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PR을 PR답게… 말과 글, 그리고 사람의 힘을 믿습니다" 조영석 한국PR협회 회장

[인터뷰] "PR을 PR답게… 말과 글, 그리고 사람의 힘을 믿습니다" 조영석 한국PR협회 회장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5.05.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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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아시아나항공에서 32년간 PR, 광고, 사회공헌, ESG 등 커뮤니케이션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조영석 회장이 올해 초 한국PR협회 제2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PR은 결국 사람의 일”이라는 그의 믿음은 협회 운영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협회의 안팎을 동시에 혁신하려는 의지, AI 시대 속 PR의 역할을 고민하는 철학, 그리고 “PR을 PR답게” 하자는 다짐까지. 그에게 PR은 ‘빛나지 않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이었다.

한국PR협회 회장 취임식에서
한국PR협회 회장 취임식에서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조영석입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만 32년간 PR, 광고, 사회공헌, ESG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경영관리본부장과 서비스본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역마살이 있는 제가 한 직장에 진득하게 궁둥이 붙이고 30년 넘게 근무할 수 있었던 건, 신입사원 때 홍보팀으로 배속되어 PR과 인연을 맺은 덕분입니다. 무엇보다 PR 마인드 충만한 경영진이 있는 PR 친화적 업종의 직장에서 홍보맨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환경에서 출발한 셈이지요.

올해 1월에 회사의 고문으로 위촉되어 PR과 긴 인연이 이제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에 ‘덜컥’ 한국PR협회 29대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한국PR협회 29대 회장에 선임됐는데요. 소감 부탁드립니다.

앞서 ‘덜컥’이란 표현을 쓴 데 소감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회장님들의 면면을 보아 아시겠지만, 한 분 한 분이 한국 PR 계의 전설이자 별 같은 분들입니다. 그에 비추어 보면 저는 반딧불이라고 할 수 있죠.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인 줄을 알면서도 수락하게 된 것은 빚 때문입니다. 30년 넘게 기업에서 홍보 밥을 먹고 자랐으니 그 밥 빚은 갚아야 하지 않겠나, 그 심정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지났는데 벌써 마음이 천근만근입니다. 30년 밥 빚이 간단치 않다는 걸 절감하는 중입니다.

회장님께서는 PR의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내셨기에, 회장님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회장님께서는 PR 협회를 어떻게 끌어 나갈 계획인가요?

취임사에서 제가 내건 키워드는 ‘더 나은’입니다. 첫째는 안에 일인데요, 협회가 ‘더 나은 조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밖에 일이에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되는데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안을 살피기 위해 먼저 ‘더 나은 회원 관리’를 하려 합니다. 협회 회원들에게 회원 자격을 얻으면 어떤 효익이 있는지 널리 알리고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액티브 회원’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한국 PR 대상’과 ‘한국 PR 전문가자격 인증’이 협회의 중요 사업입니다만 양대 행사를 치러내는 데 올인하다 보니 회원들의 일상적인 효익에 관심 두고 지원하는 데까지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합니다. 협회의 기둥은 회원입니다. 협회는 일반회원과 단체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며, 회원 없는 협회는 존립조차 불가능합니다. 회원들을 위한, 회원들에 의한, 회원들의 협회가 되어야지요. 회원들이 손 뻗을 때 잡아줄 수 있는 조직이 돼야지요. 거기서부터 선순환적 출발이 가능합니다. 그래야 자발적 회비 납부가 이어지고 만성적 재정난을 해소하는 프로세스가 형성되는 거죠. 이를 위해 사무국 내에 회원 관리를 전담하는 직원 1명을 채용했습니다. 회원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회원 혜택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당장 숙제로 떨어졌습니다.

아울러 KAPR(한국 PR 전문가) 자격증을 받은 분들을 당연직 일반회원으로 모실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사)한국PR협회에서 운영하는 민간 자격증 제도입니다만 이 자격증을 획득한 분들이 1,029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진성 회원이 될 분들입니다. 현재 KAPR 자격증 소지자들은 협회 내 ‘KAPR위원회’에서 자발적 모임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협회가 이분들을 지원하고 함께 발맞추어 나갈 것입니다. 협회의 각종 사업과 세미나에 연구원 자격으로 초빙하여 프로젝트 실무에 참여하게 하는 방안도 있고요. 실물 KAPR 자격증 카드를 발급해 드리는 것도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입니다. 플라스틱 자격증은 일종의 ‘굿즈’인 셈이지요.

‘더 나은 사회’와 관련한 아이디어는 우리 협회의 속성과 본질에 맞닿아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말과 글, 소통, 협력, 통합, 공동선. PR은 이런 단어들을 몰고 다닙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선한 파장’을 만들어 냅니다.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 중에는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빚어진 어이없는 사달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하는데 답을 제시하지 못할 겁니다. 다만 질문 정도는 던져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누가요? PR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우리 협회가요.

그래서 크게 세 가지 사업이 새롭게 준비되고 있어요. 그 첫 번째가 <정책은 PR로 완성된다>라는 슬로건의 특별세미나인데요. 오는 5월 말에 5일간 진행됩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면 빛을 보지 못하지요. 기획에 성공하고도 PR에 실패해서 좌초된 아까운 정책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과거의 실패로부터 아무런 레슨(lesson)이 없다면 발전은 무망한 노릇입니다. (정파와 관계없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미나 결과를 묶어서 정책 제안을 하려 합니다. 이 일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던지는 협회의 첫 번째 질문이 되겠군요.

