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니 멋대로 걸어라

[광고와 춤을] 니 멋대로 걸어라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20.01.03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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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의 목적은 무엇일까? 타인의 관심을 끌거나 타인과 차별화하려는 것이다. 프라다 광고에서는 패션에서 상투적으로 사용되는 성정체성, 지위, 개성 등과 같은 과시적 유형을 읽을 수 있다. 연출된 기표들의 목적은 그것이 연출되었음을 연출하는 것이다. 광고는 연출 의도를 과시적으로 드러내고 강조한다. 흰색과 청색의 조합은 다른 대상들에서 반복적으로 복제된다. 흰색 꽃 위 청색 페인트의 조합, 청색 하늘 위 흰 구름의 조합, 그리고 청색 셔츠 위 흰색 스트라이프의 조합은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을 뒤섞는다. 자연과 자연, 자연과 인공, 인공과 인공의 조합은 ‘그러한 조합이 어디에나 있다’는 ‘보편성’을 연출한다. 그리고 자연과 인공의 차이를 제거한다.

청색 꽃다발은 광고전단지 속 여성이 들고 있는 흰색 꽃다발과 차별화되는 차이기표로 남성의 ‘성정체성’을 의미한다. 또한 흰색 꽃 위에 덧 씌워진 청색 페인트라는 과시적 기표는 남성의 ‘개성’을 전달한다. 그는 청색 꽃다발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그렇게 한다. 연출된 ‘봄’은 브랜드의 개성과 지위를 표현한다. 지금 여기는 12월이지만 저기 프라다의 계절은 3월이다. 건물의 시계가 3시 부근을 가리키는 것은 일종의 징후적인 기표로 볼 수 있다. ‘계절을 앞서가는 프라다’라는 기표는 ‘패션업계 리더’를 은유한다. 프라다는 자신의 이름만으로 ‘지위’를 연출한다. PRADA란 이름은 좌측 상단에 세로형으로 배치된 사이트 주소에, 텍스트 하단에, 광고전단지 위에 그리고 프라다 가방 위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한다.

모델의 ‘유용한 신체’는 프라다가 연출하는 미학적 가치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패션은 인간의 신체에 미학적 기준을 적용하고 ‘추함’을 도덕성의 결여로 규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체는 우리 시대의 규범이자 강제된 미적 실천으로 볼 수 있다. 광고 속 남성의 신체는 현대의 이상적 신체로 제시된다. 모델의 몸은 남자다움 보다 ‘소년다움’이, 근육질의 몸 보다 ‘슬림한 몸’이, 남성미 보다 ‘소년미’가 2020년 봄에 유행할? 트랜디한 몸이자 우리에게 강요되는 도덕적인 규범임을 입증한다.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기울어진 어깨, 보호하려는 듯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있는 꽃다발과 가방은 ‘보행’을 함축한다. 모델의 자세는 특유의 ‘보행 스타일’을 내포한다. 그는 두 손으로 사물을 고정시킨 채, 균형을 잡기 위해 턱을 들고 있다. 좌우 어깨 기울기의 차이는 ‘넓은 보폭’을 함축하며 열린 입은 ‘보행에 몰두해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걷고 있다. 프라다광고의 매력은 이국적 신체가 인용하고 있는 문화를 초월한 ‘보행의 보편성’에 있다. 걷기의 각 단위는 촉감적인 이해와 근육운동을 통한 ‘전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세르토의 이야기다. 보행 실천이야 말로 무방비의 도시를 수시로 습격하고 점령하는 게릴라적 전술이 아닌가? ‘카키색’ 가방을 매고 바람과 햇볕에 얼굴을 내 맡긴 채 내키는 대로 걷는 행위. 그건 우리 모두의 매일의 실천이다.

 


황지영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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