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기대치 관리

[Trend from Tokyo] 기대치 관리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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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100미터 달리기를 항상 10초에 뛰던 사람이 어쩌다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12초에 뛰면 정말 느리다고 할 텐데 원래 15초 뛰던 사람이 13초를 기록하면 엄청 빨라졌다고 할 것입니다. 기대를 안 하면 실망도 안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걸 다르게 표현하면 기대가 크면 클수록 내 기대대로 안 되면 실망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일차적인 이유는 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어떤 것일 수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근원적인 이유는 기대 수준의 차이 (Expectation Gap)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업무와 관련된 일이든, 연인이나 가족, 친구와 같은 사적인 관계와 관련된 일이든,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을 할 때에도 결국 근본 원인은 잘못된 기대 수준을 설정했기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연인의 경우 대부분 문제는 남자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약속 혹은 행동을 초반에 보여주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지치기 시작하면서 초반의 행동이 지속해서 유지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상대 여성의 기대 수준을 맞추지 못하게 되어 갈등이 생기는 것이지요. 부부 간 갈등, 부모 자식 간 갈등, 고부 갈등 등도 생각해 보면 서로 각자의 입장에서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에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대 수준을 다시 세팅하면 의외로 많은 일들이 쉽게 풀린다고 합니다. 어느 작가가 얘기한 “분노는 항상 만족하지 않는 기대에서 발생한다.”(Anger always comes from frustrated expectations.)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기대 수준은 상대적입니다. 그래서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더 많이 해야 하고, 양측의 기대 수준이 비슷해야 합니다. 당장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해서 잘못된 기대 수준을 세팅하면 무조건 문제가 발생합니다. 솔직한 것이 오히려 정답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과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기대 수준을 잘못 세팅하면 괴로워집니다. 절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것이 안 되면 실망을 하고 동기부여가 안 되고, 점점 더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기대치가 큰 만큼 실망도 커진다

그래서 적극적인 기대치 관리(expectation management)가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물론, 무조건 상대방의 기대 수준을 낮추어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얘기를 하면 바로 티가 날 것이고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양측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을 만들어 놓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기대치 관리로 성공한 ‘블루 스크린 (Blue Screen)’

기대치를 잘 활용해서 성공한 비즈니스 사례가 있습니다. Window에 블루 스크린(Blue Screen)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시스템에서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로부터 복구될 수 없을 때 내보내 주는 파란 화면으로서 에러 번호, 드라이버, 스택 상태 등의 정보가 표시되며, 재 부팅한 후에야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어, 공포의 파란 화면으로도 불립니다. 여러분도 아마 과거에 경험해보았을 파란색 바탕에 하얀 글씨가 나타나는 화면입니다. 해외에서도 블루 스크린은 매우 유명해서 영어권에서는 이를 ‘죽음의 파란 화면(Blue Screen of Death, 약자로 BSOD)’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윈도의 BSOD와 대비해서 Apple OS는 에러가 나지 않는 OS를 시장에 내놓아 기대를 능가하게 되어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러가 없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데 Window 때에는 에러가 나는 것을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처럼 기대치를 잘 이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제품과 비즈니스는 기대하지 않는 방법으로 기대를 능가했기 때문에 성공했습니다. 기대로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전형적인 사례는 여행 상품입니다.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보다는 사전에 갖는 기대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가 됩니다. 여행의 경우 실제 여행지에서는 힘들고 짜증 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나, 여행을 가기 전의 설렘과 기대가 여행상품을 선택하게 합니다.

기대치 관리의 성공 케이스인 윈도우의 블루스크린
기대치 관리의 성공 케이스인 윈도우의 블루스크린

 

진솔한 대화를 통한 적극적인 기대치 관리

여러분이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가끔은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똑같은 결과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효율성을 높이고 기대치에 맞는 것을 전달하려면 기대치 관리를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대치 관리를 잘하면 할수록 뜻밖의 일을 줄일 수 있고 진로를 옳은 방향으로 잘 조정해서 나갈 수 있습니다.

기대치 관리에 대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먼저 상대방에게 어떤 제안이나 약속을 할 때 긍정적인 결과와 더불어 부정적일 수 있는 결과 또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전에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때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약간은 과장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 같은 아이디어가 같은 결과를 산출하였을 경우 상대방은 자기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만족도는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만약 부정적일 수 있는 결과에 해 얘기를 해놓지 않았는데 그 기대를 만족시키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는 상대방의 불만은 고조되어 있을 것은 물론이고 약속한 사람에 대한 신뢰감까지 잃게 될 것입니다. 기대치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항상 가능성 있는 리스크를 잘 파악하고 상대방에게 공유합니다.

이처럼 기대치 관리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가능성이 있는 결과에 대해서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비로소 기대에 대한 심리적인 틀(framework)이 형성됩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상황의 원인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일의 절대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통제를 할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결과는 기다려 봐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업무를 열심히 잘 진행하고 있고, 달성하고자 하는 결과에 충분히 공헌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 기대 수준에도 달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치 관리를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기대 수준에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대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즉,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인 것이지요. 같은 결과를 내더라도 기대치 관리의 여부에 따라 상대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대치 관리는 매우 중요하고 유용하며 잘 관리를 하면 일상에 많은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일을 잘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솔한 대화로 상대방과 기대치 관리를 잘해야지 당신의 일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인식되고 평가되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한 기대치 관리

기대라고 하는 것은 과거에 발생했던 것을 기준으로 형성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 각자가 속해 있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관행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고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좀 더 좋고 독특하면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세요. 기대치 관리는 일회성 아닌 상대방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합니다. 당신이 약속한 것을 실행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반응이 오게 되는데 이러한 피드백은 매우 중요합니다. 감사와 칭찬일 수도 있지만, 당신의 약속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고 당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무시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한 가지의 피드백에 너무 연연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능한 여러 번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많은 얘기를 하고 정보를 수집해서 이를 바탕으로 기대치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면 됩니다. 상대방과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합니다.

클라이언트, 비즈니스 파트너, 회사 상사, 동료, 후배 직원과 같은 업무 관련만이 아니라 가족, 친구, 친척, 연인 관계와 같은 개인 문제까지 폭넓게 기대치 관리를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간관계가 더욱 원활해지고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삶이 더욱 행복해질 것입니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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