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선호성의 시작

[광고와 춤을] 선호성의 시작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20.05.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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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바랜 옐로톤의 사진은 기억을 소환한다. 어릴 적 기억은 대부분 촬영되고 인화되고 수집된 사진들 속에만 선명하게 남아있다. 네슬레 초콜릿 칩 광고가 늘어놓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우리는 쿠키를 양손으로 잡고 한 입 먹은 후 전면을 응시하며 웃고 있는 아이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된다.

어떤 문양도 없는 티셔츠, 청바지, 양말이란 의상기표들은 아이의 순수함을 전달한다. 이는 어떤 첨가물도 들어 있지 않은 ‘리얼 초콜릿 칩’의 재료적 순도와 연결된다.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수제 리얼 초코칩 쿠키는 아이를 웃게 만든다. 단순하고 편안한 면 티셔츠, 청바지는 성인들이 선호하는 데일리 룩이기도 하다. 수제 초코칩 쿠키는 어린 시절에서 성인기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지는 맛의 선호성을 내포한다. 수제 초코칩 쿠키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매개물이자 정체성의 신호가 된다. 따라서 초코칩 쿠키를 굽는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은 정체성을 확인하는 ‘신성한 의례’의 성격을 지닌다.

빛, 옐로톤은 ‘따뜻함’, ‘행복함’과 같은 정서를 전달한다. 광고 하단 중앙에 배치된 제품 그리고 아이가 들고 있는 초코칩 쿠키는 칼라로 제시된다. 연초점으로 처리된 아이, 옐로톤 이미지는 ‘과거’, ‘기억’을 내포한다. 한편 제품 포장지의 옐로색과 이미지의 옐로톤은 제품의 세계와 아이의 세계를 연결하고 현재와 과거를 연결한다. 이미지 속 아이의 응시는 ‘부재하는’ 누군가를 향한다.

광고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배려, 돌봄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상기시킨다. 광고에서 아이의 세계는 어떻게 표상되는가? 깨끗하고 편안한 옷, 대형 수제 초코칩 쿠키, 숨을 수 있는 아이만의 공간은 각각 ‘의’, ‘식’, ‘주’를 지시하며 생물학적 욕구의 충족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에게 따뜻한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아이의 충족은 우리의 결핍을 상기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충족의 기회는 있다. 개봉되지 않은 진짜 초콜릿 칩 한 봉지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광고에서는 진짜 초콜릿 칩으로 최고의 초코칩 쿠기를 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최고의 쿠키를 구워라’는 명령어는 ‘지금부터 최고의 추억을 만들라’, ‘아이에게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 주라’는 내면의 목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

아이는 어떤 사물이든 용도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무의자 다리처럼 보이는 구조물 위에 걸쳐져 있는 담요는 아이가 자신만의 임시거주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보여준다. 어린 유목민은 부모의 집안에 독창적인 방식으로 불완전한 게르를 짓는다. 그리고 게르를 전략적 장소로 삼는다. 아이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 앉아있다. 어머니가 언제든 자신을 찾아낼 수 있게 그리고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든 어머니를 볼 수 있게 반쯤은 게르 안에 앉아있고 반쯤은 게르 밖에 앉아있다. 아이가 어머니를 좋아하는 것 여기에서 선호성이 시작된다. 그것은 어머니의 선호성이 아이에게 승계되는 한 가지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황지영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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