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A 모델: 19세기 가정이 21세기에 통할까?

AIDA 모델: 19세기 가정이 21세기에 통할까?

  • 김동후
  • 승인 2018.11.2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아마도 광고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사용되고 있는 모델 중의 하나가 AIDA 모델일 것이다. 필자가 광고 대행사에 갓 입사했던 2004년에도 가장 먼저 교육을 받았던 모델이 AIDA 모델과 FCB 모델이었으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AIDA 모델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AIDA 모델은 그 역사가 상당하다. 1898년 Elias St. Elmo Lewis의해 제안된 이 모델은 소비자가 의사 결정과 행동에 이르는 과정을 주의 (Attention), 흥미 (Interest), 욕망 (Desire), 행동 (Action)의 4가지 위계적 단계 과정을 통해 설명하였다. 간단히 말하면, 광고가 그 최종 목표인 소비자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가 광고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광고가 소비자의 주의를 끄는데 성공하면, 소비자는 그 메시지에 흥미를 느낄 확률이 높아지고, 흥미를 느낀 소비자는 그 광고가 포함하고 있는 상품이나 브랜드에 욕망을 가지게 되며, 최종적으로 구매라는 행동과 이어진다는 것이다. AIDA 모델은 위계적 단계이기 때문에, 선행 단계가 충족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 모델은 실제 광고 현장에서 광고 크리에이티비티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범람하는 수많은 광고 중에서 소비자의 주의를 끌지 못하면, 후속 단계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독특한 크리에이티브나 깔끔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광고 실무자들이 AIDA 모델을 알고 있지만, 이 모델의 기본 가정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 하다. 만약 이 모델의 기본 가정을 알고 있다면 현재 광고 시장 상황에서 이 모델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에 의문을 품을 법 하기 때문이다. 이 모델이 제안되던 시기에 광고의 역할은 지금의 광고 역할과는 상이했다. 그 시절 광고는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 출처 (information source)였고, 소비자는 제품 구매 결정을 내리기 위해 광고에 상당 수준의 의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 광고를 통해 얻는 정보는 예전에 비해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그를 바탕으로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때문에 위계적 단계라는 AIDA 모델의 핵심은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 모델은 소비자가 인지적 사고 과정 (cognitive thinking)을 통해 합리적 구매를 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얼핏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가정이지만,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인지 사고 외에 감정적 사고 (emotional thinking)도 존재한다. 주의를 하고, 흥미를 갖게 되며, 그로 인해 욕망을 품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면 바로 욕망의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E-commercial의 활성화를 통해 일련의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구매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여건도 마련이 되어 있다.

AIDA 모델은 소비자를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어떠한 성향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예: 이성에 기반한 합리적 소비)는 가정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개별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 (예: 감정)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또한 소비자를 수동적 메시지 수용자로 생각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소비자들의 능동적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 광고 시장에서 AIDA 모델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고, 이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좀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소비자 심리 모델들이 소개가 되고 있다.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시 되면서 좀 더 소비자 중심적인 이론 체계들이 개발되고 있으니, 광고 현업 종사자들 역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소비자 심리 모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이론과 모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김동후 (교수, UNC Chapel Hill, dan.dongfu@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