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트렌드가 농업을 구하도다!

[광고와 춤을] 트렌드가 농업을 구하도다!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19.11.0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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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 농업은 매력적인가? 2018년 기준 국민연금 미가입 농업인이 64.4%이고 국민 연금 가입 농업인 중 20~30대 청년농업인의 가입률은 3.1%라고 한다. 농업인의 노후소득 부족은 직업으로서 농업의 현실적인 한계를 읽을 수 있게 한다. 희망적인 것은 직업으로서 농업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생산수단으로서의 농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첫 출발로 ‘치유농업’이 실험 중이라고 한다.

광고가 그려내는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협의 가치는 무엇일까? 농업은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으로 제시된다. 주말 텃밭 농사는 도시인의 삶을 치유해주는 가족단위의 취미활동으로 제시된다. 깨끗한 농촌은 밤하늘의 별들을 감상할 수 있는 낭만적인 여행지로 표상된다. 그리고 농협은 국민들에게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한 우리 농.축산물을 제공해 주는 트렌드의 중심으로 자임한다.

농촌에서 트랙터를 모는 젊은 남성(청년농업인)은 댄디 스타일의 복장을 하고 있다. 도시의 거리에서 모바일 앱을 실행하려는 노인은 패스트푸드 브랜드 KFC의 유명한 캐릭터이자 창업자인 커넬 샌더스의 친숙한 패션을 인용하고 있다.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는 이들의 올드 패션은 ‘뉴트로’란 ‘이 시대 트렌드’를 지시한다.

농협광고에서는 모순으로 가득 찬 농촌의 현실이 제거된다. 대신 그 자리에 소비주의와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는 ‘감성여행’, ‘꿈’, ‘미식생활’, ‘힐링’, ‘힙스터’와 같은 단어들이 채워진다. 일상은 트렌드로 대체된다. 광고에서 제공되는 새로운 표준적 행동규범인 트렌드는 주체의 몰락을 요구한다. 트렌드를 통해 누리게 될 ‘즐거움이 가득한 생활’은 ‘개성’의 상실과 맞교환된다.

농업은 트렌드 속에서 마치 트렌드가 농업을 구원해 주는 것처럼 세련되게 부활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아이러니하게도 농업에는 미래가 없다. 광고에서 뉴트로란 트렌드는 주말 농부 되기, 농촌으로 감성 여행하기로 재현되는데 이는 농업이 ‘오래된 것’이며 농촌이 ‘잊혀 진 공간’임을 내포한다. 도시 속 농촌라이프와 농촌 속 도시라이프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균형적이지 않다. 농촌라이프는 도시의 빌딩숲 사이 제한된 공간에서 취미 생활로 체험되는 반면 도시라이프는 농촌의 중심부에 이식된다. 농촌의 식민화는 낭만적인 방식으로 구현된다. 농촌의 밤은 젊은 도시 여행자들에 의해 점령되고 농촌의 공간은 젊은 도시 청년에 의해 개척된다. 그리고 그곳은 ‘우리 농촌’이 된다. 이상스러운 점은 도시의 재현이든 농촌의 재현이든 거기에는 도시인만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업인은 부재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1차 산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농협광고는 일견 신선하고 도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광고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은 뉴트로의 시.공간으로서 농촌이라는 소비상품의 가치이자 새로운 소비방식일 뿐이다.

 


황지영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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