두 번째는 한국PR협회 선정 <이달의 문장> 프로젝트입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기타 조직에서 생산된 공적인 메시지 중에서 우리 사회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품격 있는 아름다운 문장을 선정하여 매달 발표하는 일이에요. 지난 5월 초에 ‘이달의 문장 선정위원회’가 출범했고 관련 내용이 조만간 공표될 예정입니다. 세 번째는 ‘정치 언어 분석’ 프로젝트인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대외비입니다. 구체화 되는 대로 공표할 예정입니다.

제가 한국PR협회와 인연을 맺고 협회 임원진으로 몸담은 지도 12년이 흘렀는데요, 누가 뭐래도 협회의 브랜드는 ‘한국 PR 대상(PR 인의 날)’ 그리고 ‘PR 전문가인증(KAPR)’ 사업입니다. 역대 회장들께서 심혈을 기울여 닦아 놓은 기존 사업을 더 탄탄하게 가져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PR 취업 특강, 4기 대학생 PR 위원회, 올해의 소통 키워드 선정 등도 차질 없이 운영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광고 PR 3대 학회 공동 세미나에서
광고 PR 3대 학회 공동 세미나에서

PR 및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변화가 매우 큰 시기입니다. 회장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AI더군요. 지난 4월 말 ‘광고 PR 3대 학회 공동 세미나’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PR 학자와 전문가들의 말과 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정서는 위기감이었어요. 그 기저에는 AI가 있었고요.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날 세미나가 저에게는 많은 인사이트를 줬습니다. 광고 PR 산업이 광고주의 콘셉트는 만들어주면서 우리 산업에 대한 콘셉트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하고 있느냐는 토론자 의견이 있었어요. 가슴이 덜컹하더군요. 미래 PR의 역할을 몇 가지로 정리해 주신 토론자가 있었는데요. 가짜에 대한 대응, 사회적 갈등 격차 대응, 위기 재난 협력 중재 해결, 문화 가치 제조 같은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어요. 제 머릿속에 있던 막연한 생각에서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죠.

AI가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산업군에서 셀프 낙관론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람의 영역이 있다’라는 거죠. 일종의 ‘종교적 간구’ 같기도 합니다. 저는 여기에 PR은 당당해도 된다고 봅니다. 쿨하게 낙관하는 입장입니다. 신뢰와 투명성 그리고 공공선 같은 가치들은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영역이 분명한데, PR은 거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사회가 기술적으로 고도화될수록 PR이 갖고 있는 협력과 중재의 역할은 더 빛을 낼 거라고 봐요. PR에게 한마디 던집니다. “쫄지마, PR!”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PR 산업 역시 외연을 확장하고 있고, 관련 산업과의 협력이 중요해졌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PR 산업 확장 및 협력을 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PR과 광고, 마케팅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 있지만 산업적으로 각각의 독립성이 유효하기도 하죠. PR 산업의 규모를 추정할 때 총광고비 20조의 20~30% 정도로 추산하여 5조 안팎으로 추정하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PR 산업을 20조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 활동에서 관계 형성을 위한 비용을 어디까지 계량화할 것인가 또 그런 계량화가 실무적으로 가능한가 등은 단골 질문입니다.

이처럼 산업 규모를 추산하는 일은 각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멈출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전임 이유나 회장님께서 의욕적으로 추진하여 귀중한 성과를 남겨 주신 사업이 ‘PR 전문성 강화와 산업통계 분류’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PR 업계는 <국가 산업통계 분류에서 PR 산업의 범주 신설을 위한 연구>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에는 이를 좀 더 보강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갑니다. PR 산업의 독립적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올해 말 PR 인들은 새롭고 멋진 교과서를 받아 들게 될 것입니다. 산업별 독립성을 분명히 하고 존중하는 것은 전체 광고 PR 시장의 바운더리를 확장하는 첫걸음이라고 보고요, 유사 산업 간 협력과 융합은 필연적인 만큼 시너지를 찾아 파이를 키워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사회가 새로 구성됐습니다. 새로 구성된 이사회를 소개해 주세요.

29대 이사회는 28대 이사진들을 대개 유임시켜 업무와 역할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추구했습니다. 우리 협회는 협회의 실무를 백업해 주는 실무형 이사님들이 대부분입니다. PR이 좋아서 협회에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하신 분들입니다. 일부 업무 조정과 불가피한 사정으로 퇴임하신 분들이 있어 신규 영입한 분들도 상당수 있습니다만, 신구 불문하고 인선 기준은 ‘열정’이었는데요. 4월 초 첫 이사회를 열어 상견례 하는 자리에서 확인했습니다. 제 인선 기준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요.

저는 우리 협회 이사님들 중에 슈퍼스타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열정과 능력을 발휘하시는 분들께 그런 기회가 열릴 거로 생각합니다. 일반회원들도 다양한 경로로 열려있는 협회 업무에 이바지하는 분들이라면 ‘한국PR협회 배출 셀럽’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회장님의 개인적인 계획이나 포부를 말씀해 주세요.

지금 협회 사무국의 고용 형태는 Job이 아니라 Public Service에 가깝죠. 적절한 보상이 임기 내에 실현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다음은, 그다음은...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마음이 바빠졌어요. 끝으로 이런 생각도 했죠. ‘후임 회장은 유급으로 모셔 오자’.

PR을 PR해야 하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회사와 대표를 내세우기 위해, 클라이언트와 브랜드를 빛내기 위해, 늘 뒤로 물러나서 빛나지 않는 자리를 자처하는 이들이 PR 인입니다. <한국PR협회 PR 윤리강령> 10개 조항을 바이블처럼 여기면서 고도의 윤리의식을 가지고 PR 업무를 수행해 온 까닭에, 제 머리 깎는 법을 몰랐던 이들. 이들을 대접받게 하고 싶습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게 해야 합니다. 긍정적 강화 Positive Reinforcement가 필요합니다. 그런 일들을 준비하고 하나씩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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