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빈곤 탈출 대작전
[광고와 춤을] 빈곤 탈출 대작전
  • 황지영
  • 승인 2020.06.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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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평등한 분배에 실패한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주의 영웅을 필요로 한다. 가난한 유년기에도 좌절하지 않고 길거리 축구로 꿈을 키운 호나우두와 지단은 ‘최고의 연봉을 받는 축구선수’로 꿈을 이룬다. 성공한 스포츠 선수들은 ‘자수성가한 부르주아 영웅들’ 중 일부이다. UNDP의 “빈곤을 종식시키기 위한 팀” 캠페인에 기부자로 참여하고 있는 호나우두와 지단은 계급, 계층의 서열이 유동적임을 입증하는 기표이다. 그들의 존재는 빈곤이 극복 불가능한 결정적인 요인이 아님을 논증한다.

텅 빈 배경, 사각의 흑백 프레임을 꽉 채우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은 동시에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들이 신비한 방식으로 들어 올려 얼굴 사이에 밀착시키고 있는 축구공은 스무 개의 흰 육각형 조각들과 열 두 개의 검은 오각형 조각들로 이루어진 1970년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 Telstar이다. 축구공이란 기표는 공인구의 진화와 축구기술의 진화를 동시에 함축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Teamgeist는 재봉선 없이 연결된 14개의 패널들을 사용한 새로운 디자인 덕분에 텔스타 보다 원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축구 기술의 진화는 길거리, 골목, 공터의 원시 축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위대한 축구황제 펠레는 브라질 바우루의 길거리에서 넝마조각과 신문지를 구겨 넣은 양말을 차면서 기술을 익혔다. 지단은 마르세이유의 마그레브 이민자 집단거주지의 시멘트 바닥 공터에서 공을 차며 속임수 기술들을 연마했다. 축구 천재 호나우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시궁창에서 맨발로 공을 차며 미래를 위한 기술들을 완성했다. 이들은 축구기술에 관한 모든 것을 길거리 축구 시절에 배웠다고 회고하고 있다.

가난을 극복한 축구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는 난민캠프의 처참한 현실을 낭만적으로 각색한다. 절대적 빈곤, 기아의 진실은 무엇인가? 유엔식량 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는 배움의 현장인 학교에서 전쟁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기아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것을 비판한다. 기아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기아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UNDP광고에서는 빈곤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빈곤을 끝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빈곤이란 단어는 종식이란 단어와 함께 여러 차례 제시된다. 세계 인구의 1/4이 절대적인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언급되고 있지만 절대적 빈곤의 실상은 다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가진 부, 기술, 지식을 통해 절대적 빈곤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UNDP의 이야기는 빈곤의 종식과 더 부유한 삶의 도래를 예언하는 것으로 끝난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된다. UNDP식의 빈곤탈출 대작전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절대적 빈곤은 사라지고 상대적 빈곤만 남게 될 것이다. 결론이 그러하다면 광고에서 그려지는 유토피아에는 필연적으로 답해야만 할 질문이 뒤따른다. 과연 그러한 세계는 구현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황지영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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