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부드러운 개입, 넛지 마케팅 (Nudge Marketing)

[Trend from Tokyo] 부드러운 개입, 넛지 마케팅 (Nudge Marketing)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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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2000년 초에 시카고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운전해서 세계에서 가장 경치 좋은 곳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Lake Shore Drive를 달렸습니다. 미시간 호수를 끼고 펼쳐진 이 도로를 달리면 시카고의 장엄한 스카이라인을 만끽할 수가 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 도로는 경치는 좋지만, S 자 커브가 연달아 이어져 매우 위험한 구간이라고 합니다. 커브 길에서 스피드를 꽤 올리면서 달리면 조금 스릴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감속 표시 시속 25마일/약 40 킬로를 보지 못해 사고가 난 운전자들이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시카고시 당국은 운전자들의 감속을 유도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커브 구간에 진입하는 지점부터 흰색 선을 그었고 커브 구간이 가까이 갈수록 선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도록 해 운전자들이 커브를 돌 때 속도가 높아진다는 착각이 들도록 유도했습니다.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속도를 낮추게 되었고 이러한 장치로 인해 도로의 사고율도 36% 감소했다고 합니다. 2006 년부터 시행이 되었기 때문에 내가 달렸던 시기에는 흰색 선이 없었네요.

Lake Shore Drive, Chicago

왜 넛지인가?

참고로 도입부에 소개된 테마 사진은 독일 함부르크의 한 지하철입니다. 시 당국이 지하철 내에 있는 계단을 육상 트랙으로 만들어서 지하철 이용자들이 마치 육상선수가 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몰래카메라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몰카, 도촬, 리벤지 포르노 등의 카메라 범죄행위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증가한 불법 촬영 근절을 목적으로 몇 년 전 경기 남부경찰청과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LOUD)가 함께 ‘빨간원 프로젝트’를 추진하였습니다. 스마트폰에 카메라 주의 픽토그램을 만들어 몰카에 관한 경고와 저항의 외침을 실천해 보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스마트폰 앞에 잘 보이지 않던 카메라 주변의 빨간 원은 우리 주변의 무심했던 장소, 누군가의 스마트폰에 대한 주의를 상징하는 작은 실천적인 캠페인입니다. ‘빨간원 스티커’가 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빨간원 프로젝트
빨간원 프로젝트

이상의 예들은 넛지 (Nudge)에 관한 얘기입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넛지에 관한 예는 여러분도 잘 아는 파리가 그려진 네덜란드 공항의 소변기일 것입니다.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더니 소변기 밖으로 떨어지는 소변량이 80% 줄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나이키의 농구 골대 휴지통, 폭스바겐의 피아노 계단 사례 등은 아마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넛지 (Nudge)/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의 저자인 리처드 세일러 (Richard Thaler)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리차드 교수는 행동 경제학의 대가입니다. 행동 경제학이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을 상정하는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인간은 종종 감정적으로 선택을 하는데 인간의 이런 성향을 활용해 경제 주체의 행위를 설명하는 경제학의 한 분파입니다. 정책 결정자들이 공공 정책을 결정할 때 부드럽게 개입하여 국민에게 좋은 결과를 유도하는 사회적 넛지가 필요하다는 행동 경제학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넛지 이론은 경제적 주체인 개개인에게 강제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듯 부드럽게 개입 또는 설계하거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쪽이 기업과 개인의 경제적 변화에 보다 효율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넛지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위를 환기한다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입니다. 적절한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행위 주체가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들거나 특정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입니다.

 

똑똑해진 소비자를 위한 넛지 마케팅

이러한 넛지 이론이 마케팅으로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종래의 마케팅은 상품의 특성을 강조하여 소비자가 그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그에 비해 넛지 마케팅은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도록 접근합니다. 넛지라는 단어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인 것처럼, 넛지 마케팅은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주는 방식입니다. 즉, 넛지는 특정 행동을 유도하지만 직접적으로 명령을 하거나 지시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붙여서 넛지를 실행하고 있지만, 파리 그림을 맞추라고 지시는 하지 않습니다. 파리를 맞추는 것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넛지 마케팅이란 강압적인 마케팅이 아닌 우리에게 슬며시 다가와 관심을 유도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유도하는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마케팅은 식상하고 뻔하고, 목적이 들여다보이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쉽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넛지 마케팅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똑똑한 고객을 잡는 수단으로써 활용되고 있습니다. 고객이 사고 싶어하는 상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 부드럽게 유혹하는 커뮤니케이션, 고객을 끌어들이는 채널, 구매 행동을 유발하고 다시 사고 싶게 하는 경험을 만들고 있습니다. 넛지 마케팅은 소비자가 마케팅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해야 하므로 소비자를 잘 파악하고, 소비자들의 감성과 본능을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마케팅 방향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간접적인 마케팅 기법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부정적인 반응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면에서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효율성이 높은 마케팅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넛지 마케팅 사례를 소개합니다. 브라질 커피 브랜드인 카페 펠레(Caffé Pele)의 광고 캠페인입니다. 카페 펠레는 유명한 축구 선수 펠레의 이름을 따온 브라질의 대표 커피 브랜드입니다. 하품이 주변 사람에게 전염되는 특성을 활용한 캠페인입니다. 사람들이 광고판 앞을 지나칠 때 동작 센서가 작동해 광고 속의 남자가 하품하는 영상이 재생되는 것입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품을 하게 되고 그 주변 사람들까지 하품하게 됩니다. 이때 아름다운 모델이 나와 커피를 한 잔 나눠주며 잠을 쫓는 커피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인식시킵니다. 영상을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넛지 마케팅은 공공 캠페인만이 아니라 기업체의 브랜드와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려서 소비자 행동을 유발하는 다양한 캠페인 사례가 있습니다. 사례를 몇 가지 더 소개합니다.

코카콜라만의 창의적인 전략입니다. 소비자가 구매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보다 선택하도록 유도합니다.

 

넛지 마케팅, 사회 문제 해결까지

넛지 마케팅은 기업의 제품 판매만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Hope Soap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위생이 좋지 않아 질병에 노출되는 어린이들을 위해 손 씻기 캠페인을 했습니다. 비누 안에 장난감을 넣어 어린이들이 비누를 사용해서 손을 씻으면 이 안에 들어 있는 장난감을 얻을 수 있도록 진행한 캠페인입니다.

횡단보도 노란발자국 횡단보도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란 발자국을 설치, 운영하는 도시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하듯 정지선 뒤에 그려진 노란 발자국에 서서 신호를 기다릴 수 있고, 이러한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아이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넛지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강요나 위협 또는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닌 창의적인 넛지를 찾아봅시다.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안으로서 넛지를 활용해 봅시다. 공공 프로젝트, 기업의 마케팅 문제 등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넛지를 활용해 봅시다. 넛지란 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제안, 강요나 명령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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