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BOPIS

[Trend from Tokyo] BOPIS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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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판매한 상품을 배송하지 않는다?

일본에 워크맨이라고 하는 회사가 있다. 소니가 만들었던 가전제품 워크맨이 아니고 일본의 대형 의류 업체 이름이다. 사명에서도 예측이 되듯이 원래 직원들의 작업복과 같은 유니폼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코로나 시기에 여성 아웃도어 의류 분야로 진출하면서 크게 성장한 기업이다. 매장을 통한 판매와 더불어 온라인 판매에도 많은 투자를 하면서 지금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가 온라인에서 판매한 상품의 배송을 중지한다고 발표해서 화제이다. 그 대신에 고객이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한 후에 점포에 와서 수령을 하도록 한다.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신속하게 배달한다는 온라인 쇼핑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라서 얼핏 이해가 안된다. 단계적으로 확대해서 2027년까지는 전국에 있는 970개 전 매장에서 온라인 구매를 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판매 방식은 워크맨만이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유니클로’와 같은 다른 의류업체도 실행하고 있으며 일본의 이케아라고 불리는 ‘니토리’ (Nitori) 가구점도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자택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온라인 쇼핑의 취지와는 상반되는 방법을 왜 채택하는 것일까?

BOPIS를 전격 도입한 일본의 의류 업체 워크맨
BOPIS를 전격 도입한 일본의 의류 업체 워크맨

BOPIS란?

BOPIS는 ‘Buy Online Pickup In Store’의 머리글자를 따온 영어 약자이다. 온라인에서 결제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받는 방법이다.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이라고도 하는데 많은 소매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유기적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 강화의 목적으로 이러한 판매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BOPIS는 고객이 가까운 매장으로 가서 픽업을 하기 때문에 배송비의 부담을 줄인다. 이것은 매장이 없이 온라인만으로 운영하는 소매점이 가질 수 없는 큰 차별점이다. 소비자만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다. 소매점은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위해 매장의 일부를 개조해서 활용함으로써 창고비와 화물 운송비를 절감한다. 제품의 포장, 발송에 필요한 코스트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매장의 종업원은 고객이 매장으로 구매하러 오는 것을 한없이 기다릴 필요 없이, 온라인 구매 후 매장으로 픽업하러 오는 고객의 주문에 대응하면 된다.

BOPIS는 매장을 가지고 있는 소매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많은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매장에 직접 가서 수령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고객이 편리한 시간에 언제든 방문해서 픽업할 수 있는 유연성과 편리성을 제공할 뿐 아니라 매장에서 상품을 찾는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픽업한 상품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반품을 할 수 있다. BOPIS를 활용하면 고객은 매장을 방문하면 바로 주문한 상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주문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배송 지연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고객이 상품을 받으러 점포까지 간 김에 다른 상품까지 구매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 Fulfillment Service: 물류 전문 업체가 물건을 판매하려는 업체들의 위탁을 받아 배송과 보관, 포장, 재고관리, 교환 및 환불 서비스 등의 모든 과정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관 대행 서비스’

오프라인 매장의 부각

미국에서는 500개 주요 소매업의 43.7%가 BOPIS를 실시하고 있다. (Digital Commerce 360 survey August 2020) 2024년에는 미국 모든 온라인 판매의 40%가 BOPIS로 진행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처럼 BOPIS(Buy Online Pick up In Store)를 시작으로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게 더 편리하고 안전하다고 믿는 고객들의 심리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매장이 상품 픽업만을 위한 창고로 전락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 구매를 하는 고객은 계속 유지,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BOPIS를 활용해서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의 50%가 추가적인 구매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매장 디자인이 필요하다.

BOPIS는 가전, 가구, 식품, 패션 등 다양한 리테일 부문에서 트렌디한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선 불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의 융합을 통해 성장 발판을 다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는 온라인,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서로 융복합을 꾀하거나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온라인 주문에 의한 배송 전쟁은 코로나가 진행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프라인의 시대가 끝났다’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프라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유통산업의 메인 스트림을 장악한 건 사실이지만,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종언을 고한 건 아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소비자와 소매점 간의 인간적인 만남의 장이 되는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는 바람직한 모습이 보일 것이다.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서 온라인에서는 얻지 못하는 정보교환, 감정 교환이 가능하고 양쪽 모두 얻는 이득도 크기 때문이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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