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소니의 부활

[Trend from Tokyo] 소니의 부활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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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 도깨비가 된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려는 주인공의 이야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 편’이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사상 최고를 기록한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일본에서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외국영화 카테고리에서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도 누적 관객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흥행 1위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극장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의 흥행으로 주목을 받게 된 회사가 콘텐츠 플랫폼, 제작사까지 쥐고 있는 옛 전자 왕국 소니이다.

최근 일본은 소니의 부활이 화제이다. 실적 악화로 허덕이는 일본의 가전 대형 전자업계이지만 ,소니는 21년 3월 결산에 처음으로 순이익이 1조엔을 넘었다. 라이벌인 파나소닉과 같은 다른 경쟁업체와 큰 차이를 벌이고 있다. 2011년까지만도 적자에 허덕이던 소니는 콘텐츠,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금융으로 사상 처음 1조엔대 이익을 낸 회사로 거듭났다. 성장의 원동력은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한국, 미국, 일본에서 흥행1위를 차지한 귀멸의 칼날, 영어 타이틀 Demon Slayer
한국, 미국, 일본에서 흥행 1위를 차지한 귀멸의 칼날, 영어 타이틀 Demon Slayer

 

소니의 추락

1970년도 이래 소니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 메이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열렬한 팬을 만들면서 소니 신화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하지만 세계 탑을 자랑하던 소니는 21세기에 돌입한 이후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많은 팬들을 실망하게 했다. 미국, 중국, 한국 등 대형 IT업체와의 차도 많이 벌어지면서 과거의 워크맨과 같은 간판 상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1990년까지만 해도 소니는 글로벌 전자업계의 최고봉으로 그 명성은 지금의 애플 못지않았다. 소니는 혁신의 대명사였고 미디어 기기 소비 습관을 바꾼 혁신들을 만들어냈다. 소니를 중심으로 이 시대 일본은 세계 전자업계의 절대 강자였다. 1957년 세계 최초 트렌지스터 라디오 생산한 이래로 1979년 소개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은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되었고, 소니 트리니트론 (Trinitron) 브라운관 TV는 30년간 세계 안방을 점령했다.

1979년에 출시된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Walkman
1979년에 출시된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Walkman

하지만 2000년대 소니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Vaio PC 등 최고급 최신식 전자제품의 대명사였는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더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회사가 되 버렸다. 전자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팟을 내놓은 2001년 10월 무렵을 소니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브랜드 가치에서 소니를 이긴 것은 2005년이다.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Best Global Brands’ 조사에서 삼성이 20위, 소니가 28위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은 것이다. 필자가 홍콩에서 근무하던 2006년 무렵 홍콩의 고급호텔인 페닌슐라 호텔(The Peninsular Hong Kong)이 객실에 있는 TV를 소니에서 삼성으로 교체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전자 업계에서의 소니 시대는 끝나고 삼성 시대가 왔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2011년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회사 소니가 더이상 전자회사가 아니었다. 소니는 전자회사가 아니라 금융회사에 가까웠다. 생명보험 등의 금융파트에서 내는 수익으로 전자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부분적으로 메우는 구조였다. 전자업계에서는 2류 전락한 것이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의 13년간이 소니의 암흑기라고 불리워지는 기간이다. 소니의 브랜드 가치도 매년 추락하여 2020년 인터브랜드 발표에는 글로벌 51위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전자 업계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전환

암흑기를 겪은 소니가 이후 10여년이 지났다. 새로운 비전과 사업계획을 가지고 부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소니는 지난 5월 22일 2021 경영방침 설명회를 가졌다. 소니는 ‘소리와 영상 등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세계를 감동으로 채우는 회사’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사장은 지낸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씨가 만든 것이다. 그는 소니 부활의 기반을 다진 사람이다. 소니 뮤직에서 시작해서 플레이 스테이션 사업 등 음악과 게임 출신으로 감정, 크리에이티브에 강한 우뇌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이노베이션에 기반한 감동을 만드는 소니의 역할을 전 사원에게 심어 주었다. TV 사업을 매각하는 등 과거의 주력 사업이었던 제조업의 비중을 대폭 낮추면서 게임, 음악, 영화, 금융 같은 서비스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지난 10년간 소니의 매출구조는 크게 변했다. 전자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컨텐츠와 관련한 매출이 크게 상승하였다. 2010년 전자/IT (69%), 영화/음악 (16%), 게임 (9%), 금융 (6%)의 구조였던 것이 2020년에는 게임 (31%), 영화/음악 (19%), 금융 (28%), 전자/IT (22%)로 콘텐츠 분야가 크게 성장하면서 영업이익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자 회사가 영화, 음악, 게임 등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10년이 넘는 구조조정과 사업개편을 통해서 콘텐츠 분야에 있어서 그 옛날 소니가 꿈꾸던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선순환을 만들고 있고 제조업 분야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 즉, 이미지 센서만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이다.

