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지구를 지켜라

[광고와 춤을] 지구를 지켜라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20.02.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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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그곳을 생존 가능한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다. 두산 광고에서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기술’, ‘500만 톤의 물 공급’과 같은 기술적 성과가 어떻게 물 부족국가 아이들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지를 보여 준다. 광고는 두산의 기술적 성과와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 가볍지 않은 철학을 전달하고 있다. 두산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기술’은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 의미화 된다.

기술의 가치는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일상의 회복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통해 표상된다. 대형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로 장난치는 아이들의 미소,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시선, 아이들의 눈높이에 위치하고 있는 수도꼭지는 부재하는 그러나 현존하는 어른의 시선을 내포한다. 이는 허용된 물장난, 안전하게 보호받는 아이들의 세계,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시한다. 옐로 톤과 블루 톤으로 물든 하늘은 ‘따뜻함’을 전달한다. 우측 하늘 어딘가에서 아이들의 몸 위 그리고 수도 주변에 내리비치는 빛은 ‘보호’를 내포한다. 이러한 기표들은 ‘기술이 변화시킨 세계’를 은유한다.

광고는 지속가능한 기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인간을 지켜주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도 지켜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약속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기술이 지구가 처한 그리고 인간이 처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상황은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토양오염, 수질오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최근의 호주 산불과 같은 기후재앙까지 덮치면서 지구인들의 안전한 일상이 붕괴되고 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위협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합세하면서 오염된 공기를 피하기 위한 새로운 생존방식들을 찾아야만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깨끗한 공기는 점점 더 희소한 물질이 되고 있다. 엠페토클레스(Empedocles)가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물질을 흙. 불. 물. 공기로 보았던 것에 우리가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이 4가지 물질의 오염은 점점 인간 생존에 위협적인 현실이 되고 있다.

삶은 관계다. 그리스신화에는 미르미도네스 이야기가 나온다. 역병으로 백성들을 모두 잃은 아이아코스가 제우스에게 두 번의 기도를 올린다. 첫 번째 기도는 자신의 백성들을 돌려주든지 그렇지 않으면 죽은 백성들과 함께 묻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참나무 위에서 줄 지어 이동 중인 거대한 개미떼를 보고 두 번째 기도를 올린다. “저 (개미)만큼 많은 백성들로 텅 빈 나라를 채워주십시오” 그는 제우스의 도움으로 개미가 변신해 사람이 된 종족 즉, ‘미르미도네스’를 새 백성으로 받아들인다. 이 신화는 ‘국가의 탄생’에 관한 은유이자, 백성과 통치자는 국가라는 정체성 아래에 결속된 운명공동체라는 믿음을 재현한다. 코로나 19의 종식이 선포되고 엔데믹(endemic)이 현실화되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너를 지키는 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를 지키는 것이다.

 


황지영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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