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바퀴 달린 가방의 역사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바퀴 달린 가방의 역사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03.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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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을 모델로 한 롤러보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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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1989년에서 1990년 말까지 일 년 반 정도 다녔던 첫 직장에서 한 달 이상의 해외 장기 출장만 두 차례를 다녔다. 조명까지 포함한 촬영팀과 함께 다녀 큰 짐이 많았다. 어차피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찾아야 하니, 팀원들 모두 개인 짐도 많기도 했지만 큰 가방에 넣어서 부쳐버리고 홀가분하게 기내에 들어갔다. 그때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처음으로 썼다. 큰 여행 가방 바닥의 좁은 변 양쪽 모서리에 바퀴 두 개가 달렸고, 바퀴 달린 쪽 반대편의 위쪽 움푹 파인 곳에 설치된 가방에서 빼서 올려 잡는 손잡이로 끌고 다녔다. 

내가 첫 직장에서 출장 때 끌고 다녔던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발명한 사람은 미국 매사추세츠의 가방과 의류를 만들던 회사의 간부였던 버나드 새도우(Bernard Shadow)란 인물이다. 가족 휴가 여행을 다녀오며 공항에서 짐꾼들이 끄는 대형 끌차를 보고 개인 가방 바닥에 바퀴를 다는 걸 생각해냈다고 한다.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그가 특허 출원을 한 게 1970년이고, 2년 후에 인정을 받았다. 내가 끌고 다닌 가방과 원리는 같은데, 그는 손잡이 대신 줄을 가방에 붙여서 그걸로 끌게 했다. 나중에 아예 그는 회사 자체를 인수해버렸다. 어쨌든 바퀴 가방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실상은 좀 다른 부분과 새겨볼 만한 반전들이 있다.

새도우의 특허 출원서와 최초 광고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의 특허는 새도우보다도 80년 이상이 앞선 1887년에 처음 출원되었다. 그런데 출원 사실 말고는 다른 정보가 전혀 남아있지 않는다. 이후 1932년부터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제조하고 판매하기 위해 노력을 한 존 앨런 메이(John Allan May)란 인물이 있었다. 그가 1952년에 기고한 글을 보면 그는 ‘125개 집단의 약, 1,500명에게 바퀴 달린 가방에 관해 설명했다’라고 한다. 그러나 몇 집 건너에 살았던 발명가 빼고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고, 1937년부터는 그의 아내도 지겨워하기 시작했단다. 자신이 물리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커뮤니케이션했던 이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동유럽 크로아티아 지역에서 활동했던 화가 알프레드 크루파(Alfred Krupa)도 직접 바퀴 달린 가방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1954년의 화가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쓴 바퀴 달린 가방

새도우가 메이보다 상업적으로 운이 좋았던 건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자신의 아이디어 단초로 출발하여 그걸 발전시켜 디자인하고, 상품화할 수 있는 기반이 있었다. 자신이 가방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에 다녔다. 둘째로 새도우도 가족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 것처럼, 더욱 많은 미국인이 여행을, 그것도 항공 여행에 자주 나서면서 짐 관련한 고충이 커졌다. 불편한 곳에서 발명이 나오는데 그런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다니는 회사를 옮겨서 1990년대 중반에 다시 해외 출장을 뻔질나게 다니게 되었다. 큰 가방을 가지고 갈 필요는 없는 짧은 출장이지만 여분 양복을 가지고 가야 하는 출장에서는 양복바지나 코트까지 그대로 집어넣은 후에 지퍼를 잠그고, 반으로 접어서 다니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녔다. 소위 ‘007가방’이라고 하는 걸 들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이 기내 머리 위 짐칸에 들어가는 바퀴 달린 가방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 대중화에 혁혁한 공헌한 인물이 있다.

1987년 미국 노스웨스트 항공의 조종사였던 로버트 플래드(Robert Plath)란 이가 쉬는 날 자기의 창고 겸 작업장에서 항공기 기내 휴대에 맞춘 크기의 가방에 바퀴를 달았다. 롤러보드(Rollaboard)란 직관적인 이름까지 붙여서 부러워하는 동료 조종사나 승무원들에게 수공업으로 바퀴 달린 가방을 만들어 팔았다. 곧 그는 트래블프로(Travelpro)란 회사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롤러보드를 팔았다. 항공 여행에서는 프로 중의 프로인 항공사 승무원들의 필수 아이템은 곧 모든 여행객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생각보다 오랜 세월에도 잠잠했던 시장이 세 가지 이유로 반전이 일었다.

첫째, 브랜딩(바퀴 달린 가방-> 롤러보드),

둘째, 사용자 이미지(업종 전문가이자 리더이고 사용 선도자),

셋째, 환경 변화(여행객 폭발적 증가)가 아우러졌다.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내기는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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