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아마존이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에 뛰어든 진짜 이유

[Trend from Tokyo] 아마존이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에 뛰어든 진짜 이유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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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프라임 비디오’ 사업으로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2010년 아마존 스튜디오를 세워 자체 드라마를 제작했고, 2014년에는 게임, 스포츠,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Twitch를 인수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영화 007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한 MGM을 인수했다. 아마존은 매달 13달러(약 1만 4500원)의 회비를 내는 프라임 회원에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혜택들을 주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과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비즈니스 사이에 숨어있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마케팅 전략에 대해 살펴보자.

 

면도기-면도날 전략(Razor and Blade Strategy)의 선구자: 질레트 (Gillette)

일반적으로 ‘면도기-면도날 전략’이라고 하면 면도기의 역할을 하는 상품을 개발해서 시장에 정착시킨 뒤 면도날에 해당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지칭한다.

1903년 미국의 면도용품 회사인 질레트(Gillette)는 면도날 교체형 면도기를 처음 출시하였다. 원래 면도는 지금도 이발소에서나 볼 수 있는 면도칼(Straight Razor)을 사용했다. 일체형 면도기이다. 질레트는 이 면도칼의 날이 무디어지면 매번 갈아야 하는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면도날을 일정한 횟수를 사용해서 무디어지면 폐기하고 새로운 면도날로 교체하는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면도날 교체형 면도기’(Razor with Disposable Blades)를 처음으로 개발하였다. 면도기(Razor)와 면도날(Blade)를 분리시켜 면도날이 무디어지면 새 날로 갈아 끼울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면도기를 저렴하게 파는 대신 교체해야 하는 면도날을 반복적으로 구매하게 해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다.

출시 초기에는 판매 촉진을 위해 면도기는 공짜로 주고, 소모품인 면도날에 높은 마진을 붙여 팔기도 했다. 발매 첫해 1903년에는 51개의 면도기에 168개의 면도날을 생산, 판매하였으나 일 년 뒤인 1904년 말에는 9만 개의 면도기에 1,240만 개의 면도날을 제조 판매하면서, 면도날 판매가 급증하였다. 한 번 면도기를 구매하면 면도날을 지속해서 구매하게 되는 ‘면도기-면도날 전략’이 제대로 가동된 것이다. 질레트가 100년 이상 세계 면도기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경영학자들은 이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꼽고 있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서 질레트는 세계적인 면도기 회사로 입지를 다지게 되었고 현재는 다른 업종까지도 이 전략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이발소 면도칼, Straight Razor
이발소 면도칼, Straight Razor
(이발소 면도칼, Straight Razor)
면도날 교체형 면도기, Razor with Disposable Blades

다른 업종으로 파급

‘면도기-면도날 전략’과 같이 저가의 기본 상품과 고가의 교체 보완재로 구성되는 사업모델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프린터이다. 프린터를 원가 이하에 판매하는 대신 주된 수익은 높은 마진이 책정된 전용 토너 카트리지의 교체를 통해서 획득한다. 게임업계에서도 이 전략이 유효하다. 소니의 ‘Play Station’이나 마이크로소프트 ‘X-Box’의 경우, 탑재된 GPU(Graphic Processing Unit)는 핵심부품 등을 따져보면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기는 저렴하거나 원가 이하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게임 타이틀이나 소프트웨어 판매로 이익을 충당한다. 이처럼 ‘면도기-면도날 전략’은 고객의 반복 구매를 활성화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면서 여러 업종에서 활용되고 있는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그럼 아마존은?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활용하는 것은 아마존도 예외는 아니다. 태블릿 겸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을 예로 들어보자. 킨들(Kindle)을 원가 이하에 판매해 널리 보급하여 대중화한 뒤, 이북(eBook) 같은 아마존 콘텐츠로 마진을 남긴다. 이북 같은 콘텐츠는 구매가 매우 쉽게 때문에 단말기만 잘 보급해도 콘텐츠를 통해서 꾸준한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회사의 많은 조직이 각 조직별로 독립 채산제를 운영하여 그 조직의 리더가 수익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아마존의 킨들과 이북은 조직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킨들 비즈니스의 목적은 디바이스 판매를 통해서 수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북을 더 팔기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한 보조 상품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추측할 수 있는 ‘면도기-면도날 전략’이다. 하지만 아마존 성공의 비결에는 그 이상의 것이 숨어있다.

 

아마존 프라임에 주목하라

아마존 프라임이라고 하는 서비스는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디지털 시대에 절묘하게 적용해서 성공한 사례이다. 아마존이 판매하던 CD나 DVD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스트리밍을 통해서 구매가 가능하게 되었다. 기존에 주로 책, 음악, 영화를 물질적인 형태로 판매하던 아마존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판매하는 것은 기술의 진보에 따른 어쩌면 자연스러운 진화이다. 아마존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플랫폼이 이러한 서비스를 빨리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여기에 아마존 프라임이 등장한다. 처음 미국에 아마존 프라임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연간 $79를 지불하면 이틀 안에 모두 무료로 배달이 되었다. 아마도 현명한 소비자라면 향후 아마존에서 상품을 구매해서 일 년 내에 배달비가 $79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에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프라임에 가입하면 계속해서 아마존에서 구매하게 된다. 많이 구매하면 구매할수록 배달비가 절감되는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리미엄이 면도기이고 아마존 전자 상거래에서 구매하는 상품이 면도날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 대비 혜택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가 일부 소비자에게는 가입에 대한 장애 요인이 될 수 있고 기존 회원이 탈퇴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여기에 등장한 것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이다.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 비용 대비 혜택에 대한 이성적인 계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의 원래 서비스인 무료배송, 거기에 추가된 비디오 서비스, 특히 다른 스트리밍 비디오에서는 볼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면서 한 번 가입하면 지속적으로 회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아마존 전자 상거래를 통한 상품 구매 빈도를 늘려나간다. 이처럼 아마존 프라임에는 서비스 간의 보완성을 기반으로 하는 ‘면도기-면도날 전략’이 절묘하게 숨겨져 있다.

아마존 프라임을 활용한 ‘면도기-면도날 전략’의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아마존 프라임이 아마존 비즈니스에 얼마나 중요하고 수익에 어떻게 공헌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2005년도 시작한 아마존 프라임의 회원은 2021년 미국에서만 1억 5천에 육박하고 전 세계 19개 국가에서 2억 명을 넘어섰다. 프라임 가입 회비만으로 연간 250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이 금액은 소비자가 아직 구매도 하기 전에 발생하는 수익이다. 매년 연회비를 조금씩 증액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프라임 회원의 구매 빈도는 비회원에 비해 4배가 높으며 또한 가격 비교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아마존에 판매하는 상품이 다른 사이트에 비교해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존의 생활 일부가 되면서 충성도가 높은 고객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When we win a Golden Globe, it helps us sell more shoes.” – Jeff Bezos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는 초연결 시대이다. 아마존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소비자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자신만의 에코 시스템을 만들어서 승자 독식하는 체제를 구축하였다. 아마존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 성장의 핵심에는 ‘면도기-면도날 전략’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프라임 회원이 아마존에서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한 번 회비를 지불하면 아마존 플랫폼에서 더 많은 가치를 얻으려고 더 많은 방문을 하고 더 많은 구매를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

2016년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가 전 세계 영화와 TV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인 골든 글로브에서 상을 받았을 때,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가 골든 글로브상을 받을 때, 우리는 (아마존 전자 상거래를 통해서) 신발을 더 팔 수 있다(When we win a Golden Globe, it helps us sell more shoes.)" 아마존의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알고 나서야 이 말이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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