21년도 새로운 경영 방침에 눈에 띄는 점은 소니의 사업 전략이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사업의 축으로 더욱 집중한다는 점이다. 콘텐츠 IP (Intellectual Property)를 확충해서 게임, 음악 등 부문간의 시너지를 가속화한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강화에 의한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D2C (Direct to Customer)에 의한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을 구축해서 독자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D2C를 통해서 관련 분야의 고객 기반을 현재의 1.6억명에서 6배로 늘린 10억명을 목표로 한다. 이미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이 비즈니스 세계를 지배하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니의 강점인 컨텐츠를 활용한 팬과의 연결을 육성해감으로서 독자적인 성장을 노리고 있다.

 

10억 고객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객 확보 10억명이라는 목표는 가전 업계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로의 전환을 관철하기위한 의지의 표명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직접 전달하는 영역을 구축할 필요성 부각된다. 하지만 소비자와의 접점의 중요성, 10억인 달성을 목표로 하면서도 구체적인 달성 방법 및 달성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장기적인 목표가 있을뿐이다. 기존 고객을 기반으로 M&A틀 통해서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컨텐츠를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지금까지는 타사의 서비스 기반을 바탕으로 발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 분야에서 소니는 직접 접촉하는 고객을 늘려 나갈 방침이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애니메이션 발신 서비스 회사인 미국의 크런치롤 (Crunchroll)이라고 하는 회사를 인수하였다. 콘텐츠 제작 역량에 비해서 유통 채널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소니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추가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드라마, 만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런치롤의 사용자는 세계 각국에 9천만명이 넘고 유료회원수도 300만명이 된다. 기존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와는 경쟁 구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한다. 소니가 지향하는 고객 기반 확대 분야는 애니메이션, 게임 분야로 포커스하고 지역적으로는 인도 시장 등 범위를 좁게 잡아서 메이저 플랫폼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전략이다. 비록 니치 마켓이라고는 하지만 열렬 팬들을 통해 SNS등에 의해서 고객 기반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소니가 인수한 애니메이션 전문 컨텐츠 발신 서비스 플랫폼 Crunchroll
소니가 인수한 애니메이션 전문 콘텐츠 발신 서비스 플랫폼 Crunchroll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

이처럼 소니가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가지고 끈임 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플랫폼 비즈니스, D2C, 콘텐츠, 니치 마켓, 네트워크 효과, 고객 데이터 등과 같은 최근 유행하는 마케팅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장기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도전하는 소니가 향후 어떠한 모습으로 소비자 앞에 등장할 지 전세계 업계의 관심사이다.

하지만 최근 소니 관련 기사를 보면서 확신이 안 서는 부분이 있다. 사업의 집중이 부족해 보이고 니치를 찾아가는 플랫폼이 강력해 보이지 않다. GAFA 등 대형 플랫폼이 한가지의 상품 서비스로 10억 이상의 고객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니치를 무기로 10억을 목표로 하는 소니의 전략이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GAFA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0억을 어떻게 확보할지, 확보한 고객 데이터가 왜 중요하고 소니의 핵심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향후 어떻게 활용할지가 명료하지 않다.

하지만 10억이라는 숫자를 목표로 제시한 것은 강호들이 모여 있는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구조 개혁의 중요성이다. 소니의 비전에서 제시한 키워드는 감동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서 그룹의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커머더티화된 (범용화된) 제품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분야, 즉 애니메이션, 영화와 음악으로 사업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 소니 비전 영상 (Sony's Purpose)

 

생태계 구축을 꿈꾸는 소니

소니는 현재 천천히 부활해 가면서 창립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소프트파워`로 무장하고 돌아온 소니의 부활을 우리 나라 업체도 그냥 지나치기만은 어려워 보인다. 콘텐츠는 국적과 이념을 초월한다. 한류를 중심으로 컨텐츠 비즈니스가 점점 국제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도 소니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소니의 변신은 국내 전자업체에도 교훈으로 다가온다. 삼성, LG 등 국내 업체들은 과감한 투자와 저렴한 노동력으로 2000년대 들어 일본 기업을 제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력한 정부 지원 아래 급성장하는 중국업체에 역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아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이다.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긴 회사 소니이다. 과거의 실패를 자산으로 삼아서 미래에 활용해 갈 것이다. 소니의 DNA는 스티브 잡스에게도 크 영향을 끼친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씨(盛田昭夫)가 언급한 ‘눈앞에 있는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10, 20년후의 큰 과실을 선택하라’에 축약되어 있다. 소니가 부활할 수 있을 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전략으로 턴어라운드하여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이러한 가운데 작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전세계 지속 가능 100대기업 중에서 소니가 1위로 선정되었다. (WSJ, Sustainable Managed Companies 2020) 저력 있는 회사임은 분명하다. 변신에의 기대가 크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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