기는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기분을 자극하는 새로운 판매 장치로서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마케팅의 4P 중의 Place에서 새로운 판매 채널로 더욱 진화가 될 것이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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