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무릎 꿇어 국가를 일으키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무릎 꿇어 국가를 일으키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03.15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SPSI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독일이 통일될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이었지만, 그 초석을 놓은 이는 누가 뭐라 해도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총리이다. 폴란드 방문 시 무명 용사의 묘비 앞에 무릎 꿇은 모습이 유명하다. 특히 성노예를 비롯한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무책임하고 발뺌하는 일본 정부와 대비되어 소환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역사에 깊이 각인된 그 모습을 두고 어느 독일 언론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

표현 자체로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며 했다는 '한 사람의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를 위한 큰 도약'이란 말을 연상시킨다. 암스트롱이 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게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를 방문해 위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로 전 해인 1969년이었으니, 그 말에서 힌트를 얻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한 사람이 무릎을 꿇으며 국가 전체를 일으키고, 원수와 같았던 다른 국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위대한 반전을 일으켰다.

그렇게 위대한 행위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만 당시의 여론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10년 후 세계사』(구정은/정유진/김태권 지음, 추수밭 펴냄, 2015) 책의 220쪽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당시 슈피겔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가운데 48%는 이것이 ‘지나치다’고 했고, 41.5%만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는 독일의 과거사 청산과 사죄 역시 쉽게 이뤄진 것이 아니며 내부로부터의 저항을 딛고 격렬한 토론과 공론화를 해온 끝에 공감대를 이뤄낸 것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사후에 했던 조사이기는 하지만, 그런 불리한 여론을 대충 짐작하고도 저런 행동을 했다는 데 빌리 브란트의 위대함이 있다 하겠다. 한국의 대통령이 만약에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저런 모습을 취했다면 과연 언론은, 특히 주류언론이라는 이들은 어떻게 보도를 했을까? 그리고 그에 따른 국민 여론은 어떤 식으로 나타날까?

에곤 바르(좌)와 빌리 브란드 (출처 planet wissen)

그의 소위 '동방 정책'에는 파트너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빌리 브란트와 1963년부터 같이 일하고, '동방 정책의 이론적 설계자'라는 에곤 바르(Egon Karl-Heinz Bahr)이다. 그가 동방 정책의 핵심인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개념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동방 정책에 대해 그가 이런 말을 했다. 『협상의 전략』(김연철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016) 중 빌리 브란트의 동방 정책에 관한 장(604쪽)에서 그의 이런 말이 실렸다.

"현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인정해야 하며, 동독에서 자유의 발전은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아니라 그로부터 기대되는 결과."

통독의 얘기가 나오니 북한이 겹쳐져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북한을 정체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교육을 학교에서 받았다. '한국전쟁'이란 국제전쟁을 치렀으면서도 그것을 '김일성의 난'으로 명명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북한에서의 '자유와 인권이 발전되지 않으면', '핵 개발을 멈추지 않으면' 식으로 전제 조건을 단다. 결과로서 그것을 끌어내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이다. 우리는 양쪽이 서로 군사적으로 상대방을 극복하려, 이겨내려 끝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는 정치적으로는 서로 막말까지 하면서 결과적으로 반전을 막으며 현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에곤 바르는 2015년에 세상을 떴다. 그때 이 지구상의 거의 유일한 실질적인 분단국가면서, 어떤 반전의 조짐도 막으려 몸부림치는 듯한 대한민국의 남북을 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길 137 (한국광고문화회관) 9층 한국광고총연합회
  • 대표전화 : 02–522-1120
  • 팩스 : 02-2144-075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영호
  • 법인명 : (주)마카롱
  • 제호 : 매드타임스(MADTimes)
  • 등록번호 : 서울 아51547
  • 등록일 : 2018-11-20
  • 발행일 : 2018-11-11
  • 발행인 : 최영호
  • 편집인 : 최영호
  • 매드타임스(MADTime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매드타임스(MAD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dtime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