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 주목할 3B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 주목할 3B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4.02.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일반 상식 수준으로까지 알려진 ‘광고의 3B’라는 게 있다. 대부분 사람이 좋아하고, 그래서 광고에서 쓰면 관심을 끌고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낼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광고의 소재로 많이 쓰인다는 영어 알파벳 B로 시작하는 세 가지를 가리킨다. 바로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이다. 직접 세보지는 않았지만, 광고료가 가장 비싼 미국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에 집행하는 광고에서는 이런 3B 광고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 3B를 활용한 광고를 내보내는 기업들의 대표로 자동차 브랜드 기아(Kia)와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Budweiser)를 나는 든다.

자동차 이외의 다른 분야의 기업들까지 포함해도, 이미 기아는 슈퍼볼 광고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을 정도로 오래 슈퍼볼에 광고를 집행해 왔다. 슈퍼볼 광고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2년 연속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광고로 꼽히기도 했다. EV6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2022년에는 ‘전기’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며, 로봇 개(Robo dog)를 선보였다. 생명이 다한 것처럼 여겨졌던 로보독이 EV6를 통해 충전을 받으면서 되살아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서, USA Today의 슈퍼볼 광고 선호 조사에서 전체 4위, 자동차 브랜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자동차 평가 전문 웹사이트 ‘카즈닷컴’에 따르면 광고가 나간 뒤 기아 브랜드 페이지 트래픽은 921% 폭증했다고 한다. EV6 구매 문의가 쏟아지면서 미국의 기아 홈페이지 방문자 수도 슈퍼볼 당일 48만 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2023년에는 슈퍼볼 광고에서 자동차 부문의 참가가 위축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6개 기업의 8개 광고물이 방영되었던 2022년에서 딱 반으로 확 줄어 3개 기업의 4개 광고물만 본 경기 중에 방영되었다. 그나마 기아의 광고가 선호 조사에서 10위 안에 들고, 그 이상으로 화제가 되면서 자동차 부문의 체면을 살렸다는 평가를 들었다. 역시나 유머가 주조를 이루면서 코미디 스펙터클 영화처럼 펼쳐진 기아 광고는 3B 중 ‘아기(baby)’ 광고의 범주에 든다. 공갈 젖꼭지를 뜻하는 ‘binky’를 가져오는 아빠(dad)의 기아의 SUV인 텔루라이드와 함께하는 영웅적이면서 처절한(?) 여정을 그린 ‘Binky dad(빙키 대드)’라는 작품이었다.

슈퍼볼 본 경기의 광고 전에 예고편 격의 티저(teaser) 광고를 내보내는 게 이제 거의 관습처럼 자리를 잡았다. 기아의 광고를 제작한 이노션에서도 작년에 슈퍼볼 경기 열리기 9일 전에 파란색 공갈 젖꼭지만 기아 로고와 함께 보이는 사진을 선보이며, 어떤 연유인지는 경기 당일인 ‘12일에 확인하라(Find it on 2.12.23)’이라고 했다. 동물에서 아기로 소재를 옮겼던 기아가 올해 슈퍼볼에서는 3B 중 하나 남은 미인을 등장시킬지 궁금해진다.

기아 슈퍼볼 티저 광고
기아 슈퍼볼 티저 광고

21세기 들어서 슈퍼볼에서 가장 많은 광고를 하는 기업은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와 버드라이트를 가지고 있는 앤하우저부시(이제 정확히는 AB InBev)이다. 많을 때는 한 경기에 여섯 편 이상을 내보내기도 하는데, 브랜드의 역사 전통과 일관성을 보여주며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건 클라이스데일이라는 품종의 잘생긴 말들이다. 맥주를 배달하고 짐을 운반하는 마차를 끄는 말들에 착안하여, 그들을 기업의 마스코트나 상징동물처럼 만들었다. 광고, 특히 슈퍼볼 광고에서 마지막 조명은 그들에게 집중되도록 배치한다. 이들 클라이스데일이 주인공인 광고에 가끔 개(dog)가 등장한다. 원래 마부가 자리를 비우는 사이 마차를 지키는 용도로 달마시안 품종의 개가 탔던 데서 유래한다는 스토리가 있다.

미국 시각 2월 11일 열리는 2024년 슈퍼볼을 2주 앞두고 앤하우저부시에서 ‘Old school delivery(옛날 방식의 배달)’이라는 광고를 공개했다. 거센 바람과 함께 폭설이 내려 고속도로가 차단되었다. 버드와이저를 공급해야 하는 술집으로 갈 길이 막막하다. 이때 버드와이저 양조장의 한 사내가 ‘옛날 방식으로 해볼까’라면서 크라이스데일이 끄는 마차에 맥주를 싣고 길을 나선다. 눈보라가 심해서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개가 한 마리 나타난다. 클라이스데일이 오는 걸 감지하고, 그들을 맞으러 나선 술집의 개였다. 그 개의 인도를 받아 무사히 버드와이저는 배달된다. 클라이스데일 말들과 개의 우정의 이야기 속에 버드와이저가 쌓아왔다는 고객과의 신의를 집어넣으려 했다. 이 광고를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잡지에서는 이런 표제로 부정적 평가를 했다.

“Budweiser’s new Super Bowl ad has a cute dog, majestic Clydesdales-but no heart(귀여운 개와 기품 있는 클라이스데일은 있지만, 감동이 없는 버드와이저의 슈퍼볼 광고)”

왜 저런 평가를 했는지도 광고 영상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3B의 B를 오랫동안 너무 우려먹은 측면도 있어서, 나는 본경기에서의 반전을 위한 미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고의적인 진부화의 냄새가 좀 나기 때문이다. 과연 반전이 있을지, 기아가 3B 행진을 이어갈까 하는 것과 함께 이번 슈퍼볼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해 보는 부분들이다. 여러분도 한국 시각 2월 12일 오전의 경기와 함께 확인하시라.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